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김여진 지음 / 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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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인상적인 작가소개였다. 배우고, 배우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얼굴은 알고 있었다.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가끔 보았지만 언젠가부터는 드라마와 영화 밖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배우였다. 그의 첫 번째 에세이였다.

초판 한정 사인 인쇄본에는 지금, 여기, 무조건 행복이라는 글이 적혀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저 문장이 유난히도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지금, 여기, 무조건 행복의 의미를

이 책을 읽는내내 알게 모르게 전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배우로서의 삶도 있었고, 개인적인 생활도 일부 적혀있다. 게다가 대중의 시선을 또다른

모습으로 사로잡았던 그런 부분까지도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연애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었나 보다. 그가 세상과 연애하는 과정을 읽다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아주 조금, 깨알만큼은 알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척 자유롭고,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는데

대충이라도 맞으려나? 한 권의 책으로 만난 작가 김여진에게서 받은 느낌은 그러했다.

편안하게 읽었던 것 같다. 물론 책의 초반은 그렇지 않았지만, 책의 끝머리 즈음으로 가면

갈수록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가 어떤 인생관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의지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는 걸 대충이라고 짐작하게 되었고 거기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감을 할 수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으리라 짐작한다. 물론 책의 초반에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밖에 없으리라. 이 책을 읽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부분 역시

이 책을 쓴 사람의 삶에서 중요한 무언가이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고, 힘을 실어주고

싶은 부분이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도에 갔었던 이야기라던지, 학생 운동을 하던 시절이라던지, 배우를 시작하게 된 계기,

남편과 결혼을 하게 된 이야기...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연애의 범주에 속하게 될 것 같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 모든 이야기가 이 사람을 만들었구나, 이 사람이라서

이런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겠구나 싶어진다. 그리고 이 사람의 앞으로가 기대되기도 한다.

앞으로 드라마나 그의 행보를 지켜보면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지려나? 한 권의 책으로

이 사람을 알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그의 행보를 그냥 흘려서 지나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나치다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고, 잠시 멈춰서서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이 책에서 기억나는 한 문장, 자신이 좀 더 유명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말.

...나에게는 이 책을 통해서 김여진씨가 좀 더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유명하고 좀 멋진

사람으로 기억하게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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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스톤은 왜 토암바 섬에 갔을까? - 한 권으로 읽는 경제학 입문서, 자연경제에서 신자유주의 경제까지
로랑 코르도니에 지음, 정기헌 옮김 / 함께읽는책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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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암바 섬에 해피스톤에 간 이유는? 토암바 섬이랑 비슷한 섬이라도 있을까 싶어서 찾아

보기도 했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토암바 섬은 철저하게 가상의 섬이다. 아직까지

경제적으로는 원시에 가까운 형태와 모습을 유지한 채 존재하는 섬이다. 그렇다고 이 섬이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섬에서는 엄격하고 정돈된 형태의 경제 룰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으니까. 전도유망한 MIT 경제학부 조교수가 토암바 섬으로 향하게 된다.

지도 교수인 마틴 롬키가 토암바 섬의 사회, 경제적 조건을 개선하는 임무를 맡겼던 것.

별로 달가워하지 않던 해피스톤을 롬키 교수가 설득을 하는 말을 읽으며 조금 무서워졌었다.

고전파 정치 경제학의 원칙을 순수한 형태로 관찰할 수 있는 곳이라며,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경제학적 가설들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라고 하는데, 섬뜩해졌다.

일단 이 문장이 크나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 발상 자체가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작은 섬나라에 외부 사람이 들어가서 자신들의 필요와 호기심에

따라 이리저리 휘두른다는 발상, 낯선 건 아니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게 무척 불편했다.

이 전제에 영향을 받아서 이 책이 전달하는 주요 포인트를 놓쳐서는 안 되겠지만,

일단 이 전제는 이 우화 전반을 걸쳐서 등장하게 되고 그게 또 몹시 거슬렸다.

대학의 경제학과 1학년 전공책에 나올 만한 전형적인 케이스에서 마음껏 경제적인 가설을

시험하는 해피스톤의 존재와 그의 뒤에 있는 세력이 이 책이 진정으로 전달하고자 했던

것들에서 시선을 돌리게 만들기도 했었다. 이 책은 일단 경제학 입문서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고, 이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보면 그야말로 경제학의 기본 원칙이라던지 원리

같은 것들이 아주 자주 등장하게 된다. 게다가 그런 부분들은 밑줄에 별표까지 활용해서

알려주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토암바 섬의 상황에 직접 적용되고 그 결과도 바로바로

도출되고 있다보니 경제원칙이나 원리에 대한 이해가 쉬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해피스톤이 이 상황을 즐기면서 희희낙락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경제학자로서 순수하게

경탄의 감정을 보내기도 하고 자신이 적용했던 이론들이 실제로 어떻게 꼬여가는지 확인하며

좌절하기도 한다. 변수를 만나서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 해피스톤에 대해서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는 거다. 오히려 지도교수의 꼬임에 넘어가서 토암바 섬까지

내려가서 온갖 경제원칙들을 실제로 적용해보면서 표류하는 듯한 그의 모습에 가끔씩은

안쓰럽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실존하지 않더라도 작은 섬나라에서 이런 실험을 거행하겠다는

설정이 때때로 문득문득 떠올랐고, 그때마다 복잡한 감정으로 페이지를 넘겨야 했다.

