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인문학 습관 - 내 안의 거인을 깨우는 ㅣ 좋은 습관 시리즈 28
장정윤 외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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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의미를 알려주는 반가운 책

책을 처음 봤을 때,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질문하게 된다. "인문학이 뭐지?" 답을 못한 채 인문학이 무엇인지조차 잊고 살아왔음을 확인했다. '인문' 하니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인문 계열', '인문사회과학대학'같은 학문 분류다. 고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영어나 외국어가 배우고 싶은 친구들, 경영이나 경제에 관심 많은 친구들, 방송이나 사회에 관심 많은 친구들이 인문 계열을 주로 선택했고, 수학과 과학에 자신 없는 친구들이 선택하기도 했다. 수능을 치고 대학 원서를 써야 할 때에는 IMF 외환위기가 지나는 때와 겹쳐 자신의 진로를 바꿔 인문사회계열 중에서도 안정적인 직업을 구할 수 있는 몇몇 전공으로 몰렸다. 그 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사전적 정의에 나온 언어, 문학, 역사, 철학 같은 인문학 분야는 영어, 중국어 정도의 언어 외에는 취업이 힘든 학문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그런 인식은 점점 더 강해졌던 것 같다. 인문학은 실용적이기보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이미지의 학문이라는 정도밖에 할 말이 없다.

부끄러운 인식에 불을 밝혀줄 수 있을까? 인문학과 친해지는 방법을 19가지나 알려준다니 반가운 마음에 책에 관심이 간다. 도대체 왜 그 학문들을 인문학이라 하는지, 인문학이 정확히 무엇인지, 정말 전문가를 찾아가 일부러 배우지 않고 일상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것이 맞는지, 공부하면 어떻게 삶에 도움이 되는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인내하며 얻은 진정한 자유

각 저자들의 인문학 습관을 하나씩 읽다 보면 인문학의 정의와 의미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된다. 19가지 이상의 답을 얻었고 인문학이 무엇인지 많은 얘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인문학이 무엇인지 정의 내리는 것은

다소 어려운 일이고 사람마다도 다르겠지만,

책을 읽고 토론하고 나아가 글을 쓰는 것이

인문학 공부가 아님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여기에 자신을 탐구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우리 사회를 바꾸려는 노력을 다하는 것

또한 넓은 의미의 인문학입니다.

pg.1 <습관은 반드시 실천할 때 만들어 집니다> 중에서"


저자들의 공부와 활동, 리더가 된 과정을 보면 인문학의 의미는 위의 말 그대로이다. 각자 개인적인 이유로 책을 펼쳤지만, 자신을 알게 됐고 공부 모임을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으며 결국은 리더가 되어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줌으로써 사회를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들의 연령대와 직업이 모두 달랐다. 책을 잡은 계기와 공부 분야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그 이유와 사연은 나의 친구, 아버지, 직장 상사나 동료, 옆집 언니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우리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생의 풀리지 않는 문제 때문에 또는 현실의 먹고 사는 문제에 치여서 도피처처럼" 읽기, 쓰기, 말하기 공부를 시작했다가 "위안과 위로를 받고 내면의 성장을 경험"하고 결국 리더가 된 저자들과 어느새 공감대가 형성된다.

시간과 노력을 들인 공부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리더가 된 저자들의 모습에 '당연한 결과지' 하며 흐뭇하고 괜히 더 자랑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그 시점을 자신에게 돌리면 힘이 빠질 수도 있다. 바로 그들이 수년간 공부를 포기하거나 놓지 않고 매일 꾸준히 읽고 쓰고 말하기를 해왔다는 것을 새삼 깨닫기 때문이다. 그 습관들 하나하나만 보면 쉬워 보인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책 읽기, 짧은 글쓰기, 걷고 달리기지만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에게는 계획하고 의식하고 여유가 생겨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은 읽고 쓰기를 몸에 밴 습관처럼 한다는 것이다. 리더 19명이 수년간 읽고 쓴 시간을 계산해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읽고 쓰는 삶을 동경해 온 독자는 '과연 내가 포기하지 않고 그렇게 오랜 시간 할 수 있을까'하고 고개를 흔들면서 좌절할지도 모른다.


"운영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매주 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사진과 글을 남기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pg.214 <관계를 확장하는 법 - 식물 관찰 습관 - 최선화> 중에서"


쉬기도 바쁜 대한민국에서 시키지도, 바로 결과가 나타나지도 않는 공부를 매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힘들고 재미없고 지치기 쉽다. 그래서 리더가 되고 그들은 계속하기 위한 방법을 더욱 고민했다. 미션을 더하거나 더 선호하는 활동을 하거나 전문적인 분야를 택하는 등 모임을, 공부를 함께 즐겁게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그 목표는 대단한 성과가 아니라 '지속'이었다. 생을, 자신을, 삶을 포기하지 않는 방법, 놓지 않는 방법, 인내하는 방법, 이어가는 방법. 그들이 찾은 다양한 공부 방법으로 함께 지속한 결과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고 건강하게 사는 것, 즉,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자유를 즐기며 사는 지금의 모습들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억압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난 자유로운 인간이야'라고 느낍니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 자유가 있지만,

이를 진짜 자유라 말할 수 있을까요?

