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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A
조나단 트리겔 지음, 이주혜.장인선 옮김 / 이레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소년A였던 청년이 있다.
그는 소년 시절에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그리고 세상에서 격리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그는 세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전에 그는 소년 시절의 이름을 버렸다.
과거의 자신을 버렸고, 그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직장을 구하고 친구도 사귀었다.
그리고 사랑에도 빠졌다. 여자친구와 친구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제외하고는 말해 줄 수 있는 진실이 없었다.
이름과 추억이 원래 그의 것이 아니었기에, 완벽한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그는 죄책감은 느꼈다.
하지만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놓아버리고 싶지 않은 행복이 있기에 그는 침묵을 지켰다.
지키고 싶은 것이 있지만 숨겨야 할 것을 가지고 있는 그의 일상은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듯이 위태로워 보였다.
한순간에 새롭게 가지게 된 모든 것들을 박탈당할 수 있기에 그는 초조와 불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그의 불안은 현실이 된다. 그의 주위를 매섭게 따라붙는 집요한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붙잡혀버린다.
그리고 그는 어느 영화 속의 그들처럼 어느 순간에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른다.
'보이A'는 소년 범죄에 대한 소설이다. 영국을 cctv천국으로 만든 계기가 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가장 맞는 것이겠지만, 그런 일은 아주 가끔 일어나는 것 같다.
소년 범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소년범죄에 대한 분분한 의견을 보면 어려운 문제라는 것만 명확해질 뿐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도 어느 한쪽으로 기운 판단의 잣대를 발견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보이A'에서 군데군데에서 이런 뉘앙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만약 이랬다면 그들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소년A의 아버지가 친자가 아니라는 의심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좀 더 그에게 애정을 가졌고 학교에서 당하는 집단 따돌림에서 그 아이를 좀 더 일찍 구해줄 수 있었더라면,
그의 선생님이 개인적인 문제로 히스테리컬해져 있지 않았고 편견없이 그를 바라보았다면,
소년 B가 그런 집에 살고 싶지 않았고, 아버지가 알콜 중독이 아니었고, 어머니가 가족을 버리고 어디론가로 떠나지 않았다면,
집안의 독재자로 군림하던 형에게 가혹한 폭행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조금 덜 엄격했더라면 그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어린 아이이기에 순진할 수 있고 그만큼 잔인할 수 있다.
그들이 세상에 비뚤어진 마음을 표출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는 사회도 일정한 책임이 있는데
모든 비난과 책임을 그들에게만 지우게 하는 게 과연 타당할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 소녀가 그들에 의해서 생명을 빼앗겼다. 그들은 소녀의 꿈, 미래 그 밖에 모든 것을 박탈했다.
그리고 그 소녀를 사랑하던 사람들의 마음도 죽였다.
그랬던 그들에게 어리다는 이유로 비난의 강도를 줄일 수 있을까. 과연 그 순간에 그들은 몰랐을까. 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어려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간결하고 세련된 문장으로 풀어내고 있다.
잭-소년A가 선택한 이름이다-이 출감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되는데,
때때로 과거로 돌아가면서 그들의 소년 시절과 범죄를 저지른 당시의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툭툭 던져준다.
그래서 책을 덮고도 한동안 이 책이 던져주고 있는 이런저런 문제점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소설 자체도 뛰어나지만, 잭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그동안 무심하게 지나쳤던 많은 것들을 다시 발견했던 것 같다. 가볍지만은 않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