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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사과의 마음 - 테마소설 멜랑콜리 ㅣ 다산책방 테마소설
최민우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1월
평점 :
‘멜랑콜리’ 테마의 소설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가 했다. 사전을 찾아보니 멜랑콜리는 ‘우울’ 과 ‘비애’를 나타내는 용어다. 실제로 테마가 테마이기도 했기에 이 소설은 인간의 우울을 소재로 한 소설이 주를 이뤘다. 구성된 작가의 경우에도 임현 작가를 제외하면 아직 단행본을 출간해 본 적이 없는 작가들이었기에 이름들도 다 낯설게 느껴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스터디가 아니었다면 이 소설을 읽을 일이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우울을 다룬 소설이기에 소설집의 소설들은 하나같이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스토리가 주를 이뤘다. 가까운 가족이 죽거나 상실하고 <보라색 사과의 마음>, <그 다음에 잃게 되는 것들> 본인이 우울증에 걸려 자살 충동에 시달리거나 <알폰시나와 바다>, 우울증의 증상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쓰기도 했다. <귀> 등등. 다들 우울증에 대한 소설을 썼지만, 소재나 스토리는 다들 달랐다. 그러나 그러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아주 비슷했고 그것 때문에 좀 피곤하기는 했다. 좀 다른 식의 이야기를 읽고 싶다고 할까.
김남숙 작가의 <귀>는 다분히 분위기적인 면에서 우울한 분위기를 풍긴다고 할까. 예전에 정용준 작가의 <가나>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소설집의 분위기와 흡사한 분위기였고 <가나>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이 소설을 읽는 게 조금은 버거웠다. ‘여관’에서 일하는 ‘나’와 ‘예지’ 그리고 ‘여관주인’의 도식적인 상관관계는 결국엔 우리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여성들에 대한 메타포로도 읽힌다. ‘나’와 ‘예지’ ‘여관주인’ 모두 사회의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이고 사회는 그들에게 관심이 없고 오히려 그들의 모습을 비웃는다. 예지는 나를 비웃고 나는 돼지처럼 먹는다고 여관주인을 비웃는다. 그러나 결말 부분에서 이 세 사람의 관계는 결국 시간이 지나고 젊음을 잃게 되는 저소득층 여성들이 결국엔 여관주인처럼 비웃음 당하고 멸시받는 존재로 변한다는 지독한 우울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 참 우울한 세계관이다.
이 소설집의 아쉬운 점은 우울이라는 정신적인 상태가 누군가의 ‘상실’로 유발된다는 점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점이다.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 심지어 아이, 직장 동료를 잃는 경험은 인간에게 강력한 트라우마로 작동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울이라는 감정은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도 흔한 감정이다. 철학자 한병철은 <피로 사회>에서 자본주의 중심의 현대 사회에서 현대인은 끝없는 자기 착취의 결과로 우울증 아니면 번아웃에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우리 자본주의 사회의 주민들에게 우울증은 만성적인 병이 되어가는 것이다. 우리의 학생 시절에 우리는 얼마나 불행한 학생들이었나 그래도 그 시간은 지났고 자라난 아이들은 그 시간을 견디고 지난 시간을 추억한다. 결국에 우울이란 인간이 자연스럽게 견디고 껴안는 감정인 것이다. 이런 점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나는 이 소설집의 소설들이 결과적으론 불행 변주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불행과 우울 그럼에도 살아가는 인간을 다룬 한강 작가의 <회복하는 인간>이라는 단편이 생각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