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기다리기
박선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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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우 작가는 그의 전 작품집인 <우리는 같은 곳에서>에 수록된 빛과 물방울의 색을 읽고 팬이 되었다. 그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바로 구매를 했다. 전작에도 작가가 퀴어 소설로 분류될 작품을 쓴다는 것은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소설은 그 색이 더 진해졌달까. 이 소설집에 수록된 소설들은 퀴어 특유의 정체성의 규정에 대한 문제와 사회와의 갈등과 일명 헤테로라고 불리는 정상성애자들과의 관계에서 겪는 파열음이 중요한 소재라고 하겠다.

 

여기서 잠깐 요즘 중요하게 활동하는 퀴어 작가들을 간단하게 비교해보겠다. 먼저 이 분야에서 가장 인기있는 박상영 작가는 MZ세대의 발랄함과 고단함을 적당하게 잘 섞고 퀴어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가질 수밖에 없는 차이 혹은 파열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앞에서 말한 발랄함이랄까. 친숙한 특징이랄까 하는 부분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게 해주었다.

김병운 작가는 <아는 사람만 아는 공상표>라는 소설을 발표한 이후 본격적으로 퀴어 소설을 써온다. 클로짓으로 오래 살아왔고 그만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경험 덕분인지 그의 소설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과 고민이 주요한 소재이다.

 

박선우 작가의 소설은 위 두 작가에 비하면 나와 너의 관계에 대해서 말하는 소설이다. 그 관계는 엄마와 나일 때도 있고, 사랑하는 존재와 나일 때도 있다. 친구와 나일 때도 있다. 그 관계에는 언제나 하나의 벽이 쳐져 있으며 그 벽을 넘어서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일지도 모른다. 나와 너는 벽을 넘기 전에 한쪽이 사라지거나 관계가 단절, 혹은 이별을 겪는다. 벽은 성소수자에게 숨쉴 틈을 주지 않는 이 나라의 사회이기도 하고 그 사회과 만들어낸 협소한 상식과 관계에 대한 정형성이기도 하다.

 

작가가 꾹꾹 눌러쓴 문장들은 읽어 나갈 때마다 잠시 멈칫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소설이었다. 비교적 짧은 분량이었지만 힘들여 쓴 문장을 접할 때마다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조금은 멈칫거리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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