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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뉴스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평점 :
김중혁 작가의 이름은 여러 번 들어봤지만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는 않았다. 책을 읽을 때는 어떤 작가의 작품이 괜찮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이상하게 손이 안 갈 때가 있는 법이다. 나 한태는 김중혁 작가의 작품이 그러했다. 서점에서 일할 때. 꽂혀있는 것을 여러 번 보았고 친구에게서 괜찮은 작가니 읽어보라고 추천받았지만,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의 작품을 읽을 기회가 생겼는데, 학교에서 그의 작품을 읽어오는 과제를 내준 것. 평소에 호기심은 생겼지만 이상하게 손이 안 가던 그의 작품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동네 도서관에 그의 소설 ‘펭귄 뉴스’가 소장되어 있기에 따로 책을 살 필요는 없었다. 그 책을 집어 들고 처음 든 생각은 표지가 촌스럽다는 것이다. 2006년에 출판된 책이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표지가 촌스러웠다. 책을 살 때 디자인을 많이 따지는 나로서는 돈 주고 살 이유하나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떠할까. 펭귄뉴스에는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공통적으로 아웃사이더의 삶을 담아낸 단편들이다. 괜찮은 소설도 있었지만, 실망스러운 소설도 있었다. 실망스러운 소설인 펭귄뉴스를 먼저 말해보자.
펭귄뉴스의 스토리는 빠른 비트의 음악을 금지하는 가상세계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은 비트가 금지된 세계에 환멸을 느끼고 우연히 그런 세계에 반역을 꾀하는 세력인 ‘펭귄뉴스’에 참여하게 된다. 여기까지의 스토리는 매트릭스나 아퀄리브리엄 같은 SF영화의 도입부 같지만 사실. 그다지 재미는 없다. 일단 가상세계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소설이라면 그 세계의 디테일을 상상력으로 채워나가야 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그러한 것이 없다. 그저 빠른 음악을 들으면 잡혀가는 일상적인 세상이 존재할 뿐이다. 작가는 SF소설을 쓰려고 한 것이 아니겠지만, 일단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소설이 진행되면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 세계가 어떤 풍경을 가졌는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그 풍경이 사실은 일상과 다를 바가 없다면? 나 같은 경우는 실망할 것이다. 펭귄뉴스는 이 단편집에서 가장 긴 분량의 소설이지만, 나에게는 가장 텅 빈 소설로 느껴진다.
괜찮았던 작품은 ‘무용지물 박물관’과 ‘멍청한 유비쿼터스’ 무용지물 박물관은 과제로 읽어가야 했던 단편이기도 했다. 소설을 읽어 가다가 결말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주제의식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단편을 읽고, 토의를 한 어떤 친구는 이 소설이 단순하다고 평했지만 나의 경우는 단순한 것이 아닌 명확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구조가 복잡한 작품들. 은유와 비유로 채워진 작품은 비평가에게는 높은 점수를 받겠지만, 나에게는 아니다. 좋은 소설이란 서사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멍청한 유비쿼터스도 앞의 맥락과 같은 생각으로 괜찮게 느껴졌다.
한권의 책 안에서 이렇게 상반된 평가를 하게 되는 경우도 별로 없다. 김중혁 작가의 소설을 빠른 시일 내에 읽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펭귄뉴스가 그의 최고작이라고 평가받지는 않는 만큼 그의 다른 책을 읽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P.S 내가 촌스럽다고 평가한 표지는 김중혁 작가 본인이 디자인 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촌스러운 표지가 세련대 보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