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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 - 사랑, 결혼, 가족, 아이들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근원적 성찰
울리히 벡.벡-게른스하임 지음, 강수영 외 옮김 / 새물결 / 1999년 7월
평점 :
결혼에 사랑이 가미된 것은 근래의 일이라 한다.
"사랑해서 하는" 결혼의 변화는
사회적 재생산기지인 가정에 낭만적 가치를 더해주었지만
법적으로 영속적인 결혼과 유한한 감정인 사랑의 본질적 충돌을 일으켰다
이런 충돌은 오히려 결혼에 사랑이 없던 시절보다 더 불행하기에
사람들은 사랑이 영원해져 모순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순간,
"과거"와 "미래"가 "현재"에 침해당함으로써
가짜 영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는 과거에 아무도 만난 적이 없고
(회상은 현재에 대한 불만으로 간주된다)
미래에도 당연히 너를 사랑할 것이라고 약속함으로써
(happily ever after)
우리는 두 사람이 이 "영원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로 하는 것을
"연애"라고 부르며
연인들은 상대가 이 약속을 어길 때 상처받고 싸우고 헤어진다.
영원에 대한 약속이 관계를 깨어버리는 방아쇠가 되는 아이러니.
사람들을 이 약속의 헛됨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약속이 수없이 깨어졌던 "과거"와
결코 지속된 적이 없던 "미래"가
오히려 "현재"를 잃게 하는 것을 여러 번 겪어왔다.
당신과 나는 "현재" 속에 있다.
"과거"는 추억으로 내 안에 오롯이 남겨져 있고
"미래"는 당신도 나도 닿아보지 못한 미지의 곳이며
"현재"야말로 행복한 지금 이 순간,
다른 시간으로 번져나가 흐려져버리게 할 수 없는 보물 같은 시간.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이
계속 기억되어질 "과거"가 되기를 소망하고
이 행복이 "미래"에도 계속되기를 바래보는 것은
어리석지만 이해할 일이다.
영원은 신의 것이나 인간은 계속 그것을 탐해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