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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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죽였다'는 가가 형사 시리즈 중 네 번째 작품이다.

 

세 명의 사람이 이 소설 속에서 말한다.

 

내가 그를 죽였다라고.

 

결혼식장의 버진로드위에서 숨을 거둔 그는 호다카 마코토.

 

각본가 겸 소설가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에게 탁월한 글재주와 매력을 주었지만

 

동시에 아주 재수없는 인간으로 만들었다.

 

페이지를 넘겨갈수록 그의 추악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위해 타인을 이용했고, 그 방법은 악랄했다.

 

자신은 끔찍하게 아끼는만큼, 남에게 나눠줄 배려같은 건 이미 고갈된 것처럼 보인다.

 

모난 성격, 끝내주는 이기심 게다가 교활함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춘 그는

 

나쁜 놈이라는 단어만으로 축약될 수 없을만큼 나쁜 놈이다.  

 

그런 그가 살해당했다.  

 

그래서 그에게 명백한 살의를 가진 사람도 한명이 아니다.

 

4명의 사람이 그를 죽이려고 시도 했었고, 한명의 시도는 간단하게 물거품이 된지라

 

3명이 최종적으로 용의선상에 놓이게 된다.  

 

스루가 나오유키, 간바야시 다카히로, 나미오카 준코

 

이들 세사람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들의 비밀과 과거가 하나씩 드러난다.

 

그리고 마코토를 죽이고 싶어하는 마음도 함께 베일을 벗는다.   

 

스루가 나오유키는 호다카의 매니저로 온갖 굳은 일을 처리하고, 때때로 호다카 대신 글을 썼고 탈취당했다.

 

하지만 마코토로부터 항상 하찮은 취급을 당했고, 급기야 자신이 좋아하던 여자를 비참한 모습으로 전락시켜버리고도

 

당당하고 뻔뻔스러운 그에게 분노를 느끼고 있다.

 

간바야시 다카히로는 마코토가 결혼하려는 간바야시 미와코의 오빠이다. 그는 마코토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신의 평온과 안정을 송두리채 앗아가려는 마코토를 좋아할 수가 없다. 그리고 좋은 녀석도 아니다.

 

그는 여동생을 사랑한다. 

 

나미오카 준코는 미와코의 담당 편집자이자 전 마코토의 편집자이다.

 

과거 연인이었다. 그녀는 그와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다.

 

3년을 만났고, 마코토가 이혼했을 때 그가 결혼하자고 말할 줄 알았다.

 

기다림에 지쳐갈 때 즈음에 마코토는 자신이 발굴한 시인 미와코와 사귀겠다고 나선다.

 

그리고 마코토는 미와코와의 결혼을 발표한다.

 

이 모두에게 마코토를 죽일 충분한 동기가 있고, 그들 모두 주장한다.

 

자신이 그를 죽였다고 말이다.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고 지겨울 틈을 주지도 않는다.

 

강한 혐의가 옅어지기도 했다가, 뜻밖의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한번 의구심이 스멀스멀 생겨나게 한다. 

 

결국 누가 범인이지 하던 찰나에, 그래서 도대체 범인은 누구란 말이지 하는 순간

 

가가형사가 이렇게 말하며 이 소설을 끝난다.

 

"범인은 당신입니다."

 

아, 어쩌란 말이지!

 

누가 범인인지도 말하지도 않고, 그냥 당신이 범인입니다로 끝나버려서 한동안 멍했다.  

 

그 방에는 용의자 세 명이 모두 모여있었고,

 

가가 형사의 집요한 수사를 통해 많은 것들이 밝혀졌지만

 

아직 확실하게 용의선상에서 벗어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저 이들 중에서 누군가가 죽였다는 것만 알려준 채 끝나버려서 어찌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이 책에는 추리 안내서가 있다.

 

게다가 멋지게 봉인도 되어 있다.

 

주의글도 있다. 이 추리 안내서에는 범인의 실체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가 등장한다는 내용이다.

 

책을 미처 다 읽기도 전에 읽었더라면 반드시 스포일러가 되었을 추리안내서 덕분에

 

간신히 범인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 녀석이었군'하는 생각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별거 아니려니하면서 넘겼던 몇몇의 문장들이 생각났다.

 

알고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추리 안내서의 힌트가 없었다면 알아채는데 꽤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

 

'누구지? 누구냔 말이다!'를 외치면서 첫 페이지부터 샅샅히 다시 한번 훑어야 했을지도...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다. 게다가 그 유명한 가가 형사 시리즈!

 

당연히 재미있다.

