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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 - 이제부터 당신 메뉴에 '아무거나'는 없다
마틴 코언 지음, 안진이 옮김 / 부키 / 2020년 8월
평점 :
음식에 관한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
아기가 태어났을때 뭘 먹여야 할지 몰라 샀던 책부터 시작해서 더이상 할 반찬이랑 국이 없어서 답답한 마음에 구입한 밥차리기 관련 책들(나물이네부터 백선생님까지 다양한 선생님들 덕분에 지금까지 굶지 않고 잘 살고 있다), 아이가 커가면서 아이의 건강을 생각하며 '먹여야 할 것과 먹이지 말아야 할것'을 구분하기 위해 읽었던 책 그리고 나를 위한 다이어트 관련 책까지... 대충 책장에서 보이는 것만 뽑은 것이 저 만큼이다.
이번에 새로나온 책인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출판사 부키)'은 그간 읽어왔던 음식에 관련된 모든 책의 상식을 뒤엎는 '음식에 관련된 다방면의 포괄적 지식'이라고 표현하는게 맞을 것 같다. 음식의 조리법과, 식자재의 역사적 스토리 및 과학적 특성과 더불어 철학적 의미까지 정말 말 그대로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이라는 제목이 더 이상 정확한 표현일 수가 없다.
이상적인 식사란 무엇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 5대 영양소가 골고루 갖춰진, 좀 더 신경쓰자면 설탕과 소금이 좀 덜 들어간 건강식 이런게 이상적 식사가 아닐까 라는 막연한 상상을 하게 된다. 여기서 작가는 '이상적 식사'를 정의하기 위해 장자크 루소의 <에밀>이라는 책을 가져온다.
루소가 이상적인 식사에 대해 뭐라고 했는지를 알아보려면 <교육론>이라고도 불리는 <에밀>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는 이국적인 재료와 고급 요리를 좋아하는 당대의 유행을 따르지 않고 평범한 음식의 독특한 성격을 강조했다. -152p
식탁위에 계절의 변화를 담아내라고 했다는 루소의 구절에서 법정스님의 밥상이 생각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 자연에 순응하는 것 이것이 바로 가장 건강한 삶이라는 것이 바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각'이 아닐까 한다. 유명한 교육책으로 알려져 있는 <에밀>에서 이런 음식에 대한 철학자의 생각을 가져오듯이 이 책은 플라톤, 피타고라스 등과 같은 수많은 철학자부터 시작해서 히틀러, 마르크스 등 정치 사상관련 인물의 책이나 기록에서 음식에 대한 수많은 고찰을 가져와 음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과일과 채소는 원래 건강에 좋은 음식이어야 마땅하지만 실제로는 갖가지 독극물과 몸에 나쁜 성분들에 흠뻑 젖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먹는 생선은 대부분 양식 생선이므로 호르몬과 항생제를 먹여서 길러졌을 것이다. 그리고 우린 통조림에 든 생선도 먹는다. 우리는 플라스틱 테두리를 두른 캔 위에 앉아서 화학 물질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과 같다. (중략) 한마디로 수천년동안 건강에 좋았던 음식들이 이제는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이 되었다. p315
책을 다 읽고 난 후 일단 가장먼저 가정용제빵기를 사야 하나 고민했다.그러다가 다시 시중에 파는 제빵용 믹스의 성분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그냥 빵을 덜 먹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내 입에 들어가는 것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것들이었구나 하는 생각부터 냉장고 속의 우유에 대한 이런 저런 잡념까지 이 책 하나가 음식에 대한 나의 기존의 상식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았다. 먹는 다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