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고 어렸을 때는 관심이 없었던 손으로 하는 많은 일이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아이들이 이제 엄마의 손을 덜 필요로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인지 모를 일이다. 전원주택으로 이사 와서 텃밭도 가꿔보고, 집에서 나는 보리수, 모과, 매화, 오디로 이것저것 해보려 하는데 한 번은 유리로 된 됫병의 손잡이가 잘 안 닫혀서 바닥에 확 쏟아지는 통에 난리가 났고, 모과나 오디로 만든 효소는 검은 곰팡이가 끼거나 애벌레 번데기 같은 것들이 있어 버리는 것도 무서울 지경이다. 왜 이런 실패만 하는 걸까? 울 엄마는 부지런히 이것저것 담으셔도 실패하신 적 없던데, 나는 비싼 원당까지 사다 해봤는데 엄청난 성공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관심의 차이가 이렇다.
나는 여전히 읽는 것과 먹는 것에만 엄청난 능력을 보인다. 손경희의 수제청 정리노트 2에서 알게 된 나의 실수는 게으름이었다. 몰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수제청을 만들 때는 처음 3일 동안에는 수시로 들여다보고 위아래를 잘 섞이게 저어줘야 한다는 사실. 이제는 이사 초반의 열정이 사그라들어 수제청을 또 만들고 싶지는 않지만 손경희의 수제청 정리노트는 따라 만들기보다는 표지의 정갈한 유리병만 봐도 배가 부른듯한 만족감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수제청 말고도 콩포트, 카페처럼 맛있는 음료를 위한 레시피가 35가지나 된다. 수제청은 실패를 많이 해서 이 책을 읽어보니 콩포트를 시도해보고 싶다. 이름이 색다르지만 쨈과 비슷한 듯. 딸기잼은 만들어 본적이 있지만 책에서는 딸기콩포트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주신다.
사진들이 굉장히 예뻐서 유튜브까지 찾아봤을 정도이다. 수제청을 만들 때 유의할 점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서 보여주고, 손경희 작가님의 개인 이야기도 각 장앞에 알뜰히 써놓으셨다.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있어서 손경희의 수제청 정리노트 1의 리뷰를 찾아보니 늦게나마 허밍 테이블 사업을 시작하신 배경을 알 수 있었다. 또 유리병 소독 법과 건조 관일편을 만드는 법도 실려있다고 하니 찾아 읽어봐야겠다. 나이가 드니 탄수화물 중독으로 단게 이상하게 당겨서 조절하기 위해 여러 가지 우린 물들을 먹고 있는데 건조 과일 편을 이용한 레드 과일 워터나 옐로 과일 워터는 꼭 만들어서 먹어보고 싶다. 생각만 해도 상큼하고 달콤한 향이 느껴져 갈증을 가시게 해줄 물이 당길 때 아주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