일단 우화다.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일어나지도 않아야 하고. 작은 섬나라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실험이 이 책의 주내용인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경제학에 대한 대략을 학습할 수

있다. 유명한 경제 원칙도 알게되고, 고명한 경제학자의 이름도 꽤 많이 알게 된다.

토암바 섬에 적용했던 원칙들의 결과가 어떻게 흘러가는가를 보면서 그 이론들의 실적용례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었고, 그 과정에 변수가 존재한다면 어떤 결과에 도달하게 될지를

살펴보며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습득할 수 있게 된다. 로맨스를 도입해서 해피스톤을 다시

토암바 섬으로 끌어들인다는 설정은 조금 어설프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를 통해서 앞으로 토암바 섬이 어디로 흘러가게 될 것인가를 짐작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신선하기도 했다. 토암바 섬은 분명 해피스톤이라는 경제학자에 의해서 변모와 변화를

거듭하게 될 것이다. 그건 분명 우리가 알고있는 모습을 취하게 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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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오레 오늘의 일본문학 10
호시노 도모유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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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시는 점심을 먹으러 맥도날드에 들린다. 그 남자의 휴대전화를 훔칠 생각은 없었다.

그 사람이 내 쟁반 위에 휴대전화를 올려놓았다. 단순한 착각이었을 거다.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 쟁반 위에 놓여진 그 사람의 휴대 전화의 존재를.

그 휴대 전화로 무언가를 할 생각은 없었다. 장난을 쳐볼까 했지만 그 역시 귀찮고 시시할

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엄마다, 그의 엄마였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히토시는 그의 엄마를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었다. 보이스 피싱 비슷한

걸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왠 일? 너무나도 손쉽게 그 사기가 성공한다. 이제 어쩐다?

돈은 손에 들어와 있지만, 이런 게 성공하리라고 예상하지도 못했었기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하지만 히토시가 어떻게 하기로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그의 어머니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를

아들이라고 부른다. 당황한 히토시, 그는 오랜만에 자기 본가로 돌아가본다. 그런데 더 황당한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어머니는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한 남자가 나와서는 자신이

히토시라고 한다. 그는 나였다. 이 소설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겉잡을 수 없이 스케일은 커져만 간다. 이 책은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해서

사기극으로 가는가 싶더니 급기야 판타지로 바뀌더니 스릴러로 간다. 시시때때로 이 소설은

형태와 모습을 바꾸며 책 속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그리고 막바지에 가면 제법

섬뜩해지기도 한다. 피가 튀고 죽고 죽이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처음에는 그저 평범하게 회사에 다니는 청년이 나왔을 뿐이었는데, 그냥 장난삼아 오레오레

사기를 흉내내어 봤을 뿐인데...그러다가 또 다른 나를 발견했을 뿐이었다. 그게 전부인 줄만

알았는데 거기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그 나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도란도란 즐겁게

지내게 되지만 그건 정말 한 때 뿐이었다. 끔직하고 비극적인 결말로 향하기 직전의

잠시 잠깐의 평화랄까. 그리고 세상은 나로 가득찬다. 나로 가득 찬 세상...

히토시가 나를 2명 발견해서, 그들이 삼총사처럼 뭉쳐서 놀러다니고 수다를 떠는 부분에서

가 많아진다는 것에 대해서 큰 반감이 없었다. 오히려 재미있었다고 해야하나.

있을 수 없는 소설적 상황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히토시들을 보며 나와 누군가의 뒷담화나

험담을 한다는 게 얼마나 신날지 상상해 보았었다. 싫어하는 포인트가 정확하게 일치해서

쿵짝이 맞게 떠들어댈 수 있다는 것, 비난의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고 상대방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설득할 필요도 없이 순수하게 누군가의 흉을 신나게 볼 수 있다는 건

그들이 나이기에, 그들이 내 자신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 사람에게서 평소에 인식하지

못했던 나의 버릇을 발견해내고, 그의 마음은 내 마음을 통해 읽어내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히토시들이 만들어내는 상황들이 재미있었다. 그들이 떠들어대는 수다를 느긋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즐거웠던 시간들은 이내 지나가고, 이제는 나의 나쁜 점과 조우할 시간이 왔다.

