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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집 1 ㅣ 안데르센 동화집 1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빌헬름 페데르센 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0년 8월
평점 :
안데르센 동화집을 오랜만에 읽었다. 주인공들에게 심하게 감정이입해서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일은 물론 더이상 없었다. 대신에 딴죽을 걸게 된다.
이 동화에 나오는 공주들은 하나같이 예쁘구나, 예쁘면 못된 성격도 용서되는구나 싶었진달까.
성격이 못되서 전날까지 험담을 늘어놓았으면서 화사한 외모의 공주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지는
멍청한 청년이라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11명의 오빠가 백조로
변해버린 공주 이야기 말이다. 싫다는데 억지로 끌고가서 결혼한 게 누군데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누명을 뒤집어 씌워 죽이려 드는 왕이라니... 게다가 모든 일이 해결된 후 그 왕을
용서하고 다시 결혼식을 올리다니 그 공주도 참 속이 없네 싶었다. 그 미모와 성격이라면
왕보다 훨씬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순진하고 착하고 주인공이기만하면 아무리 바보짓을 저질러도 모든 일이 순탄하게 잘 이루어지는
이 동화 세상에 잔뜩 불만을 품게 된다. 이런 내용을 어린이에게 읽혀도 좋은 것인지 의구심이
생기려고 한다. 안데르센 동화에 숨어있는 많은 것들이 불편했다.
하지만 인어공주는 여전히 슬펐고, 생명을 구해준 사람을 몰라보고 다른 사람을 그라고
착각하는 왕자의 멍청함에는 여전히 분개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 인어공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해냈다. 물거품으로 변해버리는 그 장면을 읽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
디즈니에서 해피 엔딩 버전 인어공주를 봤을 때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이제는 인어공주와 슬픔을 연결짓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안데르센 동화집을 읽다보니 예전에 이 책을 열심히 보던 때의 이런저런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 때 좋아했고 즐겨 읽었던 책냄새가 날 것만 같았고, 그 때 좋아했던 책들이 오랜 기억 속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행복했었을까 궁금해진다.
삽화를 꽤 많이 기대했었다. 카이 닐센, 빌헬름 페데르센, 에드먼드 뒤락의 삽화가 수록되어
있다는 걸 보고 드디어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다니 감동까지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책을 펼치고 그 기대가 너무 컸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선 삽화가 그다지 많지 않을 뿐더러, 책 사이즈에 맞게 축소된 그들의 그림은 장점이 너무나
가려버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종이 재질도 그림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삽화에 대한 기대가 커서인지 그만큼 실망도 컸다.
삽화의 비율을 높이고, 책의 크기를 키우더라도 삽화 본연의 장점이 부각될 수 있다면 가격이
조금 높아지더라고 훨씬 만족스러운 책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런 책이라면 지금보다 비싸더라도 구입할 의향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