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는 마음
김유담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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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담 작가의 <돌보는 마음>은 제목 그대로 돌보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집에 소개된 소설들은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이거나 돌봄을 받는 사람들이 주로 등장한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초창기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행으로 많은 직장인이 아이를 봐줄 곳을 구하지 못하고 발을 동동거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은 각각의 집에 머물게 되었고 그를 돌보는 건 당연히 집에 있는 여성들이었다. 이 책의 작가인 김유담 작가는 본인 스스로가 아이를 기르는 여성이고 그 때문인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등장인물은 아이를 기르는 여성이다. 혹은 노인을 부양하는 여성이다.

 

소설을 읽으며 느낀 것은 힘이 든다는 것이다. 소설의 문체는 담담하면서도 단단한데 현실을 재창조했음이 분명한 소설 속 이야기들이 너무 생생하게 다가와서 읽는 데 에너지를 많이 드는 느낌이었다. 완성도가 낮은 소설이었다면 읽다가 지쳐버렸을 소설집이었지만 작가가 글을 잘 써서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인물들이 겪는 그 생생하면서도 끈적거리는 현실이 참 버겁고 답답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결국 내 어머니나 주변 여성들이 겪는 문제이기도 했다. 가족들은 각 가정의 주택으로 분절되어 제각기 투쟁하고 있었고 누군가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더욱 힘들었다. 돈이 부족하고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 없었다. 이 소설집과는 다른 결의 이야기지만, 손보미 작가의 <임시교사>에서 임시교사가 타인의 가정에 침입했고, 결코 그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돈을 써서 사람을 가정으로 들여보낸다 하더라도 들여보낸 쪽에서는 타인의 침입을 불안하게 여기고 들어온 자는 받아들여지지 않음을 불안하게 여긴다. 낯선 타인의 침입이 공포 영화나 소설의 주요한 소재임은 침입의 이런 형질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이 소설집을 읽는 건 머리 아프고 힘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다른 소설들. 현실의 문제를 고발하겠다고 자신만만하게 깃발을 올리고 출항했다가 침몰한 수많은 소설에 비교하면 정말 훌륭한 소설들이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하나의 도전을 받는 기분이었고 그것만으로 이 책을 읽은 시간은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 작가님은 건필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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