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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후 너는 죽는다 ㅣ 밀리언셀러 클럽 9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평점 :
처음에는 제목과 표지를 보고 오싹해지기도 했다. 극도의 공포로 몰아가는 심리스럴러일거라며 긴장했었다. 분명히 봄인데도 정체성을 잃고 초여름같이 굴고있는 심술궂은 날씨의 콧대를 꺽어줄 수 있을거라고 어처구니없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
다카노 가즈아키가 '13계단'으로 2001년 제47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최초로 만장일치로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작가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읽은 이후 더이상 책 제목이 으스스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처음의 기대는 성급한 독자의 제멋대 단순 오해 해프닝으로 일단락되었다.
사람들이 환호할 때는 그런가보다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6시간 후...'를 읽고 명불허전이라고 생각하며 '13계단'도 한번 읽어볼까 하고 있으니까 제대로 뒷북을 치고 있는 셈이다.
작가가 영화계에서 쌓은 경력이 녹아난 것인지 아니면 작가의 이력을 먼저 알아버려 선입관이 작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편의 영화처럼 잘 짜여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람 마음을 짠하게 하는가 하면, 맥없는 슬픔이 감지되기도 한다. 그리고 나름대로 준비한 해피엔딩까지! '13계단'처럼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드라마도 괜찮을 것 같다. 사람을 울리기도 미소짓게도 하고, 때로는 마음을 졸이게도 하는 요소가 군데군데 숨어있으니까 원작을 미리 읽지 않았다면 분명히 다음회를 기다리며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카세 료'나 '마츠다 류헤이'가 어울릴 것 같다. 약하지도 않지만 강하지도 않은, 게다가 고심하는 역할에 잘 어울릴 것 같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시간의 마법사
사랑에 빠지면 안되는 날
돌 하우스 댄서
3시간 후 나는 죽는다
예지 능력자 케이시와 그에게 미래를 보이게 된 사람들의 다섯가지 이야기가 펼쳐진다. 비일상적인 부분, 즉 미래에 찾아올 비극을 볼 수 있는 케이시와 그 운명을 통보받은 인물들의 고군분투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가 예지한 장면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매번 실현되고 마는 것을 경험하면서 운명을 바꿀 수 없다고 케이시를 믿어버리게 되지만, 그들이 운명을 바꾸기를 원하지 않은 게 아닐까 한다.
이렇게 예쁜 사람이 되어서 기쁘다고 9살의 자신이 말해줬는데, 이대로가 좋다고 말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슬프지만 진짜 사랑을 선택한 것일수도 있지 않을까. 화려한 꿈 대신 소박한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고수한 것이라고 볼 수 없을까. 그래서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인 게 아닐까 한다. 바로 그들이 그 모습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그들은 마침내 미래를 바꾼다. 그리고 새로운 운명을 향해 걸어나간다.
미야베 미유키가 말했단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작품은 어느 작품이든 읽기 시작하면 결코 멈출 수 없다고.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다. 틈틈히 읽었는데, 그 사이에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조바심을 냈으니까 말이다. 더위를 물리치지는 못하지만 모처럼 만난 꽤 괜찮은 온기있는 추리소설이었다. 조만간에 '13계단'과 '크레이브 디거'도 읽고 내침김에 영화 '13계단'도 보게 될지 모르겠다.
재미있는 책에는 주의글을 붙여두어야 한다. '주의! 이 책을 펼치면 책 읽는 활동 외의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없습니다. 알아서 하세요'정도로. 책 한 권 읽을 시간을 확보하고 책장을 펼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