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스타일 손뜨개 북유럽 스타일 시리즈
하야시 고토미 지음, 배혜영 옮김 / 진선아트북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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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목도리, 워머, 장갑...이거 살려고 마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살 수 있다. 가게 들어가서 적당히 고르고 가격을 치르면 된다. 쉽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걸 고르기로 결심한 순간 힘들어진다. 겨울의 한파를 뚫고 씩씩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예쁜 목도리와 워머는 필요하다. 그냥그런 목도리는 그저 추위만

막아줄 뿐이지만 예쁜 추위대비 소품들은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그런데 그런 마음에 쏙 드는 걸 찾을 수가 없다. 그리하여 직접 만들기에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일단 직접 만들면 엄청난 고난에 맞닥들이게 된다.

내가 만든 게 예쁘지 않다는 것!!

그 조악함의 극치인 완성품을 보며 어찌할바를 모르게 된다. 스스로 만든 것이기에

사랑스러워야 하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 만들었을 때의 이야기이고. 정말 아니면 정말

실망하게 된다. 기운이 쭉 빠지고 내가 이걸 만들려고...라며 향할 곳이 없는 분노가

문득 생겨나 황당해한다. 본전도 생각난다. 실값이랑 그동안 밤에 잠 못자고 매달린 걸

생각하면 어깨가 푹 내려간다.

이 책에 나와있는 것처럼 만들 수 있다면, 이 책에 나와있는 이 완성품 정도를 만들어

낸다면 저런 복잡한 감정에 시달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찌 하나같이 이리도 러블리

한지. 그동안 내가 찾고 있던 그 따스함과 포근함이 살아있고 개성 넘치지만 누구에게나

사랑받을만큼 예쁘다. 저 정도를 만들 수 있다면, 저와 비슷하게 만들수만 있다면

겨울의 찬바람에도 끄덕없을 자신이 있다. 책에는 자세한 내용의 만드는 법이 나와있다.

도안도 나와있고, 어떤 실을 사용했는지 자세하게 나와있어서 성실하게 이 책을 따라간다면

꽤 그럴듯하게 만들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처음이라면, 뜨개질이 초보라면 시행착오는

필요할 듯 하다. 이 책에 코만드는 방법까지 나와있고 기초적인 설명이 사진과 그림으로

나와있지만 이것만으로 초보자에게 충분해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뜨개질에 어느정도

익숙하다면 이 책으로 감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고 작년에 뜨개질에 관심을 갖고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친 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 뜨개질을 시작하면 일단 도안이 외계어 같다. 해독이 필요할 것 같고, 이건 어느 별

문자냐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일단 읽는법을 알고나면 그것도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세상의 진리 아니던가. 알고나면 별거 아니다 ㅎㅎ

지금 내 실력으로 저리 촘촘하고 예쁘게 뜰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일단 도전해

보려고 한다. 뜨개질의 좋은 점은...안되면 실을 풀면 된다는 게 아닐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르륵 풀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한번 망치면 돌이킬 수 없는게 아니니까,

실이 포근하고 따뜻하니까 길고 긴 겨울밤에 이만큼 좋은 취미가 없다 싶기도 하다.

그러다보면 실력도 늘고, 몇 년 후에는 멋진 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이 책에 있는 것처럼 만든다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만들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고 있다. 진도가 안 나가서 조금 고민스럽기는 하지만

겨울은 밤이 기니까 멈추지만 않는다면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뿌듯하게, 내가 만든

걸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힘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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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터의 고뇌 창비세계문학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임홍배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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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더 잘 알려진 괴테의 이 책. 무척 유명한 책이지 않던가.

이름이 살짝 바뀌고 산뜻한 청색 표지의 옷을 입고 있으니 다른 책인 듯 느껴지기도 한다.

베르테르보다는 베르터가 독일어 발음에 더 가깝고, 슬픔으로는 전해지지 않는 베르터의

상황과 감정들은 고뇌라는 용어가 더 어울려서 제목을 이리 정하게 되었다고 번역자의 말이

작품해설 부분에 적혀 있었다. 작품해설을 유익하게 읽었다. 베르터의 절절한 사랑과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그가 내린 결정만이 이 책의 전부는 아니었을텐데 그것만을 쉽게

기억하게 되는 것 같다. 작품해설은 이 책을 그저 연애물로 한정짓지 않는 데 도움이 되었다.

슬픈 젊은 베르터가 아니라 고뇌하는 베르터로 만들어 주기도 했고. 이 부분을 읽고보니

슬프다라는 문장만으로 베르터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아니었다. 고등학교 다닐 무렵이었는지 그보다 이전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보다는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믿고 있는 그 시절에도 베르터의

그 감성은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은 다소 수다스러운 부분이 없잖아 있는 한 남자가

보상받을 길이 없는 사랑을 하다가 죽는 내용이로군, 이라는 내용으로 정리했던 걸 어렴풋이

기억한다. 그 사람을 받는 사람도 부담스럽겠군, 죽을 결심을 했다면 그 마음을 좀 더

확실하게 말해보는 건 어땠을까, 피할 수 없을만큼 직설적으로, 단도직입적으로...

그 여자가 좀 덜 착해서 정말 싫다고 뻥 차주었다면 어땠을까. 친구가 이웃에 있어서

편지가 아니라 말로 그 마음을 설명할 수 있었다면 베르터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다시 이 책을 읽으면서는 베르터의 감정을 따라갔다.

