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전 - 거장들의 자화상으로 미술사를 산책하다
천빈 지음, 정유희 옮김 / 어바웃어북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천빈씨는 밤에는 대학 도서관에서 먼지 잔뜩 쌓인 도록을 넘기며 밤을 지새웠고, 낮에는

파리행 티켓을 사기 위해서 닥치는대로 일을 했다고 한다. 잠은 언제 잤을까? 단 한 문장으로

기술되어 있던 안면도 없는 작가의 그 시절이 왜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가 하면...!

그는 그렇게 3년을 일해서 번 돈으로 파리에 가서 루브르에 입성했던거다.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서. 그리고 홀랑 실망해버리고 말았다. ...여기서 슬펐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루브르에는 모나리자만 있는 게 아니니까. 사흘동안 물이랑 빵만

먹으며 루브르에 체류했고 마침내 그의 심장을 움켜지는 그림을 만나고 말았던 거다.

그게 뒤러의 스물두 살의 자화상이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그는 자화상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 당연히 자화상으로만...!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던가. 3년의 고생은 물거품이 되지 않았고, 그는 자신을 매료시킨

멋진 것을 발견하고...그 시간이 흘러서 한 권의 책으로 자신이 매혹되었던 그림들에 대해서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으니까...멋졌다. 짝짝짝,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였다.

기초 스토리에 마음이 흔들렸다 하여 책 자체가 별로라면 박수 쳐주지 않았을거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자체로도 꽤 괜찮았다. ‘자화상이라는 테마를 잡고 그림과 화가의 생애를

대략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그 화가의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자화상과 연결해서 설명해주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미술사를 전공하고, 자화상에 남다른 애정이 있는지라 이 책에서는

그동안 작가가 수집했을 수많은 정보와 지식들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는데 그걸 읽는 재미가

솔솔했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이 책, 꽤 두꺼워보였는데 정말이지 금새 읽어버렸다.

일단 자화상 컬렉션이 100페이지 정도 차지하고 있고, 페이지 중간 중간에 그림들이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쉽고 재미있게, 책을 읽는 사람의 흥미를

배려하는 에피소드의 나열이 이 책을 친근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알고 있는 내용 물론 없지 않았다. 하지만 모르고 있었던 부분이라던지, 정리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걸 제시해주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가 자화상 컬렉션에만 실려

있고, 본문에서 다루고 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섭섭하진 않았다. 왠지 이 책이 성공하면

그 컬렉션에 실려있는 그림으로 2권이 나오지 않을까 슬쩍 기대해버리게 되었으니까.

화가 중에는 누가 잘생겼나 살펴보기도 했는데, 역시 라파엘로 소년을 이길 이는 없었다.

자신의 모습을 그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는 했었다. 화가들은, 그렇게 유명한

화가들은 자기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거울보면서 하는 생각이랑은 조금 다를

것 같은데...사진을 찍는 것과도 다를 것 같고...일단 수단이 달라지면 과정과 결론이

달라지게 마련이니까,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궁금해졌던 것 같다. 자신을 그린다는 건

어떤 것일까...하고. 그래서 후회했다. 진작에 화실에 다녀보는 건데. 그러면 알 수

있었을텐데. 자화상을 그리는 그 기분을. 이것 저것 배우며 다니고 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작 배우고 싶었던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진다. 그림을 배우고 싶었는데,

지금 퀼트를 하고 있고...피아노를 좀 더 하고 싶었는데 기타를 치고 있고...

취미를 정돈해서 그림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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