 

그리고 꼼꼼하게 책을 읽는 분이라면 작가가 던져놓은 단서를 수집해서

 

추리 안내서의 도움 없이 가가 형사가 애거서 크리스티 흉내를 내기 한참전에  범인을 색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소한 것을 놓치지 않고, 필케이스의 이동경로를 날카롭게 살핀다면 말이다.

 

가가 형사 시리즈 중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도 이런 스타일이라고 하던데

 

추리 안내서의 도움없이 범인 밝혀내기에 도전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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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Paris 리얼 파리 - 아티스트 차재경이 만난 파리지앵 15인
차재경 지음, 이정우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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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리얼 파리'에는 파리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일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각자 다른 직업과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의외로 이들의 공통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의 일에 열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어떤 곳보다 지금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도시에 넉넉하고 따뜻한 애정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은 꼭 닮아 있었다.

파리에 대해서라기 보다는 파리에서의 삶을 말해주는 책, 그래서 더 흥미로웠던 것 같다.

15명의 '리얼 파리'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그들의 직업관,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그 일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 그리고 그들에게 파리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도시에서 즐겨 찾고, 다른 사람에게도 슬쩍 자랑하고 싶은 장소도 각자 몇 군데씩 추천해주고 있다. 참 마음에 드는 서점이라던지, 오후의 기운을 일깨울 것 같은 예쁜 카페와 비스트로, 하루쯤 시간을 내서 꼭 걸어보고 싶은 얀의 산책길 그리고 멋진 명소와 정겨운 작은 공간들이 파리의 매혹에 힘을 실어준다.

그리고 사진이 멋지다. 팝업북을 읽는 기분이 들 정도다. 그만큼 파리가 옆 동네처럼 가깝게 친근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사진이 이 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 인물사진을 보며 항상 하게 되는 생각을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번 반복했다. 사람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봐야 이렇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거지라는 아직 말끔하게 풀지 못한 미스테리가 마음 한켠에서 잊혀져 있다가 다시 잠에서 깨어난다. 아무튼 사진도 참 좋은 책이다.

이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면 지금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될 것 같다. '그냥 좋아하는 일을 하면 돼. 네 마음이 시키는대로 쭉 따라가면 되지 않을까'라는 간단한 진리를 옹알거리기에는 '그딴 소리 들으려고 이야기한 것 같아'라는 심드렁한 표정을 상대방에게서 발견하게 되리라는 걸 너무나 잘 안다. 그리고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은 영화속의 금자씨만이 하는 대사가 아니기에 그런 말을 쉽게 꺼낼 수 없을 것 같다. 우선 나부터 잘하고 있는지 아직은 자신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건네주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멋진 모습이 담긴 책이니까 말이다. 천마디 말도 좋지만 스스로의 문장력과 단어구사능력을 책망하면서 짜내고 짜낸 한문장을 쓴 쪽지와 함께 한권의 책을 두 손에 꼭 쥐어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봤으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생긴다. 2권을 기대해봐도 될런지...

그리고 그 속에서 지금 파리에서 논란의 정점에 있는 사회적이나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그들의 생생한 의견을 들어봤으면 좋을텐데라는 생각도 했다. 조금은 가볍게 일상적인 접근으로 말이다.

'리얼 파리'에서 보여준 새로운 스타일의 파리접근법이 아주 마음에 든다. 파리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통해서도 그 도시에 대해 알아갈 수 있겠구나 느꼈다. 그리고 파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 도시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어쩌면 파리를 더 멋지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왠지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도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 같다는... 

파리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단 한달만! 여행은 아니지만 생활이 되지 않는 기간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한달로 이 도시에서 살아봤다는 오만한 소리를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에 쫓겨 발걸음을 재촉하며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그저 지나치는 게 아니라 마음을 빼앗은 그림 앞에서 내가 원하는만큼 실컷 체류하고 싶으니까, '리얼 파리'에서 알게 된 멋진 공간들이 너무 많으니까 그리고 파리라는 도시를 아름답게 하는 건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아무래도 한달로는 부족할 것 같다.

파리에서 살아보았다는 걸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을만한 기간은 아무래도 그곳에 가서 살아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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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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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일정이 없는 일요일 아침에 가끔 보게 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도시괴담은 동서고금은 막론하고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인류역사와 함께 끈질기게 버티겠구나. 

그 이야기들의 시작은 어쩌면 누군가가 어떤 목적으로 밤을 지새우며 지어냈을 수도 있다.  

특별한 의도없이 툭 던진 한 마디 말이 눈 덮힌 산비탈을 타고 굴러갔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이야기들은 오래된 유흥이었고, 때로는 정보 전달과 경고의 수단이었다. 

'소문'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등장한다. 

