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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22년 10월
평점 :
내게 김혜진은 언제나 믿고 읽을 수 있는 작가이다. 작가의 가장 좋아했던 작가는 <9번의 일>로 노동 문제를 다뤘으면서도 흥미롭게 읽어 나갈 수 있다. 노숙인 문제를 다룬 <중앙역>이나 주거 문제를 다룬 <불과 나의 자서전>, 퀴어를 다룬 <딸에 대하여>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작가가 주로 다루는 소재와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점점 외진 곳으로 밀려 나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한 작가는 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는데 이 오지랖 넓은 작가는 온갖 곳에 관심이 많은지 다양한 문제를 소재로 사용한다.
한국 문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회적 의제에 대해서 더 가산점을 주는 경향이 있지만, 나라는 독자는 그런 가산점을 주는 행위에 딱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다루는 소재와 문제가 첨애한 것에 비해서 이야기나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혜진의 소설은 언제나 일정 이상의 완성도를 자랑하기에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작가이다.
이번 소설 <경청>은 표지의 고양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고양이가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임해수는 티브이 프로그램의 패널로 출연할 정도로 명망있는 상담사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는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에 대해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하고 그런 발언으로 인해서 그 연예인이 자살하는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몰락한다. 오래도록 다닌 상담 센터에서도 동료들에게 적절하지 못한 태도를 지적당하고 직장을 잃게 된다.
소설은 이런 임해수의 과거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일명 ‘캣맘’ 활동을 번갈아 가면서 서술한다. 임해수는 과거의 사건과 인연을 되돌아보며 아니 집착하면서 동시에 병든 길 고양이 ‘순무’를 찾아 나서고 동시에 자신과 마찬가지로 순무를 찾는 ‘세이’와의 인연을 쌓아간다. 김혜진은 이런 이야기를 짧고 깔끔한 단문을 활용해 묘사해나간다. 문장을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듣는 작가들은 많지만, 단문을 잘 활용하는 작가들은 생각보다 드물다. 이 부분이 내가 김혜진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경청>의 결말은 예상한 대로 좋았다. 그동안 집착하던 과거와 결별하고 그 위로 새롭게 무엇인가를 새워나간다는 이 소설의 결말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추구하면서 동시에 잘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다. 내겐 이 소설의 결말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 항상 그랬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