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빵가게 재습격'을 읽은 다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태엽 감는 새와 화요일의 여자들'을 펼쳐서  

읽어나갔다. 그 다음이 '패밀리 어페어'였다.  

뒤죽박죽 페이지를 넘나들며 이 책을 읽어나가다가 멈칫했다. '이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어'라며.

그제서야 맨 처음으로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바로 '빵가게 재습격'이었다는 걸 떠올릴  

수 있었다. 신기할 정도로 완벽하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일이다. 그때와 똑같은 순서로 단편을 읽었다니 말이다.

게다가 덤으로 이 책을 읽었던 순간과 장소까지 생각났다. 도서관이었다.  

'상실의 시대'를 읽고 싶었는데 페이지가 떨어져나갈 것만 같은 책의 상태에 집어드는 게  

망설여졌었고,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읽지 않은 것 같은 이 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볕 좋은 오후 도서관에서 이 책을 읽었다. 그 날 수업을 들었갔었던가. 아닌 것 같은데... 

'태엽 감는 새와 화요일의 여자들'을 읽고나서 그날 집으로 가는 길에 파스타와 토마토를 샀던  

것도 기억해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좋았던 건 이 책을 읽었던 그 때의 나와 잠시 만났다는 게 아니었을까 싶다.
독서 기록을 꼼꼼하게 하지 않더라도 예전에 읽었던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으로 오래된  

기억을 불러올 수 있다니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하루키의 소설은 읽는다면 또 어떤 순간들이 떠오를까 기대되기 시작했다.

'빵가게 재습격'을 다시 읽으며 출간당시와 지금의 시간차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물론 맥주캔의 모습같은 작은 소품을 통해서 짐작할 수는 있지만,  신경쓰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정도였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언제까지 무라카미 하루키일지도 모르겠다고

'1Q84'을 읽으며 생각했었는데, '빵가게 재습격'을 보면서 그 생각이 확고해졌다. 언제까지고  

무라카미 하루키이겠구나 안도할 수 있었다고 해야하나.  

이전에 이미 이 책을 읽었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유는 그 시간 동안 달라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그런 내가 소설 속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집어내게 되는  

부분은 분명 달라져있게 마련이다. 그러면서 지금의 나를 바라보게 된다. 지금의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이런 사고를 하고 있었던거구나 눈치챌 수 있다.

그게 바로 책을 다시 읽는 묘미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빵가게 재습격'을 처음 읽는다면 그것 역시 추천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장편이나 에세이만큼 단편도 재미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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