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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통합 놀이 - 3~7세 우리 아이 발달을 자극하는 감각놀이 172
석경아.변미선.강은선 지음 / 소울하우스 / 2021년 2월
평점 :
우리 집 4살 둘째 고양이와 7살 첫째 공룡은 같이 잘 노는데 보모는 잘 못놀아준다. 첫째가 아기였을때는 열성적으로 전통 놀이를 해보거나 책도 많이 읽어줬는데 한계가 왔달까~ 부모도 육아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거다. 이번에 둘째 어린이집을 보내고보니 왜 아이를 빨리 기관에 보내는 줄 알겠다. 아이들과 있어도 부모는 시간이 많다. 아이들은 익숙한 집에서 편하게 여러 놀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에게 자유가 없다. 아이들이 있으니 티비를 보는 것도 힘들고, 맞장구도 쳐줘야 하고, 먹는 것 싸는 것도 때맞춰 해줘야 하고, 잠자리도 봐줘야 한다. 시간이 많으면 뭐하나 질이 떨어지는데. 하지만 기관에서는 프로그램이 잘 짜여 아이들을 돌봐준다. 아이에게 편안함이나 애정, 자유도가 떨어지겠지만 정말 기관에 보내는 것은 매력적이다.
3~7세 우리 아이 발달을 자극하는 감각놀이 172가지를 담은 감각통합놀이 책을 보다 보니 기관에 보내지 않아도 아이들과 잘 놀아줄 수 있는 방법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아이들과의 놀이 시간도 두렵지 않을 만큼. 나에게 벅찼던 쌀놀이, 국수 놀이, 밀가루 놀이, 전분가루와 각종 물감놀이 등등... 많은 놀이를 집에서 하면서 치우는 일이 나의 신경을 좀먹어 갔다면 감각통합놀이 책은 이렇게 쉬울 수가 없다. 책을 펴들고 바로 아이들을 불렀다. 얼굴에 젤리를 붙여주고는 떼먹어 볼까? 했더니 혀가 안 닿으니 온갖 편법으로 먹으려고 머리를 쓴다. 간식도 이렇게 재미있게 먹일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또 첫째 공룡이 심심하면 집안에 굴러다니던 짐볼로 이것저것 하길래 발을 잡아줬는데 엄청난 반응이 돌아왔다. 재밌다고 깔깔거리며 또 해달라고...
우리가 요리를 못하면 요리 책이나 비법을 보고, 오늘 먹을 요리를 찾아보고 하면서도 집에 변변한 놀이 책이 없어서 아이와의 놀이를 포기하고 있었는데 휘리릭 넘기다가 오늘은 이것으로를 외치면서 같이 해보는 경험이 좋다. 책에서 나오는 준비물도 사지 않고 바로바로 가져올 수 있는 것들이다. 수건으로 줄다리기를 하는 방법, 아니면 몸으로 노는 방법들이 당연하게도 기발하게도 생각되다가 일상적으로 놀 수 있는 방법들이 아이들에게 유능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와닿는 책이다.
기관에서도 이 책에서 나오는 얼음 깨기나 거미줄 놀이, 악기 만들기 등등을 한다.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친구들과 어울려도 하고 집에서도 하다 보면 아이들의 감각이 고루 발달하게 된다고 한다. 특히 어른들이 말하는 예민한 아이, 산만한 아이들이 특정한 기질 때문에 그렇다는 체념적인 시선을 보이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위로만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아이들은 아직 아기라서 통합적인 감각을 발달시키는 노력을 꾸준히 해오면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기도 살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고, 부모도 놀이로서 감각을 키워주면 되니까 굳이 위로의 시선을 보내고 받을 것이 아닌 것이다. 다음에는 뚜껑 짝 맞추기, 깃발 들기, 같은 글자 찾아보기를 해봐야겠다. 집에서 안 쓰는 종이컵도 많이 있으니 컵 쌓기도 좋고... 매일매일 하나씩. 조급해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