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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22 ㅣ 소설 보다
김채원.성혜령.현호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2월
평점 :
절판
이제 소설보다 시리즈를 사는 건 매일 밥을 먹거나 잠을 자는 것처럼 하나의 습관이 된 듯하다. 이번에 선정된 소설들의 특징은 약간 환상적이라고 할까? 서사를 이해하기 힘들고 인간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 같은 느낌의 소설들이었다.
첫 작품인 현호정의 <빛 가운데 걷기>는 한 노인이 귀가하는 손자를 데려나가는 소설이다. 노인에 집중해서 그의 삶과 사는 것의 어려움을 그려나가는 것을 디테일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기간제 교사가 된 노인과 손자, 손자의 어머니였던 딸의 빈자리를 끝없이 응시하면서도 그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버섯 농장>은 이 소설집에서 읽기 전에 에픽에서 먼저 읽은 소설이었다. 줄거리가 전 남자친구에게 핸드폰 개통을 위해서 명의를 빌려준 적이 있는 데 그 명의를 전 남자친구의 지인에게 도용당하게 된다. 그 지인은 주인공의 명의로 대출을 받고 돈받을 길이 막막한 주인공은 사기꾼의 아버지의 주소를 알게 되어서 그곳으로 찾아간다. <버섯농장>이 사기꾼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 소설의 백미는 인간이 윤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고 인물을 그 선택으로 몰아넣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은 잘 못이 잘 못인지를 모르고 저지를 때도 있지만 그것이 잘 못된 선택인지를 알고 있음에도 그런 선택을 하기도 한다. 나는 이 소설이 그런 선택들을 하는 과정을 그려나간 것은 아닐까한다.
현호정 작가의 <연필샌드위치>는 제목도 꿈꾸는 것 같은데, 작가가 <단명소녀 투쟁기>의 작가라는 점에서 이 소설의 속성을 간파해버렸다. 제1회 박지리 문학상 수상작이었던 <단명소녀 투쟁기>는 소설이 너무 난해해서 짧은 분량임에도 내용이 무엇인지 없었다. 그런데도 소설이 별로라든가 하는 느낌은 별로 없으니. 현호정 작가는 소설이라는 장르가 어디까지 표현이 가능한가를 끝없이 궁리하는 한국 문학계의 추상차 화가로 이해해도 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