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치서핑으로 여행하기 - 세상이 내 집이다, 모두가 내 친구다!
김은지.김종현 지음 / 이야기나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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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치 서핑으로 여행하기’, 이 책은 특별한 이유로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듯 하다.

하나는 카우치 서핑을 알게 되었다는 것. 카우치 서핑은 호스트의 호의로 그의 집이나

공간에서 숙소등의 편의를 제공받는 것이다. 그곳에서 살고있는 사람과 시간을 보냄으로서

문화와 그들의 일상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기존의 평범한 여행과는 또다른

시선으로 그곳을 바라보게 될 듯 하다. 물론 돌아와서도 그곳은 남다르게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아르헨티나로 가겠노라고 다짐하고 적금을 넣기 시작했는데, 일단 그 금액으로는

티켓값도 간당간당이라 고민하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네덜란드도 가고 싶어졌고,

지금 공부하고 있는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는 지금이기에 불어권

나라에 잠시라도 체류하고 싶어졌다. 한정된 재화, 하지만 가고 싶은 곳은 너무나도 많은

나이기에 여행을 떠올리면 뚜둥하고 돈문제가 떠올랐었다. 그 돈을 어떻게 모은다!,

정말 숨만 쉬고 돈만 모아야 하는 건가!!, 싶었었거든. 그런데 카우치 서핑을 알게 되었고,

왠지 마음이 가벼워졌다. 지금의 나에게 사막 속의 오아시스같이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아르헨티나만이 아니라, 지금 가고 싶은 곳 어느 하나도 이제 마음 속에서 지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어지니까 요즘 내 어깨는 조금 가볍다.

이 책과는 이런저런 사연이 참 많았다. 아니,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고

카우치서핑으로 여행하기책 자체에 그 이야기들이 얽혀버렸다는 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 오렌지색 책을 보면 그 에피소드들이 떠올라서 싱긋 웃게 된다. 이 책이

꽤나 마음에 들어서 가지고 다니면서 읽었기에 더 그랬을테다. 이사를 하면서 이 책이

이삿짐에서 추락하는 바람에 1층 화단으로 들어 가는 일도 있었다. 그때 책을 찾는데도

한참이 걸렸었다. 찾아가면 집에 안 계실 때가 대부분, 내가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타인의

집을 방문하기에는 조금 늦어서 찾아 갈 수도 없고. 포스트잇을 붙이자니 민폐인 것 같고,

경비하시는 분께 부탁드렸더니 알아서 하라고 그러시고. 결국 알아서 찾긴 했다.

그런 시간 속에서 읽은 책이기에 그만큼 더디 걸렸지만,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새로운

여행 방식을 알게 되었으니까. 여행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건 나에게는 진리였다.

언제나 예산보다 많은 지출을 했었고, 그러다보니 예산이 빠듯하면 떠나는 데 주저하게

되었다. 카우치 서핑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나는 좀 더 용감해졌을지도 모르겠다.

티켓값만 주머니에 넣고 슝하고 떠났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예산이 애매하다 싶을 때는

망설임없이 비행기를 잡아탔을 것 같다. 예산의 이유에서도 카우치 서핑은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건 역시 현지에서 살고있는 사람과 생활의 일부를 공유한다는 게 가장

강인하게 다가왔다. 여행자로서 보게 되는 그곳과 카우치서퍼로서 바라보는 그곳은 다르지

않을까 싶었다. 최대한 체류지를 가깝게 들여다보는 여행의 방법은 어쩌면 카우치서퍼들이

제일 잘 알고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카우치서핑이라는 여행방법에 큰

호기심과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카우치서핑은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

돈이 없어서 떠나지 못한다는 변명은 이제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떠나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 장소들을 여유롭게 둘러보고 싶다.

호스트의 방식을 탐구한 다음에 돌아와서는 나 역시 누군가에게 내 집의 카우치를 내줄 수

있었으면 한다. 숙박비만 어떻게 되어도 여행을 참 가벼워진다는 걸 너무나도 알고있으니까

같은 지구인끼리 돕고 살고 싶다고 해야하나. 일단 회원가입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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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그림여행 - 고흐와 함께하는 네덜란드.프랑스 산책
최상운 글.사진 / 샘터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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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났더니 여행을 마치고 난 듯한 착각이 들었다. 여행지는 특정한 장소는

아니었고, 고흐의 그림이었고 고흐의 삶이었다. 작가분이 고흐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느낌을

내내 받을 수 있었고, 그 감정은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주기 마련인가보다. 이 책을

읽고나서 어느새 고흐가 좋아진 사람이 되어버렸으니까.

