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하숙생이 되거나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신세를 지게 되면 부모들은 어떻게든 인사를 전하기 마련이다. 하다못해 아이가 친구네서 밥을 자주 얻어먹으면 손에 주스라도 한 병들려 보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내 아이 밥을 12년이나 챙겨 주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모르고 산다. 아이가 맛있게 돈가스 반찬을 먹고 온 날은, 누군가는 뜨거운 유증기를 마시면서 돈가스를 수백장 튀겨 내고 뜨거운 소스를 졸인 날이라는 것을떠올리지 못한다. 비닐 앞치마와 비닐 장화, 위생모와 마스크, 팔토시까지. 한증막과 같은 급식실에서 바람 한 점 들어오지않는 복장으로 밥을 하고 국을 끓여 내 아이의 밥을 챙겨 주는 이들이다. - P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