혹 사회로부터 학습된 자유는 아닐까요?

누군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의 자유, 즉 조작된 자유는 아닐까요?

한 달에 걸쳐 『죽음의 집의 기록』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삶이란 자유를 찾기 위한 투쟁이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pg.74 <인류 보편의 가치를 공부한다 - 고전 문학을 읽는 습관 - 전은경> 중에서"


일상 속 공부, 인문학

서문의 책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숭례문학당 강사와 리더 선생님들이 모임을 만들고 함께 공부하는 습관을 기록한 에세이 모음이자 '나와 우리의 성장'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었거나 좌절했던 인문학 공부를 여럿이 함께 모여 도전하고, 매일 인문학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습관 만들기를 통해 느리지만 부단히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여기에 글을 올린 분들은 각자에게 닥친 현실의 여러 문제를 책과 글쓰기 혹은 자신만의 인문학 소양으로 풀고자 노력한 분들입니다."

에세이답게 저자들의 사연에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코스모스」를 읽는 습관>의 장정윤 리더는 퇴사 후 육아를 하며 불안과 공포감을 느꼈고 급기야 죽음까지 생각했다. 그러던 중 운명처럼 「코스모스」를 만났다고 한다. <철학 책을 읽는 습관>을 쓴 리더 윤영선은 식구들 밥 굶기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며 살았는데 속물이 되어버린 자신이 부끄럽고 절망적이어서 철학 책을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림일기를 쓰는 습관>의 육은주 리더는 워커홀릭으로 열심히 일하다 얻은 류머티즘으로 온몸에 통증이 심했는데 독서 토론을 하며 기적처럼 나아졌다고 한다. 리더들은 평범한 이웃이고 가족 중 한 사람이다.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 있고 인문학 공부를 시작할 이유 또한 일상에서 비롯된다고 이야기한다.

공부의 이유를 일상에서 찾았듯, 방법도 일상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리더들은 말하고 있다. 리더들은 공통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방법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간략히 쓴 것 같지만 19개가 넘는 다양한 방법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책의 표지에서 다양한 주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차례>를 보면 각 장의 주제 옆에는 리더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글 제목으로 나타나 있다. 순서대로 봐도 좋고, 관심 있는 주제를 먼저 읽어도 좋다. 읽기, 발췌, 단상 쓰고 단톡에 올리기 등의 학습법과 운영 방식은 서로 비슷하다. 하지만 각자가 선택한 주제나 분야에 따라 그들이 고민하고 해 온 숨은 비법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매일 만나는 자기 돌봄의 시간>에서는 상담심리사인 리더가 전문가로서의 고민을 이야기함으로써 더욱 신뢰가 간다. '이 주의 한 문장 고르기'나 '이 책의 한 문장 찾기'를 통해 현재의 자신의 문제와 극복 방법을 찾을 수 있고, 그런 자신을 발견하고 변화할 수 있다고 알려 준다. <옛 시간이 던지는 돌멩이 하나>에서는 저자가 좋아하는 한 시 4 편을 소개한다. 처음 접한 한시의 매력에 풍덩 빠져서 바로 한시 필사를 하고 싶어지는 효과도 있다. 더 좋은 것은 각 장의 말미에 추천한 도서 10권 또는 자료 10가지, 에세이 구석구석에서 언급한 책과 자료들이다. 책을 읽어야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정보들이다. 

이 외에도 읽고 쓰기를 혼자 하는 독자가 이 책을 읽는다면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다. 함께 할 수 있는 사람, 공유할 사람이 알고 보면 많다는 것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읽고 쓰기를 하면 리더들처럼 습관이 된다는 결과도 예상할 수도 있다. 일상의 인문학 공부는 지(知)적, 심리적, 신체적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효과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인문적 소양을 채우고 싶은 독자에게 영양제일 수 있다. 읽는 동안 몇 번이나 공부를 시작하고 싶은 충동에 숭례문학당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며 어떤 모임이 있는지 찾아보게 한다. 공부를 시작한 마음도 준비를 시켜 준다.

읽기만 해도 포만감을 주는 책이지만 옥에 티 같은 아쉬움도 없지 않다.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오탈자 몇 개가 귀엽게 배치되어 있다. 은근히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어떤 이야기들은 뒷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고 모임 참여자 모집과 유지의 어려움, 리더들의 고민이 더 많았을 것 같은데 이야기가 끝나 미련도 남는다.


이미 인문학 공부를 시작했다

책이 출간된 지 2년이 지났다. 숭례문학당은 창업한 지 20년이 되었다. 창업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안다. 사업을 유지하고 버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말이다. 더욱이 벌이의 수단으로서는 꽝인 인문학을 포기하고 싶은 때가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리더들도 회원들도 멈추지 않았고 이제 그 공부법은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인문학 사업의 결과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들은 아직도 공부를 지속하고 있을 것이다.