원래 고흐의 그림을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호불호를 선택하라고 강요당한다면 좋아한다

말하겠지만 특별한 감정이 향하는 화가는 아니었다. 그에 대해서는 워낙에 많이 알려져

있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가지고 있는 고흐에 대한 정보가 적지는 않았다.

그래서 맹송 맹송한 감정을 고흐에게 갖고 있었나보다. 좋아해서 안다는 보다는, 알고 있어서

익숙해서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고.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점점 고흐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고흐의 고독과 절망에 대해서,

고흐의 그 그림들에 대해서, 그가 동생에게 보냈다던 그 편지들에 대해서, 무엇보다도

고흐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면서 안타깝고 조금은 슬펐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나서 표지에 있는 그림을 바라보며 고흐를 좋아한다는 걸 확실하게 인식했다.

이 유명한 화가의 흔적을 쫓아서 네덜란드와 프랑스를 여행한 작가. 이 한 권의 책으로

우리는 작가의 여정을 쫓아 고흐의 삶으로 잠깐 동안의 여행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 여행지에서 고흐가 봤던 풍경을 보고, 미술관에서 고흐가 그렸던 그림을 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그 당시 그곳에서 고흐가 어떤 삶을 살았다는 걸 자세하게 알고있는 채로

미술관을 거닌다면 어떤 기분이 들었으려나. 책에서 설명되어 있지만 궁금해졌다. 만약

내가 그 곳에서 그 그림을 보고 풍경을 보게 된다면 느끼게 되는 그 감정들이.

이전과 다른 기분으로 그 그림들을 보게 되리라, 분명. 같은 그림이지만 다른 기분으로

그 그림을 보게 될 것이고 이전에는 결코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네덜란드에 가보고 싶어졌다. 얼마전에 네덜란드가 배경으로

나오는 뮤직비디오를 보며 저기에서 자전거를 타면 재미있겠다고 싱긋 웃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는 네덜란드에 가야겠다 싶어졌다. 네덜란드에 가서 반 고흐

미술관에 가는거다. 그리고 그림을 보고싶다. 천천히, 오랫동안 그림을 봐야겠다.

자전거를 타고 미술관까지 가기로 결정한 상태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게 몇가지 있다면, ‘별이 빛나는 밤이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현상이라는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고흐의 정신적인 문제로 밤하늘이 그리 보였던 것이라는

말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고흐는 엄청나게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이 가정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고흐의 사망에 대한 이야기. 사인이라고 해야하나?

고흐에게 타살설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고흐가 권총자살을 했다는 것과

그 뒤를 따라 동생 테오가 죽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고흐가 심장 부근에 총상을

입고 집으로 돌아와서 죽기까지 시간의 간격이 있었고, 그 곁은 테오가 지켰다는 건

몰랐었다. 피가 흐르는 가슴을 움켜쥐고 비틀거리며 작은 방으로 간신히 간신히 걸음을

옮기는 고흐가 상상이 되어서, 그게 이미지가 되어버려서 한동안은 어쩌면 앞으로 내내

고흐를 떠올릴 때면 이 장면을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고흐를 좋아하게 되었고... 고흐를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게

더 정확하려나?...네덜란드에 가고 싶어졌다.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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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 잔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김봉석의 하드보일드 소설 탐험 1
김봉석 지음 / 예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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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라면 나도 좀 읽었다고 생각했다. 이 책과 만나기 이전까지는.

이 책을 보고나서는 어찌 되었냐고? 하드보일드를 껍질을 톡톡 두드린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크랙이 생길만큼도 안 되는 매우 미약한 힘으로 말이다.

이제 계란을 깨트릴 시간이 된 것 같다. 계란을 깨서 스크램블을 만들지, 지단을 부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알을 깨야할 타이밍인 듯 하다고 이 책을 읽는 동안

가끔씩 떠올리며 나름 다짐의 시간을 가졌었다.

이 책, 꽤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에서는 하드보일드 계열로 분류될 수 있는 소설들을

다루고 있는데, 평소에 이런 류의 소설에 심취하고 있다면 이 책의 매력도 쉽게 찾아내리라.

