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 : 빛과 어둠의 대가 마로니에북스 Art Book 8
로사 조르지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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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다빈치 코드'에서 첫번째로 화려하게 등장한 그림은 누구의 것이었을까?

루브르 박물관의 관장 소니에르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헛된 저항이 되고 말았지만- 벽에서 황급하게 떼어낸 그림은 카라바조의 것이었다. '동정녀 마리아의 죽음'이나 '카드놀이 사기꾼'일거라는 설이 있지만 아무튼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으며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의 첫장에 그의 작품이 등장한다. 이탈리아의 10만 리라 지폐에서는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영국의 한 가석방중이었던 어떤 이는 석방조건을 어기고 카라바조의 전시회를 보다가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현재까지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카라바조, 정말 대단하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만큼 강렬한 그림을 그렸던 그는 파란만장이란 단어가 무색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 폭력과 살인, 오랜 도피생활, 사면에 대한 갈망 그리고 반복되는 좌절로 인해 가중되는 불안과 초조가 그의 삶의 일부분을 차지했다. 그래서인지 '폭력적', '충동적'이라는 수식어가 꼬리표가 그를 따라다닌다. 하지만 그의 그림이 파격적인만큼 대단했다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오직 그림만이 전부인 듯한 삶을 살았던 카라바조의 일대기와 그림들을 '카라바조 : 빛과 어둠의 대가'에서 간략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영향을 주고 받았던 동시대 다른 예술가와 주변 인물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이 책에 실린 카라바조의 작품들의 소장처 정보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많은 화가들이 그러했듯이 카라바조도 자신의 얼굴을 그림 속의 등장인물로 그려 넣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어느 그림 속의 자화상을 보고 있다가 마지막 희망과 기대를 담은 그림을 실은 배가 떠나버렸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털썩 주저앉고만 그의 모습이 그려져버렸다. 차즘 소화되고 있던 불길이 완전히 꺼져버리는 순간의 그의 지친 모습이 연상되면서 고달픈 삶을 살았던 천재들이 문득 떠올랐다.  

하지만 그의 그림을 볼때면 어떻게 그 장면을 포착했는지 언제나 놀랍기만 하다. 빛과 어둠의 대비를 통해 조용하지만 극적인 순간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가 그림에 있어서만큼은 진지했고 성실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판형이 작은 게 참 아쉬웠다. 140페이지가 조금 넘는 얇고 작은 책이라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크기가 이 시리즈의 장점이기도 하다. 작은 가방 속에도 쏙 들어가는 사이즈라서 휴대하기 쉽고, 짬이 있을 때마다 꺼내서 읽기에도 딱 좋았다. 그리고 그림의 일부분을 확대해서 해설을 달아둔 부분은 쉽게 놓칠 수 있는 감상포인트를 집어 주고 있다. 또 이 책은 Art book시리즈 중에 한 권이다. 무료하게 보낼 수 밖에 없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이 시리즈를 한권씩 읽다보면 미술사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 훌쩍 자라지 않을까 한다.

유럽과 미국에서 카라바조는 고흐를 능가하는 격정의 삶을 살았던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고, 그에 관한 많은 저서가 출간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카라바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특별전도 열리고 그에 관한 좋은 책이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 오늘 로또에 당첨되었으면 당장 그의 그림을 보러 날아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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