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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카페여행 바이블 - 반짝 반짝 보석처럼 숨어 있는 도쿄 카페로 떠나는 시크릿 여행
조성림.박용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왜 내 여행의 기억의 한 켠에는 카페나 커피가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가만히 생각해봤다.
커피를 좋아해서, 여행 중에서도 도저히 커피를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알고 있다. 내 여행의 기억에 자리잡은 커피와 카페의 기록은 여행지에서조차
자주 쉬고 있는, 게으름을 피우는 내 모습을 반영한다는 것을.
그러고보면 여행지에서 공통적으로 꼭 들리게 되는 곳이 있다. 다름아닌 여행지 근처의 별다방.
괜찮은 카페를 찾는 것도 쉽지 않고, 어쩐지 익숙하기도 하여 낯선 곳에서라면 정겨움마저
느끼게 되는 그곳에서 잠시 앉았다 나오는 곤 했었다. 그리고 별다방 외에도 신기해보이거나
예뻐보이면 피곤하지 않아도 방금전에 커피를 마셨더라도 저절로 발길이 향한다.
카페에서 먹은 디저트로 점심을 대신한 때도 없지 않았던 듯.
그게 여행지에서의 꽤나 익숙한 패턴이었다. 그런걸 반복하다보니 커피나 카페를
좋아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커피나 카페를 좋아해서 그런 패턴을 고수하게 되었는지는
스스로도 결론내릴 수 없지만 지금의 나는 커피도 카페도 꽤 사랑하는 인간형이 되어있다.
카페인이 피부에 미치는 영향 따위는 쿨하게 무시하고 있으며, 밤 10시 이후에 커피를 마셔도
깨알만큼의 불면도 허용하지 않는 인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시는 커피가 진해진다는 걸 얼마전에 샷추가를 깜빡한 카푸치노
한 잔을 주문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이거 커피 맞아?'라는 반응을 보이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그날 집으로 오는 길에 미스트를 구입했다. 피부 건조에 대한 약간의 걱정이
생겨났지만 커피를 줄일 수 없는 인간의 선택이랄까. 그렇게 그렇게 커피는 내 일상 속에
녹아있고, 카페는 자연스럽게 친숙해졌던 것 같다.
커피와 카페를 좋아하다보니 가끔 지나치지 못하는 책들이 있다.
제목에 커피, 카페, 카페푸드, 카페여행...이 포함되어 있으면 못 본 척 할 수 없달까.
'도쿄카페여행바이블'도 지나칠래야 지나칠 수 없는 책 들 중의 한 권이었다.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이 카페가 아직 있다는데 안도하기도 했다. 일본 여행을
막 다녀온 이에게서 오랜 만에 다녀왔더니 그새 없어진 카페가 참 많았다는 걸 듣고선
약간은 불안했었나보다. 처음 보지만 마음에 쏙 드는 카페를 다음에 꼭 들려봐야할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꼭 기억해두어야지 싶은 곳들이 많아서, 지금 당장 떠나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말 것 같아서 조바심이 나기도 했었다.
맛있는 게 잔뜩 나오는 여행에세이를 밤에 읽는 건 상당히 옳지 않은 선택이다.
그 시간에 먹으면 먹는대로 죄책감이 시달리고, 안 먹으면 안 먹는대로 불만에 퉁퉁부어
있을테니까. 이 책 읽으면서 커피도 만들어 먹고, 팬케이크도 구워먹었다. 결국은 올해
최대의 과제인 다이어트를 손쉽게 포기해버리고 말았달까. 그리고 다음 날에는
아이스크림까지 사먹었다. 이 책에 엄청 맛있어 보이는 아이스크림이 나오는데,
그 전날밤에 사러 나가기에 너무 추워서 꾹 참고 있다가 점심 식사후에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책 속에 나오는 똑같은 걸 먹고 싶었지만 타협하는 수 밖에.
저 아이스크림 먹기 위해서라도 도쿄에 가야겠다 싶어질 정도로 이 책을 읽으며
그 아이스크림에 마음을 빼앗겼던 것 같다. 그렇게 올해 최초의 다이어트를 마감했다.
도쿄 카페 여행을 실행에 옮기는 건 스스로에게 무리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테마를 잡아서
여행을 떠날만큼 성실하지도 못할 뿐더러, 멍석을 깔아주면 그나마 있던 의욕도 천리밖으로
도망가버리는 스타일이어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카페여행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이 책의 카페 여행을 통해서 멋진 가게들을 새롭게 많이 알게 되어서 좋았다. 도쿄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가끔 다리를 쉴 때 근처에 책에서 보았던 그 가게들이 있으면 잠시 쉬어가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카페를 동선에 넣어볼까 싶을만큼
예쁜 가게들을 잔뜩 구경할 수 있어서 흥미를 가지고 끝까지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끝무렵에는 도쿄 카페에서 인상적이었던 음식이나 음료을 재현하고 레시피도 알려주고
있기도 했다. 카페를 열어보는 걸 고려하며 수 백장의 팬케이크를 만들어 본 적이 있다고
하는 걸 책에서 봤기 때문인지, 팬케이크 레시피만큼은 꼭 한 번 따라해봐야 겠다 싶었다.
궁극의 팬케이크의 맛을 기대해본다. 여행을 다닐 때 카페를 빈번하게 들리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듯 하다. 이왕이면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 좋지 않을까. 피로까지 확 날려주는
근사한 디저트를 먹으며 여행의 활기를 일깨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매번 들리게 되는 익숙한 로고의 커피 가게도 물론 편안하고 나쁘지 않지만,
그 공간에만 존재하는 가게들에 잠시 스며들어 여행의 피로를 털어내고 기운을 얻는 것도
의미있지 않을까 싶다. 커피와 카페 그리고 달콤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끌려 책장을 넘겨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