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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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의 <타워>를 읽은 것은 군인 시절이다. 그때 부대 진중문고에 있던 책을 내가 별 생각없이 집어들어서 읽었던 것이 생각난다. 그 책은 2000년대에 한국에 몇 없던 SF를 전문으로 출판하던 오멜라스라고 불리는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이었다. 군인 시절에는 SF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는 시절이었지만 그럼에도 이 책 <타워>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SF를 자주 접하던 시절에는 친구들이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추천해주기도 했다. 그 말은 일반적인 문학도 사이에서도 이 책은 꽤 화제가 되는 소설이었다.

 

2000년대는 한국에 SF팬은 하나도 없는 시대였고 따라서 배명훈 같은 작가가 지속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장르 쪽과 무관한 곳에서도 이 책을 꾸준히 읽어 주어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배명훈은 지금처럼 SF팬덤이 크지 않은 시기에 일반 소설 쪽에서 특이한 글을 쓰는 작가로 이해되었고 소비되어 왔다. 1회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것도 그때였다. 내가 기억하기론 그때 심사위원 중에선 박완서 작가님도 끼어있었고 박완서 작가님은 에세이를 통해서 SF도 좋아한다고 밝혀오셨다.

 

이제 SF팬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대에 배명훈은 젊은 작가들에게는 닮고자 하는 선배로 여겨진다. 현재 SF판에서는 그의 소설에 영향을 받는 작가들이 참 많다.

 

소설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자. 이 소설은 초거대 빌딩 도시국가인 빈스토크를 배경으로 하는 연작 소설 모음집이다. 이 세계는 우리의 삶과 닮은 듯도 하고 혹은 완전히 다른 문화, 사회적 현상이 생긴다. 예를 들자면 저소 공포증자가 그렇다. 태어날 때부터 빈스토크에 살던 주민들은 평생을 땅에 내려간 적이 없어서 땅을 내려가는 것을 굉장히 무서워한다. 그 덕분에 저소공포증이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빈스토크라는 공간적 배경을 배경으로 거기에서 살아가는 여러 사람의 모습을 그려나간다.

원래 SF작가들은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은지라 그런 이야기를 잘 꾸며내고는 하는데 그런 이야기들을 볼 때마다 당황스럽다. 현실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비판하다 보니 그 이야기가 진행되는 세계가 우리의 세계과 다른 곳임에도 우리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그때마다 당황스러워지고 책이 엄청나게 재미없어진다. 배명훈의 <타워>는 그러한 소설들과는 정 반대편에 놓인 소설로 한국 SF소설을 이야기 할 때 빼놓지 않고 이야기되는 소설이다. 모두 한 번씩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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