마침내 그리움 - 자전거 타고 대한민국 멀리 던지기
이종환 지음 / 하늘아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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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을 밝을수록 문명과 속세로부터, 내 자신으로부터 멀어져간다
아직까지 자전거 여행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나에게 이 단 한 문장은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을 연결시켜주는 열쇠가 되주는 듯 했다. 자전거를 타고 길을 따라 가다보면 또 다른 나와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렴풋한 느낌이 일반적인 여행에세이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안겨주었고 자전거와 하나되는 여행과 자신의 이야기라는 소갯말이 무엇보다 마침내 그리움이란 이 책을 더욱 궁금하게 했다. 다른 것과는 달리 자전거 여행은 노동과 휴식을 경험하며 긴장과 불편함을 감내해야만 가능한 여행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50이란 나이를 훌쩍 넘기고도 기꺼이 자전거와 하나가 되는 여행을 선택했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난 저자였지만 이미 자전거 여행을 결정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에게는 적지 않은 흥분과 설레임을 안겨주었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움직이면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움직이면서
움직임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전체를 부분으로,
부분을 전체로!




이것저것 여행짐을 싣고도 커다란 배낭을 짊어져야 했지만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는 저자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서울에서부터 서해 구석구석을 거쳐 남해와 울릉도를 둘러본 후 다시 동해를 거쳐 홍천과 청평, 장흥과 서울로 돌아오는 한 달 남짓한 자전거 여행은 일정만으로도 나에게는 너무나 벅찬 여행길이었다. 만일 자전거가 아닌, 다른 교통수단으로 이동했더라도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두루 돌아보는 여행은 만만치가 않았을 것이란 생각에 책을 읽는 내 마음도 자뭇 비장해진다
온 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길과 자연, 사람들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쾌청한 10월 중순 어느 날 저자와 그의 지인은 그렇게 여행을 시작했다.

 







자전거 여행의 가장 큰 난관은 체력적인 문제 말고도 또 한 가지가 있었는데 바로 날씨에 관한 부분이었다. 비가 내리면 비를 맞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로에 빗물이 고이고 때문에 노면은 미끄러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땀으로 뒤범벅이 된 여행자들에게 날씨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사방으로 탁 트인 벌판을 가르는 그들에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진정한 자유와 이제껏 봐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길 뿐이었다
높아진 건물과 수많은 네온사인에 둘러싸인 도시가 아닌 하늘과 구릉만으로도 대지를 만끽하는 모습은 그저 책을 읽고 있었던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푸르디 푸른 밭과 황금 들판, 들가에 핀 이름모를 꽃들, 일렁이는 물결, 도로를 가로지르는 새들.. 
자연의 힘을 느끼며 내면의 침묵으로 페달을 밟고 또 밟는다.
낯선 길에 매혹되어 걷고 싶을 때는 무작정 걷는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속세로부터 멀어져간다는 것은 결국엔 나 자신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제껏 여행의 느낌은 단 하나뿐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며 보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더욱 세세하고 꼼꼼한 세상이었다. 여행중에 가질 수 있는 느낌은 속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고 느리게 움직이는 여행자일수록 생각의 주체가 더욱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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