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 오베르쉬르우아즈 들판에서 만난 지상의 유배자 클래식 클라우드 30
유경희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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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반 고흐 전기


아르테 출판사에서 발매하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에세이 아무튼시리즈와 더불어서 꼬박꼬박 구매하는 책이다. 물론 가끔 신간 출간을 놓쳐서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가급적 구매하는 편이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특징은 특정 인물을 하나의 작가가 전담하여 일종의 전기를 써나가는 것이다. 주인공이 되는 인물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구성 덕분에 어떤 책은 여행기처럼, 어떤 책은 전기처럼 느껴진다. 이런 클래식 클라우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예술, 그중에서 화가를 다루는 편이다. 2만원 대라는 비교적 비싼 값의 책임에도 수록된 그림의 삽화가 너무 뛰어난 화질을 자랑해서 미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소장하고 싶을 정도다.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은 빈센트 반 고흐다. 당시 살았던 화가나 작가들이 그러하듯 아니 그중 유독 격정적인 인생을 산 탓에 유독 인지도가 높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그림이 오늘날 많은 사랑을 받고 반 고흐를 모르더라도 그의 그림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흐는 생전에 단 한 점밖에 그림을 팔았을 뿐이다. 당대의 사람들은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 아이러니함이 고흐의 그림과 삶에 사람들이 매료되는 이유일 것이다.

 

클래식 클라우드의 형식은 기본적으로 자유롭다. 이 책 <반 고흐>는 기본적으로 고흐의 인생역정을 다룬다. 그의 불행한 가정환경과 그로 인해서 사회와 불화하게 된 고흐의 인생을 그려나간다. 하지만 나는 그 과정을 읽어 나갈수록 내가 너무나도 알고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흐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잘 알려져 있기에 생긴 부작용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의 수준 높은 그림 일러스트에 눈이 즐겁기는 하지만 그를 설명해주는 텍스트에서는 그다지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작가가 이 책의 주인공인 고흐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대다수의 문장은 ‘~것이다.’와 같은 가정형의 문장이었다. 이런 가정형의 문장은 저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글의 힘을 빼놓은 부작용을 낳게 된다.

 

무엇보다도 전기는 완성된 이야기를 새로이 편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작가는 주인공인 고흐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삶과 공명하는 지점이 있는지를 찾아야 했으며, 그 지점을 중심으로 우리 시대에 고흐의 이야기가 어떤 의미인 지를 말해야 했다. 이 책은 그점에서 미진했다. 세계와 불화하던 고흐의 대중화된 이미지를 그려나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날 우리가 왜 고흐를 좋아하는지를 말해야 했다. 심하게 말해서 책을 위해 수집한 자료를 재배치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또한 고흐의 기행이나 비사회적인 태도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도구로 사용해 해석하려는 대목이 눈에 밝혔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러한 해석은 정신분석학을 도구로 사용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작가의 의견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전기는 대상이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새로이 편집하는 시선이 필요하다. 정신분석학을 도구로 사용한 해석은 그러한 시선을 드러내는데 오히려 해가 된 것 같았다.

 

지난해에 베스트 샐러가 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앞서 내가 말한 과정을 훌륭하게 성취한 책이다. 안타깝게도 이 책에서는 그러한 지점에 보이지 않아서 아쉽게 느껴진다. 이 책에서 저자는 반 고흐가 세계와 불화하면서도 끝없이 그림을 그려낸 생산성에 대해서 언급한다. 저자는 그림을 그림으로써 그가 마음의 평안을 얻었을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나는 거기에 한마디 의견을 더 얹고 싶다. 빈센트 반고흐는 자신이 사회와 불화하는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무능한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그림을 그리기를 선택한 이유는 자신이 그림을 통해서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고흐의 동생인 태오도 마찬가지였을 거로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고흐의 삶과 오늘날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이 공명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꿈을 향해 전진하는 청년들은 남들이 보기에는 불확실한 미래에 무모하게 달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야망이 있으며 야망이란 자신의 실패에 불안하면서도 그보다 더욱 성공을 확신할 때에 지닐 수 있었다. 고흐는 자신이 그릴 때 유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고흐에게는 야망이 있었고 그것을 성취하기 직전에 죽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불일치에 아이러니를 느끼며 그의 존재에, 그의 그림에 더욱 큰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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