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스위트 홈 - 2023년 제4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최진영 외 지음 / 문학사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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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서점가에 가보면 비슷한 디자인의 책들이 많다. 어떤 상점을 배경으로 한 책표지와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는 홍보 문구가 눈에 띈다. 소위 말해서 트랜드를 따르는 소설들이다. 이런 소설 유형이 유행하는 이유는 몇몇 베스트셀러의 특징을 모방했기 때문이다. 일명 소원물, 서점물, 판타지 등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기에 나도 큰 기대는 않고 그런 책들을 읽고는 한다. 그리고 한 60페이지 쯤 읽고 책을 덮는다. 재미가 없다. 무엇보다도 따뜻한 이야기에 매몰되었기에 어떤 사유라고 할만한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유 없는 따뜻한 이야기는 이제 신물이 난다.

 

이상 문학상은 이전의 출판사의 불공정 계약서로 인하여 명성에 금이 갔으나 여전히 한국 문학계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문학상이다. 너무 트랜드를 따라가는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과 비교하면 오래 글을 써온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조망하는 편이다. 이번 수상작들은 개인적으로 크게 만족스럽다고 느꼈다.

 

우선 대상 수상작인 최진영 작가의 <홈스위트 홈>은 사회에서 가지는 건강한 몸에 대한 선호와 병에 걸리는 것을 환자의 탓으로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암을 치료하는 것을 절망의 과정으로, 항암치료를 포기하는 것을 희망으로 치환하는 아이러니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이전에도 다른 소설집에서 먼저 접한 소설로 그때는 이런 느낌이 안 들었는데 다시 읽으니 참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소설을 읽으며 생긴 환멸이 스르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박서련 작가의 <, , 마들렌>은 표현하려는 메시지가 강렬하면서도 약간의 유머와 흥미로운 사건 진행이 장점인 박서련 작가의 특기가 잘 발휘된 작품이다. 한 작가의 문학교실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을 바라보는 의 분열적 심리를 묘사한 소설이다. 장르적 장치를 통해서 분열적 심리를 묘사한 것이 참 카프카 적이면서도 요즘 소설 같아서 재미있게 느껴졌다. 한참 활동하는 작가이니만큼 요즘 트랜드를 잘 수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수상작인 김기태 작가의 <세상 모든 바다>는 아이돌이라는 대중적인 소재를 가지고 있음에도 꽤 묵직한 사회적 참사를 다루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사회적 참사를 다루기에 보는 이에 따라서는 괴로움을 느낄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서성란 작가의 <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는 오래전 수필을 쓴 작가가 되고 싶은 화자와 그의 딸이 쓰는 소설을 중심으로 갈등이 일어난다. 소설의 중반 부분까지는 흔하디 흔한 소설가가 소설 쓰는 소설인 줄 알았다. 소설가가 그리 매력적인 직업이 아닌 시대에 이런 소재는 좀 매력이 없지 않나 싶었다. 하지만 그런 인식은 결말 부분에 와서 사라진다. 결말로 이어지는 과정이 굉장히 세련되어서 새가 공중에서 우아하게 땅으로 내려서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반대로 말하면 결말이 아니었다면 조금 올드하게 느껴졌을 소설이었다.

 

여러 특징을 지닌 작가의 소설을 선정하면서 오히려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보다 다양성이 더 커지지 않았나 싶다. 요즘 문동 젊은 작가상 수상집은 너무 비슷비슷한 소설이 모인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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