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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쁜 딸입니다 ㅣ 라임 청소년 문학 65
파스칼린 놀로 지음, 김자연 옮김 / 라임 / 2024년 5월
평점 :
제목만 보고는 딸이 가족에게 나쁜 짓을 했나? 아니면 말을 안들었나 로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건 가정폭력의 순간에 엄마를 지키지 못했던 딸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책 소개시
<나는 나쁜 딸입니다> 는 사회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반복되어 일어나는 아픈 문제들을 떠올리게 한다. 나아가 왜 어떤 폭력은 개인적인 일 또는 사소한 일로 취급되어 세상 밖으로 드러나지 못한 채 되풀이되는지를 질문한다.
리라는 끝내 폭력에 굴복하지 않았던 엄마처럼, 자신과 엄마를 외면했던 사회에 굴복하지 않고 아프도록 날카로운 목소리를 낸다. 그 목소리는 사회적 인식의 사각지대에 일침을 가하며, 무관심한 사람들의 마음을 서늘하게 관통한다.
라고 되어있었다.
제목에도 썼듯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하지만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
바로 폭력 문제인듯 하다. 뉴스를 보면 심심치않게 나오는 폭력문제. 학교폭력이라든지. 데이트폭력, 묻지마폭행.. 다양한 폭력들이 늘 벌어지고 있는듯하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분명 있겠지만 나오지는 않는 가정폭력. 한 가정의 일. 부부사이의 일이라고 쉬쉬하는 것일까?
데이트폭력, 연인간의 폭력이 해결이 되지 않고 결혼으로 이어진다면 가정폭력이 되는게 아닐까?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 보호받아야 하는 이들이 가정이라는 이름하에 다른이들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속에 방치되고 있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있다.
표지속 노을이 비치는 욕실안에서 평화로운 모습의 소녀
하지만 소녀의 표정은? 어딘가를 응시하는지..왠지 초점이 사라진듯하다.

병원 복도의 의자에 앉아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로보는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엄마.
혹시라도 내가 부서져 내릴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다친 사람은 엄마였다. 완전히 산산조각 나 버린채로..
차마 엄마를 쳐다보지 못하고 한숨을 푹 내쉬며 괜찮다며 힘없이 중얼거리고는 벽에 붙은 헌혈 홍보 포스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엄마도 나도 괜찮다는 그 말이 거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한가요?" 라며 간호사가 한껏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지만..
엄마와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간호사가 도와줄 일이 뭐가 있을까? 아빠를 바꾸는 것 말고는 도무지 방법이 없는데..
괜찮다고 했지만 선뜻 발을 떼지 못했던 간호사는 업무 호출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일어나 사람들 틈으로 섞여 사라졌다. 나는 간호사가 떠나기 전 피로가 가득 배인 두 눈에 어린 동정심을 읽었다.
그 눈빛이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쁜 거지? 내가 왜 저 사람의 생각을 신경 쓰는 거지? ..
이제 저런 시선에 익숙해져야겠지. 어차피 사람들은 다 저런 눈으로 나를 볼 테니까.
나는 더 이상 '리라 고티에'가 아니다.
'맞고 사는 여자의 딸'이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맞고 사는 여자의 딸, 리라 고티에의 이야기다.
아빠의 폭력으로 인해 맞고 사는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를 그냥 보고만 있어야 했던 딸
리라에게도 아마 할말은 있었을것이다. 두 동생들을 지켜야했으니깐.
자신이 아빠의 폭력에 휩쌓일 상황이었으면 엄마는 기꺼이 자신의 방패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러질 못했다. 병원 의자에 앉아서 현실과 회상속에서 리라는 왔다갔다하며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빠에게 엄마가 어떻게 폭력을 당했는지. 그리고 밖에서의 아빠의 모습이 어땠는지.
밖으로는 사람을 구한 영웅인 아빠는 안에서는 엄마를 의심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무자비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리라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구할수가 없었다.
