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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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그 때는 그의 소설인 1Q84가 한참 베스트셀러였던 때여서 소문을 들은 나는 그 책을 빌리기 위해서 동네 도서관이나 학교 도서실을 찾았다. 도서관에서는 신간 소설, 거기에다 한참 잘 나가던 소설은 다른 사람도 잘 찾았으므로 책을 빌리기가 어려웠다. 여러 번 허탕을 친후, 나는 꿩 대신 닭이라고 그의 다른 소설인 해변의 카프카를 빌려 읽었다.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해변의 카프카는 19금딱지만 안 붙었다 뿐이지 그(?)장면이 아주 적나라하다. 정사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하루키의 소설들 중에서도 아주 강한 편에 속한다. 그런 사전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교실에서 책을 읽다가 당황했던 기억이 있었다. 이 강렬했던 첫 만남 덕에 나에게 하루키=야한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이 인식은 후에 그의 다른 소설을 읽어가면서 점차 사라졌지만, 이런 부분만 보고 그의 소설들을 외설로 취급하는 독자들도 많이 있어서 안타까울 노릇이다.


웬만한 작가들은 자신의 문학관이나 창작방법을 소개하는 책을 한 권씩 내고는 한다. 이 책도 그런 책과 같이 하루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학에 대한 생각과 창작에 임하는 자세 등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소설을 창작하라는 식의 얘기는 없기에 하루키가 소설을 창작하면서 느끼는 생각을 정리한 에세이 정도로 이해하면 적당할 것 같다.


소설가로서의 하루키 자신을 묘사한 이 책은 꽤나 흥미로운 장면이 많다. 우선 하루키가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는 장면이 재미있는데, 야구장에 갔다가 자신 쪽으로 날아오는 공을 불연 듯이 소설이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 다음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재즈 바의 주방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완성한 소설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처음 쓴 초고는 소설을 써본 적이 없는 자신이 봐도 엉망이어서 고쳐 썼고 그걸 잡지에 응모했더니, 신인상도 받고 함께 책도 꽤나 팔려서 소설가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날아오는 공을 보고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 라는 말은 성경 속에서 기독교 신자가 신에게 계시를 받는 것 하고도 비슷하게 보인다. 작가의 말이 어이없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창과에 다녔던 나의 경험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 자신이 글을 쓰고 싶다고 결심한 계기도 하잘 것 없는 것에서 시작되었고 오히려 거창한 이유로 문학을 시작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소설가로서 겸손한 편인 하루키는 자신이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그저 글을 쓰는 것이 즐겁고, 좋은 독자를 만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소설가로서 가장 큰 책무는 독자에게 양질의 소설을 제공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없다고도 하는데, 어찌 보면 이 말은 앞의 말과 모순되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을 위해서 하는 소설 쓰기로 타인까지 만족시킬 수 있다니. 그거야말로 재능이 있다는 말이 아닌가 싶다.


하루키의 소설은 꽤나 오해를 많이 받고는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적나라한 정사 장면을 넣기도 해 몇몇 독자들은 그의 작품을 단순한 외설 취급하기도 하고, 그의 가독성 높은 문체는 가벼운 문체로 여겨져.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일반적인 팔리기 위해서 쓰여 진 소설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하루키 다운 것 이 책에서도 설명하는 오리질내러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작가 본연만의 매력은 작가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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