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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 왕국
이승현 지음 / 원고지와만년필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웃기고, 슬프고, 무섭고, 기이하며 그리운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난다.
처음 책표지를 봤을때 나는 이 책이 유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귀엽고 특이한 일러스트에 색감도 화려하고 초파리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의인화된 초파리가 그려져 있는 표지.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 보니까 표지가 그리 유쾌하게만 보이지는 않다. 막걸리를 먹고 있는 두 초파리중 한초파리에게 들려져 있는 저 기획안, 그리고 테이블 밑, 박스안에 수북히 쌓여있는 저 종이들.....거기다 구석에 얼굴 벌게져서 게슴츠레한 눈으로 쓰러져있는 한 남자. 뭔가 일에 치여사는 직장인들이 생각나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초파리왕국은 6편의 단편과 작가의 전작인 안녕,마징가의 외전 4편이 수록되어 있다.
평범한직장인들의 애환을 약간은 코믹하게 풀어낸 초파리왕국
공장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그린 그러니까 늘 그런
몇 번을 읽어도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는 부른다 - 생명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일까?
퇴직후 공허한 마음을 채우려 사이비종교에 들어갔지만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 아귀가 된 한 남자의 이야기, 아귀
한 놈(?)의 본능에 관한 코믹한 이야기인 붉은 보름달
바다에 놀러갔다 기이한 일을 겪은 한 남자의 이야기인 사바스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니까 늘 그런은 읽으면서 대학 다닐때 잠깐 아르바이트했던 공장이 생각났다. 나는 아르바이트니 마음 편하게 다녀서 잔업은 안했지만 직원분들은 매일 매일 잔업을 해야했고 그렇게 일해서 손에 쥐는 돈은 그리 많지 않았던것 같다. 그래도 항상 웃으면서 일하시던 분들이 생각난다. 아귀는 읽으면서 무섭기도하고 슬펐던 작품이다. 퇴직할때까지 죽어라 일만해서 가족과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취미도 하고싶은 일도 없는 한 사람이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아귀가 된......소설속의 이야기는 극단적인 이야기지만 나에게도 저런 비슷한 일이 일어날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라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사이비종교에 빠지고 누군가를 해치게 되는것만이 아니라 그냥 살아가기 위해 살아가다가 나이가 들었을때 공허한 마음을 채우지 못해 벌어질 어떤 일들.....그런 것들이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