여기서의 이야기는 신상품 향수 '뮈리엘' 론칭을 위해 의도된 광고기획사의 거짓말이 시작이었다.

'뉴욕에서 왔다는 살인마 레인맨의 피하기 위해서는 향수 '뮈리엘'을 뿌려야 한다' 

이 괴담은 곧 소문으로 모습을 바꾸고 시부야 인근 여고생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그리고 그와 함께 향수 '뮈리엘'도 엄청난 속도로 팔려나간다.

여기까지였다면 마케팅 분야의 책으로 출간되었을 것이다. '소문'의 본격적인 내용은 이제부터작이다.

그 도시괴담의 레인맨이 소설 속의 현실 속에 나타난 것이다.

그 이야기 그대로의 범죄가 일어나고 수사는 시작된다.

고등학교 1학년인 딸 나쓰미와 단둘이 살아가는 메구로경찰서의 고구레 유이치 형사. 

고구레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한 계급 위인 경부보에, 게다가 여자인 나지마 수사관.

그 둘은 팀을 이루어 단서를 찾기 위해 사건 속으로 들어간다.

마케팅의 도구로 이용되었던 소문이 어느날 현실이 된다는 설정이 상당히 독특하다고 느꼈다. 

마케팅용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무시무시한 괴담을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소문'에서 대화 중에 잠깐 등장했던 괴담들이 현실에서 실제로 퍼진 적이 있는 것들이니까 말이다.

모두다 한번씩 들어보았던, 마케팅용 괴담을 오기와라 히로시는 놓치지 않고 '소문'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다니

작가에게 경험이란 남과 다른 의미이구나, 그들의 시선은 특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의 마음과 시선을 끄는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문'에는 반전이 있다.

'반전이 있다'라고 생각해버리면 그때부터 책을 읽는 사람은 왠지 파이프를 물고 때아니게 코트 깃을 올려야만 할 것 같다.

수상한 녀석을 찾아야 한다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어느 문장 하나 허투로 읽지 않게된다.

이 책도 그렇게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녀석, 어쩐지 수상한데'라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그런데 정말 그 녀석이 범인이었다. 이래버리면 범인을 찾아서 좋은 것보다 허탈해져버린다.

'반전이라며!'라는 마음이 들어버린달까.

'쉽게 눈치챌 수 있으면 반전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반전이라고 말하면 안되는 거였어'라며 억지를 부렸다. 

그리고 허탈한 마음을 달래며 소설의 남은 부분을 읽었을 때

'반전'이 있는 소설임을 인정했다.

그 허를 찌르는 한마디에 툴툴거림이 말끔하게 증발되었다. 

반전이 있다는 소설은 절대 마지막 부분을 먼저 읽어서는 안된다.

이 소설의 경우에는 마지막 단어를 살짝 봐서는 안된다.

그런다면 그 단어가 마법처럼 이 소설은 평범하게 탈바꿈 시킬지도 모른다. 

그 점만 주의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철이 철인만큼, 더워서 뒤척일 때 읽을 책 한권을 장만할 때 고려해보면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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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루앙프라방 - 산책과 낮잠과 위로에 대하여
최갑수 지음 / 예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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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이 참 애매한 요일이다.

 

월요일은 한참 지난 것 같은데 주말은 아직 멀게 느껴지는,

 

쉼표없는 긴 문장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버리게 만드는 날이다.

 

일상과 크고 작은 충돌을 하는 동안 씩씩함과 열정같은 것들이 마모되어 기운없는 날이랄까.

 

물론 항상 그렇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목요일은 유난스럽게 그런 기분을 부추기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제목에 끌렸던 것 같다.

 

'목요일의 루앙 프라방'

 

화요일도 수요일도 아닌, 목요일의 루앙 프라방은 어떤 모습일까.

 

그렇다기 보다는 루앙 프라방의 목요일이 궁금해져버렸다.

 

예쁜 사진, 섬세한 감성이 느껴지는 문장을 읽으며 이 곳에서는

 

온갖 부정적 이미지로 만들어진 두꺼운 코트를 입은 목요일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왠지 그곳에서는 특별한 요일같은 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시간의 흐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일지도.

 

루앙 프라방은 분명 이곳과는 다른 밀도를 가지고 있는 게 틀림없다.

 

나른하게 반짝이는 기분 좋은 느낌이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루앙 프라방을

 

여행 에세이로 먼저 만나면서 꼭 한번 가봐야지 몇 번이나 마음 먹었나 모르겠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나서 아직 가보지 않은 루앙 프라방 그려보았다.

