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그렇게 산다고.너만 힘든거 아니라고. 딱히 이겨낼 방법은 없으니 잘 견뎌내라고. 림프종 항암 치료를 끝내고 새롭게 써낸 신작 '살고 싶다는 농담'은 삶의 바닥 끝에서 돌아온 허지웅 작가님이 세상에 말하고자 하는 진솔한 이야기가 절절하게 담겨 있다. 책을 읽으면서 보통 책속에 빠져들게 되는데 이 책은 계속 나를 돌아보게 하는 재주가 있다. 아무리 덜떨어져도 인사 잘하고 성실하면 중간은 간다. 정작 어릴 때 들었을 때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가 삶을 통해 신뢰하게 된 명제다 p45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자신이 경험했고 깨닫게 되었던 점을 알려줌으로써 자신이 했던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하고 그간 알게된 삶의 지혜를 꼼꼼하게 전달해 주고 싶은 '형 허지웅'의 모습이 곳곳에 드러난다. 인사 잘하면 중간은 간다는 것. 그건 내가 우리 아들 4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했던 말이다. 수영장을 '다녀야 했던' 우리 아들은 5살 전까지 혼자 수영복을 벗고 입는 것도 못하던 터라 여탕으로 들어와야 했다. 할머니들은 모두 쌍수를 들고 귀엽다고 하시는데 꼭 여자 아이들 엄마나 아가씨들은 눈을 흘기며 '다큰 남자애'가 여탕에 들어왔다고 항의하는 경우가 있었다. 아... 4살짜리 애를 남탕으로 혼자 보낸 수도 없고. 그래서 그 고난의 행군속에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인사' 였다. 누구를 보던간에 밝게 인사를 하고 애도 인사를 시키자. 눈을 마주치고 안녕하시냐 안녕하셨냐 그간 왜 안보이셨냐. 이 한마디 묻는 것이 정말이지 마법같은 효과를 발휘하고는 했다. 허지웅 작가님도 꽤나 진흙탕 길을 헤치고 걸어오신 것 같은데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나 싶었다. 인사잘하고 성실하면 중간은 간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정말 인생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명제 중에 하나임이 틀림없다. 불행은 누구에게나 갑작스럽게 온다. 내가 지금까지 40여년간 살면서 깊게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면 '어느 집구석이나 아무 걱정 없은 집은 없다' 라는 것이다. 이게 뭐 나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이 되었든 남의 불행을 보고 내가 조금 위안 받겠다는 찌질한 발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건 간에 걱정없는 사람은 없다. 이럴때 어떻게 해야 하나.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행은 솔직히 그 불행의 강도를 떠나서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강한 멘탈을 가지고 있느냐에 결과가 많이 좌우되는 것 같다. 네가 생각하고 있는 그것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벌어질 일이 벌어진 거다. 그러니까 괜찮다. 찾을 수 없는 원인을 찾아가며 무언가를 탓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에 수습하고, 감당하고, 다음 일을 하자. 그러면 다음에 불행과 마주했을 때 조금은 더 수원하게 수습하고, 감당하고, 다음 일을 할 수 있다. p57이 문장에 얼마나 많은 경험이 들어 있는지 이런 일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알 수 있을까. 허 작가님은 이 챕터를 쓰면서 앞으로 불행이 닥치면 이렇게 견뎌내 보라 라고 쓰신 거겠지만 나는 오히려 이부분을 보며 '아 내가 그래도 그렇저렇 잘 견뎌내 왔구나' 라고 느꼈으니 일종의 힐링이라고 해야 하나. 읽으면서 그간 나에게 잘해왔다고 하는 거 같아 눈앞에 눈물이 아른거리기도했다. 챕터 하나하나 따뜻한 조언으로 가득차 있는 이번 에세이는 모든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듯하다. 참고로 스타워즈 시리즈를 이것 저것 몇개씩 보곤 했는데 정체적인 줄거리가 그런 내용이었는지 난 정말 몰랐다. 작가와 감독, 영화가 암시하는 내용까지. 이 책에서 나오는 영화 이야기도 몇편 되는데 다들 내가 그간 생각했던 내용에 깊이를 더해주는 주옥같은 내용들이 많았다. 영화 관련 에세이를 하나 전문적으로 써보심이 어떠실지...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고 그런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난 이 책에서 큰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었다.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