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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이 선생님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말더듬이 선생님'이란 제목 그대로, 무라우치 선생님은 말을 잘 하지 못한다. 첫 음절이 '가'행이나 '다'행, 탁음으로 시작할 때면 특히 더. 그래서 그는 중요한 말만 한다. 그리고 혼자라고 느끼는 아이를 찾아내 곁에 있어준다. 그는 이미 외톨이가 아닌 그들에게 말해준다.
"다행이다, 이번에도 늦지 않아서."
메리 포핀스가 생각났다. 어느 순간 홀연히 나타나서 그들이 스스로의 행복을 지킬 수 있을 때에 우산을 타고 날아가버리는 그녀가 떠올랐다. 무라우치 선생은 그녀처럼 그림 속으로 걸어들어 갈 수도 없고, 서풍을 타고 날아가기에 무리인 평범한 아저씨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도 마법은 부릴 수 있는 것 같다. 홀로 겁먹고 있는 아이를 위해서만.
그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허겁지겁 벽을 쌓아 올리고 있는 아이들을 찾아내서 상처를 보듬어 주고 믿어준다. 그리고 혼자 힘으로 똑바로 설 수 있도록 지켜봐 준다. 그리고 또 다시 위기의 학생을 찾아 홀연히 떠난다. 쓰러지는 건물을 들어올리고, 폭주하는 기차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는 아이들이 마음의 궤도를 잡는 것을 도와준다. 스스로를 미워하거나 괴롭히지 않도록, 그리고 어리석은 모습으로 계속 살아가지 않도록 말이다. 슈퍼 히어로의 선생님 버전이 있다면 바로 이 모습이지 않을까 한다.
외톨이가 둘이 있으면 이미 외톨이가 아니기 때문에, 곁에 있는 또 한 사람의 외톨이가 되고 싶다는 선생님을 만난 아이들의 여덟가지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간제 교사 무라우치 선생님을 만나면서 인생의 첫번째 전환점을 맞이한 아이들의 이야기들이 보석같이 반짝거린다.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선생님의 정보수집능력과 필연적인 우연의 반복이 이 이야기가 허구임을 지속적으로 상기시켜 주기도 하지만 슈퍼히어로의 이야기려니 하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을 보면서 저게 실제로 가능하냐고 불만을 품지 않는 것처럼. 하지만 가능하다면 무라우치 선생님 같은 분이 꼭 있었으면 한다. 약한 학생들을 지켜주고,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곁에 있어주는 어른이 말이다. 쓸쓸한 아이를 외롭게 내버려두지 않는 선생님이 정말 현실에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제대로 어른이 되는 사람들이 많아질테고, 또 그를 닮은 선생님도 분명히 나타날테니까.
'말더듬이 선생님'에 수록된 '파랑새'는 동명 영화로 제작되어 2009년 초 '메가박스 일본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고 한다. 수상도 한 듯 하다. 선생님 역에는 '아베 히로시', 학생은 '혼고 카나타'가 맡았다고 한다. 책을 방금 읽어서인지 영화의 출연배우와 원작이 매치가 잘 된다. 선생님 역을 맡기에는 키도 크고, 아저씨 같지도 않다. 아베 히로시는 말을 더듬어도 멋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학생이 참 예쁘게 생겼다.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선생님의 모습과 많이 다르지만, 그래서 더 기대된다.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매력을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