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 조지 손더스의 쓰기를 위한 읽기 수업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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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딘 메인에 이 책이 떴을 때 사실은 그다지 눈여겨보지는 않았다. 매해 비슷비슷한 책이 출판되는 흔한 작법서 중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인스타그램에 팔로우 한 작가님이 이 책을 추천해주었고 그 때문에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그리고 진작에 이 책을 살걸 하고 후회했었다.


저자인 조지 손더슨은 작년에 발매된 <패스토럴리아>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소설을 읽고 난 뒤에 든 생각은 참 호불호가 갈리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사실 표제작인 <패스톨럴이아>를 제외하면 다른 소설을 내가 제대로 이해했나 생각까지 든다. 무언가 난삽하고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랄까?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패스토럴리아>의 작가와 같은 사람이라는 건 아주 뒤늦게 알게 되었다. 어떻게 그런 소설을 쓰는 사람이 러시아의 고전 소설들에 대한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였다. 물론 답은 나와 있었다. 조지 손더슨은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에서 자신의 글쓰기에 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데 한마디로 자기도 그렇게 쓰고 싶었지만 쓸 수 없었다.’라는 것이었다. 작가는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를 명확히 마주하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소설이라는 고유의 창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여하튼 소설가인 조지 손더슨과는 잘 안 맞는 편이라는 걸 확인하고 이 책을 읽었다. 문학을 가르치는 조지 손더슨과는 잘 맞을까? 답은 그렇다.’였다. 너무 잘 맞아서 탈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대학에서 교육하는 커리큘럼을 책으로 만든 것이었는데 러시아 고전 작품을 해부하면서 그 소설에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 어떤 식의 미학이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엄청나게 열정적으로 설명해주는데 보통 옛 명작을 소개하는 책이 모두가 아는 좋은 말, 교훈에 이르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 책도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좋은 말, 교훈 등등. 하지만 그 과정이 굉장히 아름답다. 명작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 이렇게 재밌고 좋을 수가 있다니. 마치 나와 동류인 문학 오타구와 대화하는 기분이었는데, 본인의 가치관 인생 등도 깊게 녹여내서 매 페이지가 흥미롭다. 거의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었는데 매 페이지를 음미하며 읽었기에 이 책을 읽는데 다소 시간이 소요되었다.


단순히 창작 작법서라고 말한다면 부족한 설명일 것이다. 본인의 이야기나 철학도 담겨 있으며 무엇보다도 문학을 읽는 아름다움과 기쁨을 너무나도 잘 느끼게 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작가가 소개하는 모든 단편을 사랑하게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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