특히나 이미 읽었던 책들을 차례에서 상당수 발견할 수 있다면 이 책은 그야말로 밤잠을

미루게 될지도 모르겠다. 절반 못 미치는 소설을 읽는 나도 때로는 공감하며, 때로는 미처

찾아내지 못하고 놓쳐버린 부분을 이 책을 통해 알아채며 몹시도 흥미로운 독서를 했으니까.

어쨌든 이 책을 읽고나서 읽고 싶은 책 리스트가 또다시 길어져버렸고, 다시 읽고 싶은

소설이 생겨서 책더미를 뒤지기도 했었고, 이미 누군가에게 선물한 책이 있어서 재구입을

해야하나 도서관에 한번 들려야 하나 하고 있는 중이다.

평소에 이런 류의 소설을 별로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되는 소설 속의

주인공의 매력에 쉽사리 지나칠 수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럴만큼 이런 소설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은 심상치 않은 강인함과 치명적인 매력을 지녔으니까. 분명 38개의 소설에서

마음을 끄는 인물이 분명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이런 소설과 그다지 친하지 않더라도

이 책의 재미는 유효할 듯 하다는게 포인트.

사회파 미스터리라고 불리는 소설은 몇 해전의 가을에 열심히 읽은 덕에 이 책에서 그

소설들을 소개한 파트는 이미 그 책을 읽은 자의 여유를 가지고 볼 수 있었지만

미국 하드보일드와 스릴러는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참 많아서 몹시 궁금해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주인공들의 매력과 그 책만이 뿜어내는 공기의 무게를 짐작하며 열심히, 열심히 읽어야

할 소설 리스트를 작성할 수 밖에. 영화로만 본 소설도 있었는데, 그 원작 소설이 훨씬 더

재미있다니 조만간 꼭 읽어볼 계획도 세우면서 흥미롭게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을 보면 작가가 하드보일드를 좋아하는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나있다. 왜 그 책을

좋아하는지, 그 책의 어떤 부분이 인상적이었는지, 그 주인공의 어떤 면모에 마음이 끌렸는지.

그런 것들이 확실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 부분을 볼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넌 도대체 왜 하드보일드에 끌렸니? 왜 그 인물에게 우호와 연민의 감정을 느낀 것이었니?

왜 그런 강렬한 인상을 그 소설을 읽으며 포착해낸 것일까?...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그런데 말이다. 이번에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그토록 많은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질문을

던져본 적이 한번도 없다는 걸. 그래서 그 질문에 대답하려면 지금부터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답을 찾아내기 위해 하드보일드의 세계에, 하드보일드의 힘의

영역에 가까이 접근해야 한다는 걸. 하드보일드에 매료된 나만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하드보일드 소설에의 애정은 앞으로 한참은 계속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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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 페스티벌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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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발, 페스티발이 열리는 작은 시골마을에 살고있는 히로미. 그 소년은 음악을 사랑한다.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페스티발을 기다리고 있고, 그 페스티발이 열리는데 큰 역할을

한 촌장인 아버지를 내심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음악을 좋아하며, 평온한 일상이

당연하다는 듯이 그 조용함을 조금은 지긋지긋해하고 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소설이나 영화 속의 평화가 어디 그리 쉽게 지속이 되던가. 히로미의 일상은 이제

곧 위협받기 시작한다. 그게 위협인지도 모르는채 치명적인 유혹에 매료되고 마는 히로미.

록 페스티발에 놀러간 히로미는 꽤 알려진 같은 지역 출신 여배우 유키미를 목격하게 된다.

그 유키미가 그 소년의 삶에 걸어들어온다. 그리고 소년의 평온한 삶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유키미는 복수를 위해 마을로 돌아왔노라 밝힌다. 히로미는 그녀에게 이미

푹 빠진 상태. 그녀를 위해서라면,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할 태세인 심리상황.

하지만 유키미가 전해준 이 평온하다못해 심심하기 짝이 없는 마을의 실체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게다가 그 마을의 비리에 자신의 존경하는 아버지까지 연관되어 있다니!

히로미는 그럴리는 없다고, 자신의 아버지만큼은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한 다음 일단 조사는 해보겠노라고 말한다. 하지만 히로미가 조사를 계속할수록

그의 신뢰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유키미의 복수, 믿었던 아버지의 또다른 모습의 발견,

작은 마을의 실체...거기까지라면 어찌어찌 소년의 세계는 완벽하게 바스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년은 자신의 나약한 실체마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소년기는 끝이 난다.

