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절대 버사 배브콕처럼 늙지도 않을 것이다. 그녀는 남편과 사별했고 부엌바닥에 검은색과 흰색 타일을 깔았는데, 케일리에게 매주 타일 사이를 칫솔로 닦게 했다. 케일리는 그걸 참을 수 없었다. 배브콕의 집에서는 치료제가 없는 외로움의 악취가 나는 것 같았다. - P76
늦은 소원봄이 되면 밭가에 사과나무를 두 주 심었으면 좋겠구나그러세요, 제가 산림조합 나무 시장서 조생종으로 사다 드릴게요그만두자, 옆 밭에 그늘지면 농사 안 된다아니요 그냥 심으세요, 농사가 안 되면 얼마나 안 될라고그만두자, 내가 그 사과를 먹을 날까지 살겠냐아니요, 요즘 사과나무는 심으면 이태부터 달려요그냥 심으세요녹내장 수술을 한 어머니 눈에 불빛이 잠깐 어린다 - P13
한스는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내 말 좀 들어 봐. 그때는 내가 비겁했어. 너 혼자 놔두는게 아니었어. 하지만 그땐 내가 어떤 인간이었는지 너도 알고 있잖아. 난 성적에만 매달렸어. 공부를 잘하고 싶었고, 가능하면 1등도 하고 싶었어. 그런 나를 너는 혼자만 잘 살겠다고 몸부림치는 공부벌레라고 불렀지. 나도 알아.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하지만 그땐 그게 내 꿈이었어. 그보다 더 나은 것이 있다는 걸 몰랐다고." - P136
다들 자부심과 대견한 감정, 장밋빛 희망으로 가슴이 한껏 부풀었고, 이 자리가 돈에 현혹되어 자식을 국가 기관에 팔아넘기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한 명씩 앞으로 불려 나가 교장선생 앞에 줄지어 서서 악수를 하고 선서를 했다. 이로써 앞으로 처신만 잘하면 죽는 날까지 국가에서 생계와 숙식을 책임져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공짜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그건 아버지들도 마찬가지였다. - P90
한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초콜릿을 멀리 풀밭에 던져 버렸다. 그러고는 앉은 채로 박자에 맞춰 다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결국 다시 한 번 불규칙변화 동사들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거의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끔찍한 공포가 밀려들었다.모든 걸 까먹어 버린 것이다! 내일이 시험인데……………. - P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