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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 - 공생하고 공격하며 공진화해 온 인류와 미생물의 미래 ㅣ 묻고 답하다 6
고관수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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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바이러스에 관한 책을 두 권 읽었는데 이번에는 역사와 관련된 미생물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같은 분야의 책을 동시에 읽는 것을 즐기는 저한테는 [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가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지구상에 최초로 나타난 생명체인 미생물은 인류의 탄생부터 인류와 함께 공생하며 때로는 공격하기도 하고 공진화한 만큼 인간의 역사와 미생물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존재인 미생물이 인류의 삶에 미친 영향은 말 그대로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역사적 사건을 시대 순으로 나열해 미생물을 중심으로 되짚어 보며 과학적인 해석을 해주고 있습니다.
한 권의 책으로 역사와 과학을 동시에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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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전철을 타면 광고판에 유행성출혈열에 관한 광고가 있었습니다.
오래 전이라 경각심을 주는 공익 광고였는지 제약회사의 광고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쇼킹한 광고에 꽤 오랫동안 유행성출혈열에 관한 막연한 공포를 안고 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유행성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타바이러스 예방백신이 1988년 이호왕 박사님에 의해 최초로 개발되었다는 것을 보니 한타박스 광고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유행했던(하고 있는?) '쥐열병'이 한타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성출혈열'일 수 있다는 이야기는 세균전을 떠올리게 했지만 대대적인 뉴스가 없는 것을 보면 전세계적으로 팬데믹을 일으켰던 코로나바이러스처럼 크게 번지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처럼 미생물은 세상을 뒤흔들기도 하고 잠시 활동하다 사라지기도 합니다.
미생물은 인간에게 공포스럽기만 한 존재가 아닙니다.
와인이나 맥주를 발효시키고 빵을 부풀게 하는 효모는 미생물이지만 우리 생활을 이롭게 하는 미생물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단세포 생물인 효모가 평소에는 무성생식을 하다 영양물질이 부족하거나 다른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는 유성생식을 한다는 점입니다.
총상을 입은 미국의 20대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것은 총상 때문이라기 보다는 처치되지 않은 총상 부위를 소독되지 않은 손과 수술도구로 몸을 헤집으며 미생물에 감염되었기 때문이었고 그의 죽음으로부터 60년 후에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이름없는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살린 것도 미생물에 의한 페니실린 덕분이었습니다.
역사에 기록된 미생물은 위험한 면만 부각되었지만 사실 인간에게 반드시 질병을 일으키는 '1차 병원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미생물이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것처럼 보이지만 미생물은 자신이 할 일을 한 것 뿐이고 미생물을 불러 내어 수많은 사람이 죽은 것이나 그것을 이용해서 우리에게 유용한 것을 만들어낸 것 모두 인간이 한 일입니다.
이 책은 과학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역사책을 읽듯 부담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입니다.
저처럼 미생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계신 분이나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생물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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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