할머니에게 힘들게 비밀을 털어놓으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할머니는 화를 내지도 깜짝 놀라지도 않으며 자신이 어떻게 하길 바라냐고 되물었다..
자신은 엄마에게 네 아빠와 결혼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다며 엄마가 감수할 일이라면서..그리고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그 사람을 도울 수 없다며 노력해야 하는건 바로 네 엄마라고. 조금이라도 의지를 갖고서 거기서 벗어나려고 해야지. 맞는 것이 두렵다고 해서 모든 걸 정당화할 수는 없어라며..
아직 어린 리라는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분명 도와줄거라 생각했는데 할머니는 엄마의 엄마니깐.
하지만 엄마 스스로 원하지 않으면 도와줄 수 없다는 말을 한 할머니를 리라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말 할머니의 말처럼 그런 낌새가 보였으면 결혼을 안하는게 나았을텐데.. 그걸 알고도 결혼한 엄마의 잘못일까? 아마 그때는 어쩔수없었을것이다. 그리고 리라가 회상할때처럼 처음엔 그렇게 폭력을 행사하고 나서는 엄마한테 눈물 흘리며 잘못했다 용서를 빌고 잘해줬을테니깐. 고쳐지겠지라고 생각했을테지..
리라는 리라대로 엄마가 그런 상황을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엄마도 나름 노력은 했었다.
그걸 너무 늦게 시도했을뿐이지..
가정 폭력은 울타리 속 그들만의 일이라고 끼어들기 어렵다고 생각을 한다.
아마 나부터도 그럴 것이고 괜히 끼어들었다가 봉변을 당할 수도 있을꺼란 생각을 하지 않을까?
게다가 어느순간부턴 이웃사촌이란 소리가 무색하게 이웃들과도 인사도 줄어든 요즘이니 더욱 더 그럴것이다. 아이들에겐 부모의 싸움을 목격하는게 가장 큰 공포며 충격이란 걸 어디선가 들은적이 있다.
나도 그래서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되도록이면 아이들앞에선 다투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고..
책을 읽다보면 이건 무슨 상황이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리라가 병원 의자에 앉아서 과거속 상황과 현실을 왔다갔다 하고 있기에...
맞고 사는 여자의 딸이 아닌 죽은 여자의 딸이 된 리라..
리라가 얼마나 충격을 받아으면 그랬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아이들에겐 견디기 힘든 순간일텐데..
리라가 할머니에게 도움의 손길을 원했을때 할머니가 폭력속에서 엄마를 데리고 나왔더라면. 이웃들이 큰소리가 났을때 한번은 집을 들여다봐줬다면 ..리라가 이렇게 자신을 자책하진 않았을텐데...
리라는 엄마를 위해 그리고 자신과 동생들을 위해 더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한다.
주변에서 아무도 나서지 않고 국가가 국가란 이름에 걸맞은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우리가 진정으로 폭력과 맞서 싸우지 않아서 끔찍한 이야기를 반복할 누군가들을 위해 리라는 끊임없이 반복해서 말하고 글로 쓰고 소리칠 거라고 한다.
무관심 방관..이런저런 요소들이 모여서 한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가정이 파탄나게 된 이야기.. 그로 인해 상처받았지만 가슴속에 묻어두지 않고 또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세상에 목소리를 내려는 리라의 이야기. 아마 리라의 집만이 그런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이순간 우리가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는 이순간에도 어느선가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어떤 폭력이든...젤 무서운게 방관하는거라고 하였다.
만약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가 있다면 조금은 용기를 내보는건 어떨까?
조금 더 이웃에게 따뜻한 눈길을...손길을 보내는 사람이 되보면 좋겠다..
가슴 아프지만 모르고 지나치지 말고 한번쯤은 생각해봤으면 하는 주제이기에 청소년기의 아이들..어른들이 읽어보면 좋을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