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이 웃음을 터뜨리려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땅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개미떼가 보였다. 개미들은그의 차가 남긴 바큇자국 때문에 갈피를 잃은 것 같았다. 그는 개미들이 차 타이어에 숱하게 짓뭉개진 그곳에서 모래를 한 알씩 한 알씩 들고 포장도로에 생긴 균열을 따라 기어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간다면 어디로 가는가? 새로운 장소로? - P26
그리고 절대 버사 배브콕처럼 늙지도 않을 것이다. 그녀는 남편과 사별했고 부엌바닥에 검은색과 흰색 타일을 깔았는데, 케일리에게 매주 타일 사이를 칫솔로 닦게 했다. 케일리는 그걸 참을 수 없었다. 배브콕의 집에서는 치료제가 없는 외로움의 악취가 나는 것 같았다. - P76
늦은 소원봄이 되면 밭가에 사과나무를 두 주 심었으면 좋겠구나그러세요, 제가 산림조합 나무 시장서 조생종으로 사다 드릴게요그만두자, 옆 밭에 그늘지면 농사 안 된다아니요 그냥 심으세요, 농사가 안 되면 얼마나 안 될라고그만두자, 내가 그 사과를 먹을 날까지 살겠냐아니요, 요즘 사과나무는 심으면 이태부터 달려요그냥 심으세요녹내장 수술을 한 어머니 눈에 불빛이 잠깐 어린다 - P13
한스는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내 말 좀 들어 봐. 그때는 내가 비겁했어. 너 혼자 놔두는게 아니었어. 하지만 그땐 내가 어떤 인간이었는지 너도 알고 있잖아. 난 성적에만 매달렸어. 공부를 잘하고 싶었고, 가능하면 1등도 하고 싶었어. 그런 나를 너는 혼자만 잘 살겠다고 몸부림치는 공부벌레라고 불렀지. 나도 알아.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하지만 그땐 그게 내 꿈이었어. 그보다 더 나은 것이 있다는 걸 몰랐다고." - P136
다들 자부심과 대견한 감정, 장밋빛 희망으로 가슴이 한껏 부풀었고, 이 자리가 돈에 현혹되어 자식을 국가 기관에 팔아넘기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한 명씩 앞으로 불려 나가 교장선생 앞에 줄지어 서서 악수를 하고 선서를 했다. 이로써 앞으로 처신만 잘하면 죽는 날까지 국가에서 생계와 숙식을 책임져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공짜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그건 아버지들도 마찬가지였다. - P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