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관심이 갔다. ‘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라는. 행복에 이유를 붙일 수 있다는 것,
그게 신기했다. 불행한 이유는 백 만 개라도 댈 수 있는 사람 많을거다. 하지만 행복한
이유를 묻는다면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별로 없을 걸? 금기 질문이지 않는가?
‘지금 행복해?’, 이런 질문은 집안의 반대로 헤어진 옛 연인에게 드라마에서나 할 수 있는
비겁하고 졸렬한 질문이라고 믿고 있어서인지, 이 경쾌한 제목에 관심이 갔었나보다.
행복에 이유를 붙일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을지도...
게다가 난 이 분이 제작했던 영화 중에 몇 편을 무척 인상깊게 보아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기도 했었고. 이 책을 읽고나서 알게 되었는데, 내가 좋아했던 그 영화들이 엄청난
빚을 결과물로 남겼다고 한다. 아...그때 영화관에 두 번 가서 보는건데.
일단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는 개봉 안 되는 것도 있고, 개봉해도 일주일 안에 내리는
것도 좀 있고, 영화제에서만 잠깐 볼 수 있는 것도 있다...내가 마이너 취향은 아닐텐데,
내가 보고 싶은 영화는 쉽게 볼 수 없다. 그 영화만큼은 꼭 극장에서 보고 싶은데, 극장에서
봐서 관객수 카운팅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영화인데 인근 지역에서 개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전국에서 3개의 개봉관을 잡은 영화도 봤다. 극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보는 거 참 힘들다...! 그래서 ‘두결한장’도 보고 싶어도 못 보겠다 싶었는데, 이게 웬 일?
지금 개봉 중이다. 전국 8개 상영관 중에 한 군데가 근처에 있구나. 그 작은 극장은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틀어주고 해서 예전에 때때로 찾던 곳. 표를 샀는데, 관람객이 나밖에
없어서 표 환불받고 나온 적도 있었네, 그러고보니. 시간표를 봤는데 사흘 건너 한번씩
6시 50분에 상영한다. 이 애매한 간격과 어정쩡한 시간...! 어쩐다?
어쨌든 고민은 다음에 하고, 일단 책으로 돌아가서...일단 이 책은 제목이 두 개가 있다.
겉표지를 벗겨내면 또 하나의 제목을 확인할 수 있다. ‘난 달라, 그래서 행복해’라는.
청소년들을 위해 그리하였다 하더라. 읽으려고 샀는데 꽁꽁 숨겨야 하면 의미가 없을 것
같긴 하다. 책장에 꽂아두었을 때 무난하게 어우러지면 학생들도 읽기에 편할 듯.
실제로 책장 몇 군데에 꽂아보았는데, 확실히 속표지가 흰색일 때가 시선을 끌지 않는다고
해야하나. 그런데 이런 걸 의도해서 두가지 제목인 거 맞는거...죠?
얼마 전에 트윗터에서 보았더랬다.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는데 앞에 서 있던 아주머니들이
얼굴 한 번 봤다가, 책 한 번 봤다 하더란다. 지하철에서 가끔 책을 읽는 편인데, 사람들은
의외로 그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 관심이 많더라. 하긴 나도 책 읽는 사람 있으면
무슨 재미있는 책 읽나하고 보긴 한다. 그 뒤로...북커버 제작하고 있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전반적인 인생사를 담고 있다보니 당연히 성적 정체성 부분도 다룰 수 밖에 없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다. 지금 성 소수자 인권 보호에 대한 일도
하신다니 거기에 대한 언급도 있었고. 학생운동하던 시절부터 군대 시절을 거쳐, 영화
제작을 하던 때까지 거기다 플러스 현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엄청난 캐스팅 능력에
놀라웠었던 것 같다.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하기에, 그가 찾아낸 배우들의 이름을 살피면서 놀랐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추진력이 몹시 본받고 싶었고, 인터뷰 내내 애매하거나 모호한 구석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있다면, 정말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는 것이 아닐까.
그냥 말 안해버리는 것.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
이 책에는 그런 게 없을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침묵으로 위장한 거짓말이 없다는 거다.
굳이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안 하는 게 더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싶은 말들을
털어놓는데 그 부분에서 놀라웠고 조금은 존경스러웠다. 반성문 쓴 이야기 같은 것, 솔직히
하기 무척 어려웠을 것 같다. 스스로도 오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인 것 같고...하지만 그런
부분까지 말할 수 있다는 건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 스스로 정리했다는
게 아니겠는가? 그런 면모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아, 본받고 싶은 거 하나 더, 연애근육!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두 분이 평소에 친분이 있으신가 싶을만큼 편안하고 아귀가 잘 맞는
인터뷰였다. 그러니까 인터뷰이가 하고 싶어했던 말을 고려해서 질문을 준비하신 건지,
아니면 어떤 질문에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대답을 할 수 있는 놀라운 언변을 가지신건지
헷갈렸을 정도.
이 책을 다 읽고의 감상이라면...그냥 앞으로 좋은 영화를 만들어 주셨으면 하는 것,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제작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는 것.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로망 꼭
이루시기를, 멋진 결혼식 하시길 응원한다는 것, 성 소수자 인권운동이 잘 되길 바란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어쨌든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게이를 포함한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