나지만 그들은 조금씩 달랐고, 그래서 분열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했다. 그리고 이때를

기점으로 이 소설의 성격은 완벽하게 변한다. 여기에서부터 가 무수히 많은 세상의

무서운 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들로만 모여있는 세상, 남의 마음을 내 마음같이 볼 수

있는 세상이 얼마만큼 잔혹해질 수 있을지 이 소설의 후반부는 시간을 들여서 들려준다.

모든 내가 나로 있을 때, 우리 모두 각자가 제대로 정체성을 갖추었을 때...세상은 비교적

잘 돌아가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남과 내가 구분되지 않는 세상은,

각자의 정체성이 모호하기 짝이 없는 공간은 답답하고 혼란스럽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첫 페이지를 넘기며 기묘한 발상에 궁금증이 증폭되었다면,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서는 작가의 의중을 헤아려보게 된다. 몹시 독특한 소설이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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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 -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와 성 소수자 인권운동
김조광수.김도혜 지음 / 알마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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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관심이 갔다. ‘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라는. 행복에 이유를 붙일 수 있다는 것,

그게 신기했다. 불행한 이유는 백 만 개라도 댈 수 있는 사람 많을거다. 하지만 행복한

이유를 묻는다면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별로 없을 걸? 금기 질문이지 않는가?

지금 행복해?’, 이런 질문은 집안의 반대로 헤어진 옛 연인에게 드라마에서나 할 수 있는

비겁하고 졸렬한 질문이라고 믿고 있어서인지, 이 경쾌한 제목에 관심이 갔었나보다.

행복에 이유를 붙일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을지도...

게다가 난 이 분이 제작했던 영화 중에 몇 편을 무척 인상깊게 보아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기도 했었고. 이 책을 읽고나서 알게 되었는데, 내가 좋아했던 그 영화들이 엄청난

빚을 결과물로 남겼다고 한다. ...그때 영화관에 두 번 가서 보는건데.

일단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는 개봉 안 되는 것도 있고, 개봉해도 일주일 안에 내리는

것도 좀 있고, 영화제에서만 잠깐 볼 수 있는 것도 있다...내가 마이너 취향은 아닐텐데,

내가 보고 싶은 영화는 쉽게 볼 수 없다. 그 영화만큼은 꼭 극장에서 보고 싶은데, 극장에서

봐서 관객수 카운팅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영화인데 인근 지역에서 개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전국에서 3개의 개봉관을 잡은 영화도 봤다. 극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보는 거 참 힘들다...! 그래서 두결한장도 보고 싶어도 못 보겠다 싶었는데, 이게 웬 일?

지금 개봉 중이다. 전국 8개 상영관 중에 한 군데가 근처에 있구나. 그 작은 극장은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틀어주고 해서 예전에 때때로 찾던 곳. 표를 샀는데, 관람객이 나밖에

없어서 표 환불받고 나온 적도 있었네, 그러고보니. 시간표를 봤는데 사흘 건너 한번씩

650분에 상영한다. 이 애매한 간격과 어정쩡한 시간...! 어쩐다?

어쨌든 고민은 다음에 하고, 일단 책으로 돌아가서...일단 이 책은 제목이 두 개가 있다.

겉표지를 벗겨내면 또 하나의 제목을 확인할 수 있다. ‘난 달라, 그래서 행복해라는.

청소년들을 위해 그리하였다 하더라. 읽으려고 샀는데 꽁꽁 숨겨야 하면 의미가 없을 것

같긴 하다. 책장에 꽂아두었을 때 무난하게 어우러지면 학생들도 읽기에 편할 듯.

실제로 책장 몇 군데에 꽂아보았는데, 확실히 속표지가 흰색일 때가 시선을 끌지 않는다고

해야하나. 그런데 이런 걸 의도해서 두가지 제목인 거 맞는거...?

얼마 전에 트윗터에서 보았더랬다.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는데 앞에 서 있던 아주머니들이

얼굴 한 번 봤다가, 책 한 번 봤다 하더란다. 지하철에서 가끔 책을 읽는 편인데, 사람들은

의외로 그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 관심이 많더라. 하긴 나도 책 읽는 사람 있으면

무슨 재미있는 책 읽나하고 보긴 한다. 그 뒤로...북커버 제작하고 있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전반적인 인생사를 담고 있다보니 당연히 성적 정체성 부분도 다룰 수 밖에 없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다. 지금 성 소수자 인권 보호에 대한 일도

하신다니 거기에 대한 언급도 있었고. 학생운동하던 시절부터 군대 시절을 거쳐, 영화

제작을 하던 때까지 거기다 플러스 현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엄청난 캐스팅 능력에

놀라웠었던 것 같다.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하기에, 그가 찾아낸 배우들의 이름을 살피면서 놀랐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추진력이 몹시 본받고 싶었고, 인터뷰 내내 애매하거나 모호한 구석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있다면, 정말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는 것이 아닐까.