히로미는 이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돌아가기에는 그 작은 마을의 실체는 감당할 수

없을만큼 그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믿었던, 믿고 있었던 사람들의 또다른 모습은

소년을 더 이상 소년으로 남아있지 않게 만든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비겁함과 약해빠짐과도

조우해야 했다. 그것의 뒤에 숨지 않았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역시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히로미. 어쩌면 이만큼 힘에 겨운 성장소설도

없을 것이다. 보통의 성장소설은 그래도 어쨌든 주인공이 어른이 되지 않던가. 사건은

소설의 말미에 이르러서는 해결되기 마련이고, 등장인물을 둘러싼 소용돌이같던 시간들도

어느새 지나가고 고용하고 평온하게 마무리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인

히로미에게는 그런 클리셰가 허용되지 않았고, 여전히 수행해야 하는 미션을 남긴채

마지막 페이지와 맞닥들이게 된다. 가혹한 성장소설이구나 싶어진다. 작심하고 쓴 연애소설

이라는데, 첫사랑이 저리되면 트라우마가 되겠다 싶을 정도로 그들의 연애는 처절하다.

어쨌든 성장소설, 어쨌든 연애소설. 하지만 평범하지는 않다. 그리고 그 평범함에서 벗어난

점이 이 소설의 매력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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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 트라비아타
이부키 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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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봄, 붉은 여름, 하얀 가을, 검은 겨울. 인간의 네 가지 계절이란다.

여기 여름의 끝자락에 서있는 두 사람이 있다. 테쓰지는 요양을 겸해서 어머니의 집을

처분하려고 미와시에 내려와 있었다. 모친 상을 치르고 나서 회사 앞 역 앞에서 목이

오른쪽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고 장기 휴가를 받았다. 그리고 어머니의 집에서

몹시 삭막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어느 날 패스트푸드가 몹시 먹고 싶어

졌고, 차를 빌려서 저 멀리 가게로 그것들을 사러가는 길이었다. 그 길에서 만났다, 페코짱을.

사람들이 페코짱이라고 부르는 키미코. 매년 여름이 되면 미와시로 스미듯 찾아온다.

행복과 슬픔, 애잔함이 뒤섞여있는 이 복잡한 감정이 고여있는 이 곳에서 여름의 한 때를

보내기 위해서. 이번 여름도 그리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테쓰지를 만나면서 그 예정은

한참을 벗어나게 된다. 그들의 첫만남이 어땠냐고? 첫눈에 반한 건 절대 아니었다.

테쓰지는 자살을 시도한다. 충동적으로 바다에 뛰어들었고, 그 모습을 발견한 키미코에 의해

구조된다. 그리고 키미코는 테쓰지를 보살피기 시작한다. 그 대신 테쓰지는 키미코에게

클래식을 알려주기 시작한다. 그녀의 아들이 항상 들었던 그 음악을 듣고 싶었지만, 들을

수 없어서 듣지 못했고 듣고 싶었을 때는 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며 다가갈 수 없었다.

그 음악을 테쓰지의 도움을 받아서 듣게 된다. 그리고 정성을 다해서 키미코씨는 테쓰지를

챙기고, 그가 살고있는 곶의 집을 정돈한다. 바닷가의 그림같은 집에서 그의 센스있는

어머니가 남긴 음반과 서적을 나눠 듣고 읽으며,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서 서로의 좋은 점을 알아내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테쓰지에게는 가정이 있었고, 키미코는 그의 가정이 망가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를 떠난다. 이러면 몹시 신파같지 않은가? 결국은 불륜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당사자는 그걸 사랑으로 굳게 믿고 있으며 그게 진실한 사랑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가정을 위해서 마음을 접는 한 여자라니...! 하지만 이 소설이 이해할 수 없는 시간과 공간

속을 떠도는 괴상한 이야기라고 한켠으로 밀어둘 수 없는 건, 서른 아홉 살에 찾아온

로맨스를 아기자기하게 꾸려나가는 그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설레어하면서도

두려워하고 제대로 결정을 내리는 것일까 망설이고 고민하고, 때로는 상대방을 위한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속이는 결정을 내리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용기를 내리는 과정이 이 소설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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