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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평점 :
이 책을 읽고 나서 마음이 무겁다. 채식주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버렸으니까 말이다.
오후에 장을 보러 갔었다. 양배추와 브로콜리를 집어들고, 두부를 샀다.
망고 주스 한 병도 장바구니에 넣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달걀 진열장에 서 있었다. 냉장고에는 이미 달걀이 한 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사야하는데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이 책에서 닭에 대한 파트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달걀 코너는 지나쳤다. 다음은 우유였다.
우유는 또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역시 먹지 말아야 하는 품목은 아닐까 싶어졌다.
장바구니에 집어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우유가 없다면 밀크티는 어떻게 끓여 마신단
말인가. 카페오레는 또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두유를 사야하나? 수 분을 고민하다가
판단을 유보하고 진열대에서 멀어졌다. 고기진열대에는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이런 장보기 상황은 그동안 수차례나 있었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와 유사한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볼 때면 나는 늘 일시적 채식주의자가 되곤 했다.
때로는 한 달, 때로는 석 달...가장 길었던 적은 일 년 정도였던가?
이 책을 읽고나서도 마찬가지였다. 동물을 먹는다는 게 몹시 불편하게 느껴졌다.
대체로 일상 속에서 우리는 동물을 먹는다고 인식하지 않고 있다. 접시에 놓여있는
음식을 먹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 책은 그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우리의 식탁에, 우리의 접시에 놓이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걸
읽고나면 접시 속의 그 음식이 이전과는 분명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10여 년에 걸쳐서 채식주의자가 된 게 벌써 몇 차례였던가. 이 책에 나와있는 내용들은
대체로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 정보를 보고 채식주의자가 되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지금의 나는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데에 얼마나 강인한 의지가 필요한지 알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다큐멘터리든 책의 내용이든 희미해져가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고기를
먹고 있다. 그리고 한참 동안 먹지 않았던 고기를 입에 넣으면 깜짝 놀랄만큼 맛있어서
채식주의의 결심은 너무나도 쉽게 잊혀져버린다. 그걸 반복했었다는 게 떠올랐다.
그래서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그러니까 지금 당장은 고기를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 고기가 우리의 식탁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이 아직까지는
너무나 생생해서 고기를 먹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게 과연 얼마나 갈까에 대한 의심이
생긴다. 지난 번처럼 또다시 그걸 반복한다면 의미가 없다. 이번에 결심하게 된다면 제대로
해내고 싶다. 그래서 고민 중이다. 채식주의자의 식생활을 고수하며 살아갈 것인지, 그리고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할 것인지 말이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책이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그 작가가 맞다.
그는 아들이 태어난 것을 계기로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고,
우리가 먹는 동물이 어떻게 길러지고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음식이 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이 책으로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을 선언하게 된다.
작가의 선택에 대해 공감한다. 나 역시 지금 당장은 채식주의자가 되기를 원하니까.
다만 지속할 수 있느냐에 대한 자신이 없어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 누구든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채식주의자가 될 것인지...
확실한 건 단 하나다. 이 책을 읽은 바로 다음 순간에는 고기를 먹을 수 없을 거라는거다.
그 점을 주의하시길....!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