그냥 말 안해버리는 것.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

이 책에는 그런 게 없을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침묵으로 위장한 거짓말이 없다는 거다.

굳이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안 하는 게 더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싶은 말들을

털어놓는데 그 부분에서 놀라웠고 조금은 존경스러웠다. 반성문 쓴 이야기 같은 것, 솔직히

하기 무척 어려웠을 것 같다. 스스로도 오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인 것 같고...하지만 그런

부분까지 말할 수 있다는 건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 스스로 정리했다는

게 아니겠는가? 그런 면모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 본받고 싶은 거 하나 더, 연애근육!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두 분이 평소에 친분이 있으신가 싶을만큼 편안하고 아귀가 잘 맞는

인터뷰였다. 그러니까 인터뷰이가 하고 싶어했던 말을 고려해서 질문을 준비하신 건지,

아니면 어떤 질문에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대답을 할 수 있는 놀라운 언변을 가지신건지

헷갈렸을 정도.

이 책을 다 읽고의 감상이라면...그냥 앞으로 좋은 영화를 만들어 주셨으면 하는 것,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제작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는 것.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로망 꼭

이루시기를, 멋진 결혼식 하시길 응원한다는 것, 성 소수자 인권운동이 잘 되길 바란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어쨌든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게이를 포함한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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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전 - 거장들의 자화상으로 미술사를 산책하다
천빈 지음, 정유희 옮김 / 어바웃어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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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천빈씨는 밤에는 대학 도서관에서 먼지 잔뜩 쌓인 도록을 넘기며 밤을 지새웠고, 낮에는

파리행 티켓을 사기 위해서 닥치는대로 일을 했다고 한다. 잠은 언제 잤을까? 단 한 문장으로

기술되어 있던 안면도 없는 작가의 그 시절이 왜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가 하면...!

그는 그렇게 3년을 일해서 번 돈으로 파리에 가서 루브르에 입성했던거다.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서. 그리고 홀랑 실망해버리고 말았다. ...여기서 슬펐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루브르에는 모나리자만 있는 게 아니니까. 사흘동안 물이랑 빵만

먹으며 루브르에 체류했고 마침내 그의 심장을 움켜지는 그림을 만나고 말았던 거다.

그게 뒤러의 스물두 살의 자화상이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그는 자화상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 당연히 자화상으로만...!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던가. 3년의 고생은 물거품이 되지 않았고, 그는 자신을 매료시킨

멋진 것을 발견하고...그 시간이 흘러서 한 권의 책으로 자신이 매혹되었던 그림들에 대해서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으니까...멋졌다. 짝짝짝,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였다.

기초 스토리에 마음이 흔들렸다 하여 책 자체가 별로라면 박수 쳐주지 않았을거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자체로도 꽤 괜찮았다. ‘자화상이라는 테마를 잡고 그림과 화가의 생애를

대략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그 화가의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자화상과 연결해서 설명해주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미술사를 전공하고, 자화상에 남다른 애정이 있는지라 이 책에서는

그동안 작가가 수집했을 수많은 정보와 지식들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는데 그걸 읽는 재미가

솔솔했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이 책, 꽤 두꺼워보였는데 정말이지 금새 읽어버렸다.

일단 자화상 컬렉션이 100페이지 정도 차지하고 있고, 페이지 중간 중간에 그림들이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쉽고 재미있게, 책을 읽는 사람의 흥미를

배려하는 에피소드의 나열이 이 책을 친근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알고 있는 내용 물론 없지 않았다. 하지만 모르고 있었던 부분이라던지, 정리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걸 제시해주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가 자화상 컬렉션에만 실려

있고, 본문에서 다루고 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섭섭하진 않았다. 왠지 이 책이 성공하면

그 컬렉션에 실려있는 그림으로 2권이 나오지 않을까 슬쩍 기대해버리게 되었으니까.

화가 중에는 누가 잘생겼나 살펴보기도 했는데, 역시 라파엘로 소년을 이길 이는 없었다.

자신의 모습을 그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는 했었다. 화가들은, 그렇게 유명한

화가들은 자기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거울보면서 하는 생각이랑은 조금 다를

것 같은데...사진을 찍는 것과도 다를 것 같고...일단 수단이 달라지면 과정과 결론이

달라지게 마련이니까,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궁금해졌던 것 같다. 자신을 그린다는 건

어떤 것일까...하고. 그래서 후회했다. 진작에 화실에 다녀보는 건데. 그러면 알 수

있었을텐데. 자화상을 그리는 그 기분을. 이것 저것 배우며 다니고 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작 배우고 싶었던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진다. 그림을 배우고 싶었는데,

지금 퀼트를 하고 있고...피아노를 좀 더 하고 싶었는데 기타를 치고 있고...

취미를 정돈해서 그림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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