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를 실시할 때 우의와 보호 장구를 잘 갖추고 소독을 하라는 안전 지침이 있지만, 그 안전 장구가 여전히 우의 한 벌이다. 전문 방역사들이 입는 방제복은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십만원이 훌쩍 넘는다. 이삼천 원하는 일회용 방제복도 있지만 한 번 입고 버리면 그게 다 돈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우의에 마스크 하나 쓰고 농약을 친다. 보호 장구를 잘 갖추라는 것은 권장사안이지 의무 사안이 아니다. 아니 할 말로 보호 장구 안 갖춘다고 벌금 무는 것도 아니다. 그저 생산물에 농약이 묻었는지 안 묻었는지가 중요할 뿐.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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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하숙생이 되거나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신세를 지게 되면 부모들은 어떻게든 인사를 전하기 마련이다. 하다못해 아이가 친구네서 밥을 자주 얻어먹으면 손에 주스라도 한 병들려 보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내 아이 밥을 12년이나 챙겨 주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모르고 산다. 아이가 맛있게 돈가스 반찬을 먹고 온 날은, 누군가는 뜨거운 유증기를 마시면서 돈가스를 수백장 튀겨 내고 뜨거운 소스를 졸인 날이라는 것을떠올리지 못한다. 비닐 앞치마와 비닐 장화, 위생모와 마스크, 팔토시까지. 한증막과 같은 급식실에서 바람 한 점 들어오지않는 복장으로 밥을 하고 국을 끓여 내 아이의 밥을 챙겨 주는 이들이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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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치과
성미정

우리 동네 치과 선생님은
겁먹은 아이에게 으름장 놓지 않아

어! 괜찮아 괜찮아
하며 작은 손거울을 손에 쥐여 주며
네 이 한번 들여다볼래

여기 까만 데가 있지
오늘은 여길 살짝 긁어낼 거야
설명해 줘

치료가 다 끝나면 앞으로도
지금처럼 이 잘 닦고
콜라 조금 마시고
6개월 후에 또 만나자 약속해

처음 이 치과에 왔던 날
내가 치과가 떠나갈 정도로 울어서
엄마가 선생님께 미안해했는데ㅠㅍ

그때 선생님은
치과 문 열고 줄행랑치는 녀석들도 있어요
얘는 잘 참은 거예요
칭찬해줬어

우리 동네 치과
내가 이다음에 자라서
아빠가 돼도 계속 다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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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알아야 하나
김창완

동생이랑 싸웠다
동생이 또 울었다
걔는 건들기만 하면 운다
엄마가 부엌으로 가면서
눈을 초록색으로 흘겼다
"너 알아서 해."

나는 모르겠다
뭘 알아서 하라는 건지
도대체 나는 모르겠다
뭘 알아야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해도 모르겠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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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물고기는 조심스럽게 가장 작은 은빛 비늘 한 개를
뽑아서 파란꼬마 물고기에게 주었습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파란꼬마 물고기는 좋아서 물거품을 보글보글 내뿜으며
반짝이 비늘을 파란 비늘 사이에 끼웠습니다.
무지개 물고기는 기분이 조금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파란꼬마 물고기가 반짝이 비늘을 달고 앞으로 뒤로
헤엄치는 모습을 한참 동안 가만히 지켜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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