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6 - 구부의 꿈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군인들이 많이 읽는 작가 세 명을 꼽아보라면 김진명, 귀욤 뮈소, 더글라스 케네디. 이렇게 세 명을 들 수 있다. 물론 이들은 일반 독자들 사이에서도 베스트셀러 작가로 통하지만, 군인들 사이에서의 위상은 따라올 작가가 없다. 이 세 명중 그나마 좋아하는 작가는 더글라스 케네디. 나머지 두 작가의 소설을 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군인이었을 때나 읽었고 전역을 한 지 일 년이 넘은 지금은 아예 읽지 않는다. 이 두 작가를 싫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가장 큰 이유는 수 십 권의 책을 출판하면서도 그 소설들이 비슷한 내용과 주제, 구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귀욤 뮈소의 경우. 그의 소설에는 항상 잘 생기고, 잘 나가는 남자가 등장하고 마찬가지로 예쁘고 매력적인 여성이 등장해 그 둘은 사랑에 빠지고 우역곡절 끝에 사랑은 좋은 결말로 끝이 난다. 모든 로맨스 소설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런 내용일 것이다. 그러나 그 스토리가 수십 권 동안 이름만 바뀌어서 다시 등장한다면? 그건 작가가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귀욤 뮈소의 소설은 재미있다. 이번에 새로 영화로도 개봉한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이렇게 작가를 비판하는 내가 읽어도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그러나 그 소재가 잘 먹혔다고 비슷한 소재로 다른 소설을 쓰는 건 심하지 않는가. 이런 식으로 작가가 비슷한 소설만을 쓰는 것을 자기 복제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작가를 싫어한다.


김진명도 자기 복제를 하는 대표적인 작가 중 하나다. 그의 소설은 항상 똑똑한 주인공이 등장하고 그 주인공은 한 민족에 관련 된 음모에 휘말려서 이리저리 쏘다니다가(고생도 아니다 진짜 쏘다닌다.) 새로 알게 된 한 민족의 위대함에 감동하며 소설이 끝난다. 이런 식의 내용이 계속 반복 된다. 문장은 평이하고, 플롯은 반복되며, 등장인물은 평면적이다. 그의 소설을 읽을 때는 한 페이지를 읽을 때. 세 문장만 읽으면 내용파악이 가능하다. 이런 작가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책을 판 작가 중 하나라는 게 신기할 노릇이다.


그럼에도 그의 소설인 고구려를 6권까지 읽었다. 읽었을 뿐만 아니라 꽤나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하필 고구려 1권을 읽었을 때가 책을 한참 읽지 못했던 훈련병시절이었던 게 문제였다. 두 달 동안 책을 못 읽었는데, 수료식 때 외출을 나갔던 동기가 그 책을 가지고 들어온 것이다. 활자에 목마르던 나는 미친 듯이 책을 읽었고 그 기세는 자대에 전입할 때가지 이어져, 선입에게 책을 빌려 당시 출간되었던 고구려 5권까지 모두 읽었다. 그런 기억 때문에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꼈던 실망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고 그렇기에 피 같은 돈으로 고구려 6권을 사고, 소중한 젊음을 낭비해가며 그 책을 읽은 것이다.


소설은 사유의 아들인 구부가 왕으로 즉위한 이후를 전개해 나간다. 소설 처음부분부터 어이가 없는 장면이 나오는데, 유학자들이 모여서 세계정세를 논하고 중국민족의 기상을 위해서 음모를 꾸미는 장면이 나온다. 뭐냐? 이건? 흑막인가? 이 장면에서 중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유학자라는 양반이 나오는데, 작가는 분명히 소수림왕이 집권한 시기에 유명한 유학자 이름만 빌리고 역사적인 배경 같은 건 조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일단 세계를 조종하는 흑막이 있다는 설정부터 유치하지 않는가. 음모론으로 소설을 팔아먹는 양반이 쓸 만 한 장면이다.


소설의 소개 글에도 등장하는 ()의 바다를 멸하리라와 같은 문장에서도 보이듯이 국수주의에 심취해 역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주장을 펴는 문장은 신경 쓰이는 것을 넘어 역겹다. 예를 들자면 유교를 공자가 만든 거대한 사기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온다. 물론 유교에 의한 폐해도 존재하지만 유교는 한국인의 근본적 정신을 이루는 요소다. 유교가 중국인인 공자에 의해서 탄생했다고 유교를 부정하는 것은 여태까지의 한국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전 권까지는 이런 부분이 덜하고 소설적인 재미를 추구해서 그나마 나았는데, 6권에는 이런 식의 주장을 대놓고 서술한다.


이 책을 쓰기 위해서 17년 동안 고민했다고 하는데, 무엇을 고민 한 건지. 소설의 완성도를 높이는 고민인가 아니면, 역사의 고증을 위한 연구인가. 이 소설에서 나오는 주장이 확대되면,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이 되고, 중국의 동북공정이 되는 것이다.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홍보하는 문구를 볼 때마다 민망하기만 하다. ‘앞으로는 삼국지를 읽기 전에 고구려를 읽을 것이다라던지 '대한민국을 지키는 국보급 소설'이런 문구가 눈에 띤다. 김진명 작가의 소설이 국보급이면 한국 문학은 이미 멸망한 것이다. 이런 자화자찬을 홍보를 넘어서 작가 스스로 하고 있다니 작가가 아닌 장사꾼의 마인드가 아닌가 싶다.


고구려 7권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지만, 나는 읽지 않으려 한다. 최소한 돈을 주고 그 책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한 말씀 드리자면 부디 이 책을 돈을 주고 사거나 젊음을 낭비하며 이 책을 읽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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