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순간 - 느린 걸음으로 나선 먼 산책
윤경희 지음 / 앨리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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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보고, 느끼며 떠올렸던 수많은 생각들...
여행의 순간에는 이처럼 많은 뜻이 담겨져 있다. 영원히 꿈만 같기를 바라던 여행의 소중한 기억들, 그리고 그 순간을 떠올려 보며 무려 7년이란 시간동안 7개국을 다녀 온 저자의 여행기가 너무 궁금한 까닭에 조심스럽게 책을 펼쳐보았다. 대부분의 여행집은 가보지 못했던 곳에 대한 동경의 마음이 크게 작용하는데 비해 여행의 순간은 낯선 곳을 여행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편안한 감성과 내면의 향기로운 추억에 젖어들 수 있도록 참 묘한 매력을 지닌 책이기도 했다.




영원한 여행은 있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안에 끝나버린 여행은 누구에게나 마음깊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되어져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생각나기도 하고, 행복한 기분을 되돌아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힘을 가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여행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 책으로 하여금 조금 달라지게 된 것같다. 여행을 너무 좋아하는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는 순간, 나의 여행을 추억하며 여행의 순간을 과연 얼마나 기억하고, 행복해 했으며 그순간 최선을 다해 즐겼었는지 되돌아보게 된 것 같다.




여행을 떠나면 의무적으로 다녀야 할 곳들이 있고, 시간에 쫓기기 일쑤지만 여행의 순간에서는 그런 여행을 찾아볼 수가 없다. 아주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사람과 풍경에 취해 오히려 낯선 여행지에서 자신의 평범한 일상에 대해서 되돌아 볼 수도 있었고, 느림의 미학에 대해 절실히 느끼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든다. 여유와 아름다움에 대해 감상할 시간만 있을 뿐 빽빽하게 채워진 일정도 찾아볼 수 없었고, 서둘러야 하는 마음도 없었다. 진정한 여행이라면 이런 맛이 있어야 했구나하는 생각에 저자의 여행이 부럽기도 했고, 앞으로 나의 여행도 많이 달라진 모습으로 다가오겠구나 싶었다.




여행의 순간을 보면서 내 마음을 완전히 빼앗긴 이유 또 한 가지는 여행지의 멋진 사진이 한가득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가로운 도쿄의 아침과 한적한 오후의 나른한 일상들, 낯선 도시에 한없이 끌리는 매력, 영화 포스터만큼이나 색다르던 도시의 풍경들...




피곤하고, 바쁜 여행은 이제 그만...
여행은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기 위한 다정한 쉼표였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는 게 참 묘한 느낌을 선물해 주었다. 참, 오랜만에 나의 감성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한... 그리고 마음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던 책을 만났다. 일상이 지루하거나, 바쁘고, 정해진 인생이 재미가 없다면 여행의 순간을 꼭 읽어보기를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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