""함께 읽기"와 사진과 문장 발췌, 짧은 글쓰기 등으로 매일의 공부를 인증하는 방식은

지금의 온라인 단톡방 학습 문화를 만드는 원조 역할을 했다.

많은 언론사들이 이를 주목하고 학당의 리더들을 인터뷰하고,

관련 다큐의 주인공으로 섭외하는 등 학당의 공부법을

많은 분들이 관심있게 바라보았다.

현재 리더 대다수는 학당 모임 외에도

개별적으로 다양한 기관과 공간에서 인문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pg.0(책 날개) <숭례문학당 리더 19인> 중에서"


독자들은 '내가 할 수 있을까?', '부담스럽다', '자신 없다'는 생각을 먼저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시작은 모두 평범했고 못할 거라 생각했던 지금의 우리 누구나였다. 저자들은 선배이고 그들만큼 꾸준히 매일 읽고 쓰기를 한다면 해낼 수 있는 일임을 보여 주고 있다. 책의 저자 19인뿐이겠는가? 지금도 인문학 공부 모임에 참여해 노력하고 있는 많은 선배들이 있을 것이다. 이제 그중 하나가 내가 될 수 있다.

취업에 필요한 '자기소개서'가 필요한 사람은, 책의 '서문'에서도 도움받을 수 있고, 성장하고 싶은 사람은 '30일 매일 읽기'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육아 중이라면 '아이들과 매일 쓰기'를 해봐도 좋고, 자신을 알고 싶다면 100일 또는 힘들다면 1주일, 한 달 짧은 글쓰기부터 시작해 좋겠다. 서평을 잘 쓰고 싶다면 서평 필사를, 건강하기 위함이라면 걷거나 달리고 기록하기를, 식물이나 동물을 좋아한다면 관찰 기록을 하면 된다. 인문학은 전 생애에 일상에 매 순간 필요한 것이다. 누구나 공부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날 친구에게 톡으로 연락했다. 같이 아침에 책 읽고 인증하자고. 서로 읽을 책을 사진 찍어 보내고 두세 문장 정도 간략히 새로운 내용이나 생각을 남기는 걸로 인증하며 매일 아침에 연락하고 있다. <필사하는 습관>을 읽으며 이 책에 대한 메모를 또박또박 예쁘게 써야겠다며 정자로 써 보았다. 글을 잘 쓰고 싶어 서평 필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쉽게 책에서 배운 대로 일상 속에서 하나씩 활용해 본다. 작은 시작은 어렵지 않고 작더라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다른 더 많은 사람과도 충분히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문학 공부는 이 책을 읽음과 동시에 시작되었을 지도 모른다. 이제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기만 하면 된다. 어떤 변화를 맞게 될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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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되기 위해 스스로 알을 깨듯이 나는 나를 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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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들 말 듣지 못해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들 눈 보지 못해

나는 이어폰을 끼고
먼저 투명해진다

말을 끊고
눈길도 끊고

아무도 없다
다가오는 사람 없다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그래
내가 직접 그렇게 한 거야

지금
여기에서

내가 나를
사라지게 했어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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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봐. 자연에는 정사각형이 없어!
하지만 잘 살펴보면 원은 볼 수 있었을지 몰라. 아침에 막 지평선 위로 떠오른 태양, 한밤의 보름달, 해바라기의 동그란 원....... 어쩌면 물속에 돌멩이를 던지다가 돌멩이가 물 위에 만드는 원을 보았을지도.
원시인은 달팽이 껍데기에서 나선형도 보고, 뾰족한 산에서 삼각형도 보았겠지만, 분명 정사각형은 못 봤어.
동그란 동굴 속에 살고, 동그란 움막집을 지은 원시인에게 정사각형은 너무 미래 지향적인 모양이야. 불가능의 첨단도형!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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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공주

아무래도
우리 할머니 인어 같아
허리 아파서 종일 누워 있어
다릿심 없어 걷지도 못하는데
할아버지가 고무옷 입히고 업어서
바다에 퐁당 빠뜨려 주면
아프던 허리는 어디 갔는지
가파도 근처까지 헤엄치더래
며칠 동안 입을 안 열던 할머니가
바다에만 가면
꽃노래도 부르고 열 길 물속 얘기하느라
할아버지보고 먼저 집에 들어가라 한다네
다른 해녀들 밤 되어 다 집에 가도
할머니는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본대
어제는 아빠랑 할머니 데리러 갔는데
할머니 눈에 그 넓은 바다가 다 들어 있어
눈망울이 보름달만큼 커져 있었어
별빛 받은 할머니 얼굴이 소녀 같더라니깐
집으로 돌아와 새근새근 주무시는데
숨소리마다 물거품이 피어올랐어
세 살부터 들어가 놀던 바다에서는
돌아가신 부모 형제 얼굴이며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시나 봐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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