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 - 짜릿한 자유를 찾아 떠난 여성 저널리스트의 한 달에 한 도시 살기 프로젝트!
마이케 빈네무트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독일에서 건너온 이 책을 구매한 건 작년 8월쯤으로 이 책이 아직 신간이었을 때다. 처음 살 때는 바로 읽어 벌릴 생각이었는데 계속해서 미루다가 올해 1월에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별다른 고민 없이 표지가 예뻐서 샀는데, 그런 고민의 부재를 재촉한 것이 책 뒤표지에 써 있던 소개문구 때문인 것 같았다. 68주 연속으로 독일의 베스트셀러라는 말과 찰지 게 잘 써놓은 소개 글에 홀랑 넘어가고 말았다.


그러나 책을 읽어 가면서 처음 가졌던 설렘은 점점 실망으로 바뀌게 되었다. 12개의 도시를 한 달 마다 살아간다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하게 느껴졌고, 몇 년 만에 책을 읽는 것을 포기할까 고민했다. 여행 에세이를 처음 읽어 보는 것인데, 첫 경험이 좋지 않게 끝나 버리고 말았다.


이 책을 쓴 작가는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프리랜서로 독일의 유명 퀴즈쇼에서 우승하게 되고 그 상금으로 세계를 여행하게 된다. 무려 일 년 동안 한 달씩 세계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는 과정과 그 여행을 통해서 깨닫게 된 사실을 기록한 게 이 에세이 집이다. 살아온 도시마다 한 편씩 한 파트를 차지하고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합쳐서 총 열 세 파트의 글이 존재하는데, 편지글의 형식이고 받는 이는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 옛 연인, 혹은 여행을 하면서 알 게 된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다.


내가 이 책에 실망하게 된 이유는 이런 편지 형식이 끝없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도 비슷한 구조를 반복하면 지루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런데 350페이지 책에서 이런 구조가 12번이나 반복된다. 직접 여행을 한 저자는 다양한 것을 해보았겠지만, 책에서 묘사된 과정은 대게 친구의 친구를 만나거나, 어떤 것을 배우거나 등등의 이야기다. 거기에다 저자가 느끼는 감상은 일맥상통하게도 인생은 짧고 한 곳에서 지내기에는 세계는 즐거운 일이 많다는 것이다. 이 말이 너무 빈정거리는 것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식의 감상이 반복되었기에 행복을 논하는 자기계발서의 한 페이지 같다는 인상마저 느꼈다.


내가 소설을 많이 읽는 독자여서 이렇게 느낀 것일 지도 모른다. 소설에서 이러한 형식의 구조는 있어서는 안 된다. 대놓고 감성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3류 작가나 하는 짓이고 장편 소설에서 비슷한 구조가 반복되는 것은 재앙에 가까운 일이다. 일반적인 에세이라면, 각각의 장은 독립되어 있기에 비슷한 형식의 글이 반복되는 것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지만. 세계 여행이라는 연속성을 가진 이 책을 일반적인 소설책으로 생각하며 읽게 되었으며 읽는 내내 지루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에 좋지 않은 감상만 가지게 된 것은 아니다. 여행이 반드시 즐거운 일만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주거나, 여행을 떠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말라는 충고는 공감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상하이의 공원에서 붓에 물을 묻혀 보도블록에 그림을 그려주는 노인에 대한 에피소드는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만큼은 이 책이 에세이라는 것 그렇기에 이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이 좋았다. 경험한 사람이 영원이 잊지 못 할 인생의 아름다운 한 장면 이라고 느껴졌다.


작년 12월에 나는 친구들과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 여행을 시작 한 계기는 김치찌개 집에서 내가 한 그럼 한 번 가보자라는 한 마디에서 시작되었다. 이 사소한 한 마디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5일의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이런 경험 때문에 나는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것에 공감된다. 그러나 그런 공감도 처음부터 30페이지까지 정도지 이 정도 분량까지 끌고 갈 것은 아니다. 30페이지 다음부터는 내내 지루하기만 했지만, 책 전체의 13분의 1을 제외하고는 지루하기만 한 책은 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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