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
아카가와 지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평점 :
'니시코지 도시카즈'라는 필명으로 공동집필을 하고 있는 네 명의 남자가 있다.
개인으로 활동할 때에는 그다지 큰 활약을 하지 못했지만, 어떤 계기로 그들은 뭉쳤고
서로를 보완할 수 있게 된다.
신문기자였던 가게야마는 취재를 담당할 수 있었고,
방송국에서 작가로 일하던 고지로 인해 작품의 스토리를 흥미롭게 엮을 수 있었고,
문학신인상을 받고 등단한 소설가 니시모토에게는 유명세와 문장력이 있었다.
그리고 시인 가가와는 문장을 매끈하게 다듬을 능력이 있었다.
그들에게 '니시코지 도시카즈'라는 필명 외에 공통점이 있다면
현재 자신의 옆에 있는 아내에게 불만을 품고 있다는 정도가 아닐까?
그리고 그 불만은 그들의 직업세계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끼친다.
돈문제로 아내에서 내내 바가지를 긁히며 시달리고 있던 니시모토가 문득
한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그리고 동료 작가에게 다음 작품의 소재로
아내 죽이기를 제안한 것이다. 각자 아내에게 크고 작은 불만을 품고 있었고,
남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들은 니시모토의 생각에
선뜻 동의해버린다. 그리고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어 아내를 없애기 위한 방법을
짜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글을 써내려간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그들이 써내려간 그 글이 현실에서 그대로 일어나버린 것이다.
투정같은 기분으로 시작한 글쓰기가 실현되어 버리자 네 남자는 당황하기 시작하는데...
본격 미스터리, 추리의 범주에 이 책을 넣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허당 미스터리라고 부를 수 있으려나?
소설이 허당이라는 게 아니라, 소설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허당이라서 의미에서 말이다.
혼자서 똑똑하고 착한 척 하면서 아내를 악역으로 만들어 버리지만,
그 악역이 무대에서 내려가려는 기미를 보였을 때 비로소 자신의 진심을 깨닫고
허겁지겁 수습하려고 나서는 네 남자의 모습이 이 소설을 장악하고 있으니까.
있을 때 잘하라는 교훈에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주며 그럭저럭 해피하게 마무리 된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이 사람들 다시 소설이라는 방식으로
또다른 계략을 꾸미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의 출간연도에 한번 놀랐고, 그 시간의 공백을 크게 느낄 수 없어서
또 한번 놀랐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