 

사람들이 어딘가를 향해 바쁘게 걷지 않는 곳

 

낯선 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 급하게 그 시선을 거두어 들이는 것이 아니라 맑게 웃으며 인사할 수 있는 곳

 

도시의 불빛 대신 밤 하늘의 별빛이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모르는 곳

 

생활의 불편은 단지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위에 감정으로 덧칠하는 소모적인 활동은 하지 않는 곳

 

꼭 해야만 하고, 가져야만 하는 것들에 대해 쿨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

 

누군가의 이곳에거 불평하고 총총이 떠나가겠지만

 

이 공간과 마음으로 소통해버렸다면 반드시 되돌아 갈 수 박에 없는 곳,

 

그렇지 않다면 항상 마음의 발걸음이 향할 수 밖에 없는 지점

 

책을 읽고 가지게 된 루앙 프라방에 대한 감상을 직접 그곳에 가서 수정해야지.

 

루앙 프라방에 가면 멋진 창문을 찾아봐야 겠다.

 

그리고 골목을 거닐어야지. 그리고 그 골목에서 만난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줘야지

 

밤하늘을 바라볼 것이고, 그 멋진 나무가 있는 카페에도 들려야지.

 

그리고 누군가를 만난다면 밝게 웃으며 말할거야.

 

'싸바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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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A
조나단 트리겔 지음, 이주혜.장인선 옮김 / 이레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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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A였던 청년이 있다.

그는 소년 시절에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그리고 세상에서 격리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그는 세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전에 그는 소년 시절의 이름을 버렸다. 

과거의 자신을 버렸고, 그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직장을 구하고 친구도 사귀었다.

그리고 사랑에도 빠졌다. 여자친구와 친구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제외하고는 말해 줄 수 있는 진실이 없었다.

이름과 추억이 원래 그의 것이 아니었기에, 완벽한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그는 죄책감은 느꼈다.

하지만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놓아버리고 싶지 않은 행복이 있기에 그는 침묵을 지켰다.

지키고 싶은 것이 있지만 숨겨야 할 것을 가지고 있는 그의 일상은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듯이 위태로워 보였다.

한순간에 새롭게 가지게 된 모든 것들을 박탈당할 수 있기에 그는 초조와 불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그의 불안은 현실이 된다. 그의 주위를 매섭게 따라붙는 집요한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붙잡혀버린다.

그리고 그는 어느 영화 속의 그들처럼 어느 순간에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른다.

'보이A'는 소년 범죄에 대한 소설이다. 영국을 cctv천국으로 만든 계기가 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가장 맞는 것이겠지만, 그런 일은 아주 가끔 일어나는 것 같다.

소년 범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소년범죄에 대한 분분한 의견을 보면 어려운 문제라는 것만 명확해질 뿐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도 어느 한쪽으로 기운 판단의 잣대를 발견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보이A'에서 군데군데에서 이런 뉘앙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만약 이랬다면 그들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소년A의 아버지가 친자가 아니라는 의심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좀 더 그에게 애정을 가졌고 학교에서 당하는 집단 따돌림에서 그 아이를 좀 더 일찍 구해줄 수 있었더라면,  

그의 선생님이 개인적인 문제로 히스테리컬해져 있지 않았고 편견없이 그를 바라보았다면,  

소년 B가 그런 집에 살고 싶지 않았고, 아버지가 알콜 중독이 아니었고, 어머니가 가족을 버리고 어디론가로 떠나지 않았다면,  

집안의 독재자로 군림하던 형에게 가혹한 폭행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조금 덜 엄격했더라면 그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어린 아이이기에 순진할 수 있고 그만큼 잔인할 수 있다.  

그들이 세상에 비뚤어진 마음을 표출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는 사회도 일정한 책임이 있는데  

모든 비난과 책임을 그들에게만 지우게 하는 게 과연 타당할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 소녀가 그들에 의해서 생명을 빼앗겼다. 그들은 소녀의 꿈, 미래 그 밖에 모든 것을 박탈했다.  

그리고 그 소녀를 사랑하던 사람들의 마음도 죽였다.  

그랬던 그들에게 어리다는 이유로 비난의 강도를 줄일 수 있을까. 과연 그 순간에 그들은 몰랐을까. 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어려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간결하고 세련된 문장으로 풀어내고 있다.  

잭-소년A가 선택한 이름이다-이 출감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되는데,  

때때로 과거로 돌아가면서 그들의 소년 시절과 범죄를 저지른 당시의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툭툭 던져준다.  

그래서 책을 덮고도 한동안 이 책이 던져주고 있는 이런저런 문제점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소설 자체도 뛰어나지만, 잭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그동안 무심하게 지나쳤던 많은 것들을 다시 발견했던 것 같다. 가볍지만은 않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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