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 - '88만원 세대'를 넘어 한국사회의 희망 찾기
우석훈.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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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불친절한 책이다. 질문자와 대답자의 말이 불성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각자의 말을 둘러싼 상황들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가 과연 임기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 잘 알고있지 않다면 끝까지 읽어가는 데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전체적으로 우석훈씨가 주로 비판하는 대상은 참여정부의 정책들이다)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판과 '천천히 죽어가는 것들'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는 그동안 참여정부 자체와 유시민에 대해 항상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해왔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저작과 유시민의 저작을 통해서만 참여정부의 입장을 들어왔다. 그렇기에 항상 '우리편'의 심정으로 참여정부의 정책들을 받아들여왔고,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비판'이 아니라 '반성'에 가까운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집을 읽으면서 시각을 교정할 기회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지 : 경제학자로서, 노무현 정권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우 : 케인즈 우파, 악질 케인즈주의자들이죠. 케인즈를 제일 악랄하게 해석한 경우입니다. 


지 : 사람들이 남의 얘기를 잘 안듣는다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구요 (노무현 정부에 대해)
우 : 대화가 어렵더라구요. 하여간 아주 대화하기 힘든 상대였습니다. 말을 안 들어요. 도무지 듣지를 않아요. 명색이 듣고 반박하고 하는 게 토론 과정인데 들어야 할 거 아녜요. 듣지를 않는데, 뭐 얘기할 길이 없죠 


지: 노무현 대통령을 정치력, 조직 관리 측면에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치 9단'이라고 생각될 때도 있었는데, 지금 봐서는 그렇지도 못한 것 같구요.  

우: 자기중심에서의 세계관이 뚜렷한 사람이죠. 사람은 누구나 잘못 생각할 수도 있고, 판단을 잘못 내릴 수도 있거든요.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중심성이 강한 것 같아요. 그래서 대화하고 토론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생략 되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패턴 자체를 보면 밀실 정치였던 것 같은데, 그래서 통치술 같은 것을 많이 고민했던 것 같고, 대중을 조작이나 선동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국민을 사랑했느냐 하면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기를 많이 바랐던 것 같아요. 그런식의 밀실주의를 벗어나는 것은 우리로서도 어려운 숙제고, 사실 선진국도 잘 못하는 부분이거든요. 하여간 밀실정치, 밀실 행정이 5년동안의 특징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아직도 참여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김대중 정부로부터 시작하여 참여정부까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 많은 비용들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참여정부는 굉장히 성공한 정부"라고 주장하는데요. 

우: 그건 외치에 관한 얘기구요. 정부라는 건 내치도 해야죠. 그렇게 치면 외치를 위해서 내치를 너무 안 한 거 아녜요? 평화에 대한 대가가 꼭 강화된 신자유주의여야만 하느냐면 그렇지도 않거든요. 그런 논리대로 한다면 "외치만 있었던 10년 정권 아니냐? 그 동안 한국 민중이 어떻게 됐는지 아느냐?"고 묻고 싶어요. 평화에 대한 대가가 신자유주의나 거의 방임주의에 가까운 형태로 나타났거든요. 그건 그 사람들이 선택한 거고, 전 그게 잘못된 거라고 보는 거죠. 

 

대학교 1학년때 경제학 원론을 대충대충 수강했던 것 빼고는 경제를 제대로 공부해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케인즈주의를 가장 악랄하게 해석했다는 진단을 100% 이해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 외에도 전체적으로 맞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보인다. 시각 교정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기점으로 참여정부에 대해 비판하는 '새로운' 글을 이제는 찾기가 힘든데, 우석훈씨의 이전 저작들을 잘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32쪽) 새만금 아니더라도 갯벌을 10년 내내 죽여놓고서 "갯벌이 큰 일"이라고 얘기하는 게 웃기는 거죠. 석유 같은 것은 위험해 보여도 중장기적으로는 분해가 되거든요. 카드뮴이나 중금속 오염에 비해서는 훨씬 부드러운 겁니다. 저건 그냥 내버려두고,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10년 동안 거기 있는 거 안 먹으면 되거든요. 그런데 중금속 오염 등으로 갯벌 죽는 것은 10년이 아니라 100년이 가도 답이 안 나오는 거예요. 영원히 죽는 거잖아요. 지금 자원봉사 할 정성을 다른 곳에 쏟았으면 새만금을 살릴 수 있었을 겁니다. 천천히 죽는 것들에 대해서는 누가 울어주느냐는 거죠.

평소 나의 인생관, 세계관과 딱 부합하는 부분이다. 평소에는 다른 데서 '지랄' 해 놓고서는 눈에 띄는 사건 하나가 터져야 그제서야 호들갑 떨며 그전에는 잘했다는 듯이 위해주는 척 행동하는 우리 모습이 나는 역겹다.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역겨움에 대상에는 나도 당연히 포함된다. 

왜 우리는 평소에 정말 중요한 것들에 대해 관심을 쏟지 못할까? 삶이 너무나 팍팍해서 그렇게까지 관심을 쏟을 여유가 없는걸까? 그렇다고 삶을 돌아보면 또 그렇게 엄청 바쁘지도 않은데.... 올바르게 살기는 참 어려운 것이다. 흔히 말하듯 현실은 시궁창인데, 오염물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그 와중에 아름다운 장면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잔뜩 쌓인 곳이 바로 우리가 생활하는 지금 이곳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평소에 조금씩 관심을 가진다면 차근차근 해결하고, 또 나쁜 사건이 다시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데 우리는 그걸 못한다. 그러다가 정말 눈에 띄는 큰 사건이 한 번 일어나야 그제서야 그곳에 온통 관심을 쏟는다.

 

다 읽고나니, 우석훈을 새롭게 만난 느낌이다. 나는 분명 88만원 세대를 읽은 독자인데, 이번 인터뷰집을 거치고 나니 우석훈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아는 것이 너무 없던 시절에 88만원 세대를 읽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우석훈의 저작들을 제대로 읽어봐야겠다.

읽은 기간: 2010 12 22 ~ 2010 12 29

정리 날짜 : 2010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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