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오늘의 젊은 작가 40
정대건 지음 / 민음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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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평에서 아픈 엄마와 소방관인 아버지와 지내는 도담. 도담은 인명 구조를 천직으로 삼은 아버지를 좋아하며 동시에 존경한다. 둘은 사이좋은 부녀이다. 진평에서의 삶은 도담에게 아버지와의 추억이 연속되는 삶이다. 그리고 그런 도담 앞에 편모와 함께 전학 온 해솔이 나타난다. 그 둘은 순식간에 서로에게 끌리고 끝내 사랑에 빠진다. 문제는 도담의 아버지와 해솔의 어머니도 같이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 서로의 가족을 배신하는 부모의 불륜은 끝내 비극으로 끝난다. 장마철의 계곡에서 밀회를 가지는 두 사람은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의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고 도담과 해솔에게 깊은 상처를 낸다. 그 상처 때문이었을까? 청소년기의 풋풋했어야 할 도담과 해솔의 사랑은 지겹고 저주에 가까운 모습으로 두 사람을 끝없이 겹치게 만든다.

 

스토리는 대략 이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소설은 가족의 불륜과 그로 인한 상처를 입게 되는 도담과 해솔의 이야기다. 이 소설에 대한 다른 리뷰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이는 평이지만 이 소설이 가지는 장점은 통속적인 이야기라는 것이다. 인생에 깊은 상처를 남긴 사건을 매개로 끝없이 서로를 갈구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사실 그 자체로도 읽는 맛이 나는 재미있는 소재였다. 하지만 나는 이 둘이 서로를 갈구하는 것에서 약간의 답답함을 느꼈다. 굳이 두 사람이 맺어졌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담과 해솔이 청소년기에 입은 상처는 너무 깊어서 그 이후로 두 사람은 자기 파괴적인 면모를 가지게 했다. 도담의 경우는 짧은 연애를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사랑에 아예 흥미를 잃었다. 해솔의 경우는 도담의 아버지처럼 소방관이 되는데 자신의 목숨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또한 일종의 PTSD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을 크게 나누자면 10, 20, 30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 둘의 만남과 사랑은 너무 파괴적이어서 서로를 해칠 지경이다. 그런데도 둘은 서로에게 끌린다. 운명이라는 말로는 설명 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이 둘은 운명같은 사랑과 마주했고 그 사랑때문에 만나왔던 연인들을 일종의 소모품처럼 갈아치운다. 그 과정에서 상대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 부분을 어디에서 보지 않았나? 초반부에 도담과 해솔의 부모가 했던 사랑이 이것과 비슷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도담과 해솔은 자기 부모의 행동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나는 이 두 사람이 자신의 부모가 한 사랑 다른 말론 불륜에 대해서 진지하게 성찰해야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읽은 바로는 도담과 해솔은 자신들이 하는 사랑에 매몰되어 그 사랑에 대해서 진지한 성찰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기에 이들의 끝맺음이 찜찜하게 느껴진 것이다. 세상에는 떨쳐낼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이 있다.라는 결론을 내버리면 결국 도담과 해솔의 사랑은 부모의 운명을 반복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쉬운 점이 있기에 이 소설은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작가의 등단 작품인 <GV빌런 고경태>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요즘 정대건 작가의 작품을 여기저기에서 접하고는 하는데 좋은 소설을 계속 써주었으면 바란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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