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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연의 도쿄 집밥
박계연 지음 / 삼성출판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요리책 보는 걸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책장에서 꽤 많은 공간을 요리책이 차지하고 있다.
다른 책들은 언어의 장벽을 넘지못해서 머뭇거리게 되지만, 요리책에 있어서만큼은
언어의 장벽도 그다지 높지 않다. 대부분의 요리책들은 사진이 실려있어서 안심이 될 뿐더러,
사전만 있으면 그다지 겁날 게 없다고 믿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요리를 책으로 배우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의역과 오역으로
산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꽤 많다는 것이다. 같은 재료라도 맛과 향이 다를 것이고,
가끔은 재료 자체에서 오해를 하게 되는 경우도 없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다보면 요리책을 보며 만든 음식이 평소보다 정성을 쏟고 솜씨를 부려서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스스로도 단숨에 수긍할 수 밖에 없는 맛을
낼 때가 있다. 맛이 없지는 않지만, 이건 아닌데 싶은 순간은 참 난감하다.
요리책에 적혀있는대로 정확하게 이행했다고 자부하지만 어딘가에 숨겨져있는 지뢰를
밟은 것이다.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인터넷 바다를 오랜시간 헤엄쳐다녀야 한다.
그리고 그제서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게되고 한숨을 짓는다. 경험에서 배우고 마는
바보가 되었구나 싶어서 약간 슬퍼지기도 하고 말이다. 요리책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책인데, 결국 실수를 발견하는 수단이 되어버렸다니 허탈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전문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고민하게 된느데, 마음 먹는 게 쉽지 않아
매번 미루게만 되는 것 같다. 시간이 안 맞고, 이리저리 일정을 정리하다보면
계속 언젠가인지 모를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또다시 요리책을 집어들게 되고,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일본음식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 음식을 가끔 만들어 먹고 있는데, 솔직히 이게 제대로 된 맛인지 아리송할 때가 많다.
요리책에 적혀있는대로 계량을 하고, 순서를 지키고는 있지만 마음 한켠으로 피어오르는
의심의 아지랑이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 맛도 없지는 않다. 그런데 이건 내 입맛에
맞는다는 거고, 실제의 평범한 일본 가정식은 어떤 맛일까 꽤 궁금했었다.
달걀 프라이에 간장이나 소스를 뿌려 먹던데, 그 소스나 간장의 정체도 몹시 궁금했었는데
딱히 물어볼 데도 없고해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달걀 프라이에 뿌려먹는
간장의 정체를 알게되어서 기뻤다. '앗! 이거였구나'라며, 다음에 꼭 한 병 사봐야 겠다
싶어진다. 이 책은 일본에서 살게되면서 실생활에서 일본음식과 맞부딪칠 수 밖에 없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서, 그동안 궁금했었지만 그냥 패스했었던 여러가지 질문들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었다. 특별히 의식하지 못했었고, 심지어 제대로 오해하고 있었던
몇몇가지를 바로잡을 수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보통의 요리책이라면 생략해버렸을지도
모르는 기초적인 일본요리팁들을 알려주고 있어서 무척 반가웠던 것 같다.
요리책인지라 레시피들도 수록되어 있지만, 그것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주고 있는 부분도 꽤 마음에 들었다. 거기에서 그동안 아리송하기만 했던 어떤 것들에
대한 실마리를 얻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가지고 있던 다른 일본 요리책을
다시 꺼내 보게 되었는데, 저번에 저질렀던 실수를 하나 발견해내서 꽤 기뻤다. 다음번에
실수를 고쳐서 제대로 다시 한번 도전해봐야 겠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중이다.
이 책에 실려있는 102가지 레시피는 꽤 친숙한 음식들일 뿐만 아니라,
만드는 방법도 그다지 어렵지 않고 조리 시간도 길지 않아서 활용도가 높을 것 같다.
앞으로 자주 넘겨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번 주말에 무엇 해먹으면 좋을지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