철저하게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베르터의 그 섬세한 감성은 내 무딘 감성으로

완벽하게 이해하는 건 불가했으니까. 그랬지만 이번 독서에서는 이전에서처럼 전제를

부정하는 가정에 사로잡혀 베르터의 감정을 놓치는 실수만은 하지 않았다.

그의 감정의 변화들, 미묘한 변화들은 문장의 흐름에 몸을 맡기자 훨씬 편안하게 감지되었다.

그리고 베르터의 장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책이 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고,

이 책을 읽은 사람보다 이 책의 내용을 아는 사람이 훨씬 많은 그런 유명한 책이 되었는지

이전보다는 약간 알 것 같기도 했다.

정말 중요한 건 베르터가 결국에는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

했다고 해야할까. 다시 읽은 고전에서 발견한 건 역시나 나의 변화였던 것 같다. 베르터는

여전히 젊었다. 그는 똑같은 선택을 하고 있다. 같은 시간을 책 속에서 영원히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책이 다르게 느껴졌다면... 역시 내가 달라진 게 아닐까. 시간의 두고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의 가치를 이 책을 계기로 어렷품이 알게 되었다.

여전히 그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의 죽음에 가려진 여러 가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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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사랑에서 너를 만나다 - 영혼을 흔드는 서른세 가지 사랑 이야기
한경아 지음 / 미다스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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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서른세 가지의 사랑을 만나게 된다. 그 중에는 책와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랑도 있었고, 실제로 존재했던 너무나도 유명해서 널리 알려진 러브 스토리도 있었다.

그 사랑 이야기가 작가만이 가진 섬세한 감수성 필터를 거쳐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이 책의 실마리가 되었던 책의 대부분을 읽었었고, 영화 역시 보았었지만 신기했던 건

인상적인 장면들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 그 부분에 대해 이해했던 것 역시 같지만은

않았다는 것.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런 차이는 언제나 신기하다. 그리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찾아낸 사람의 생각을 읽는다는 건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

이 책의 분위기와 내용은 대체적으로 멜랑꼴리하다고 해야하나. 차분한 우울감이 전반적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그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싶다. 책이나 영화 속의 사랑이란...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이상 고난이 있기 마련이니. 아차, 로맨틱 코미디도 일단 전개상에서

사랑의 어려움이라는 고비를 넘지 않던가! 순탄하고 햇살처럼 반짝거리기만 한다면

소설이나 영화가 되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실존했던 사랑은...

더 우울하다. 일단 프리다 칼로와 까미유 끌로델이 나온다. 천재라도 사랑의 고난을

잘못 건너면 인생이 망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가 아니던가.

클림트와 뭉크도 일화도 그다지 유쾌한 분위기는 아니다. 그러다보니 이 책을 읽는 동안

낮은 톤의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다는 건 무엇일까, 그토록 많은

작가와 감독들이 소재로 사용했던 그 사랑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왜 마음이 물먹은 솜처럼 묵직해지는 것일까. 사랑이 마냥 아름답고 조약돌처럼 손에 쏙

쥐어지는 무언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일까나.

이 책에서 서른세 가지 사랑을 읽으면서, 각기 다른 그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사랑은

인간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싶었다.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

거기에서 초월할 수 없다면 사랑하고, 또 사랑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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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집 인테리어 전셋집 인테리어 시리즈 1
김동현 지음 / 미호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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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한 기간만큼은 내가 살고있는 집이지만 언제까지 살게 될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집꾸미기

를 등한시하게 된다. 인테리어라는 이름이 붙으면 비용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고 이것 저것

알아보다보면 눈만 하늘 꼭대기만큼 이미 높았던 비용은 엄청나지고 만다. 그러다보면 예쁜

집이고 뭐고 그냥 살면 되지 않을까 싶어진다. 이게 불과 몇 년 전까지의 내 모습.

하지만 생각이 달라졌다. 살고있는 동안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인데 그렇게 방치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 기간만큼은 평온하고 안락하게 그리고 쾌적하게 지내고 싶어서 나름의

노력은 해 본 적도 있었는데 솜씨가 없어서인지 게을러서인지 이 책에 나와있는 사진들에서

뿜어져나오는 센스는 그동안 살고있던 공간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는 걸 고백해야 겠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쨌든 현재는 인테리어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다는 거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이 책을 읽게 된 것이고. 전문가를 불러서 한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무엇보다도

비용이 부담스럽기에 인테리어는 스스로 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는지라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에 초점을 두고 읽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전등이나 조명을 직접 손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스위치랑 문 손잡이를

교체하고 싶기도 했고. 그리고 이 책에는 그 방법이 실제로 나온다. 그래서 했느냐고?

...일단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기는 알겠다. 다만 엄두가 안난다. 특히 조명!

괜히 건드렸다가 전기가 피슝하고 나가버려서 정말 기술자를 불러야 되는 상황이 생기지

않으라는 보장도 없고, 주말에는 뒹굴거리고 평일에는 짬이 안나고 그러다보니 아직까지

도전하지 못한 상태. 스위치랑 문 손잡이는 할 수 있을 것 같고,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건 또 왜 이리 하게 되지 않는건지. 일단 필요한 물건부터 사야하는데, 그것도 아직 하지

않은 상태. 그러고보면 이 책에서 나오는 집과 내가 살았던 공간이 달랐던 이유는 어쩌면

내가 게으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이 책에는 예쁜 공간이 많이 나온다. 대대적인 공사를 하지 않더라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너무나도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런데 비용이 들지 않는 대신에 근면, 성실함과 넘치는 센스가 필요할 듯 하다.

가구를 직접 만들고, 페인트 칠을 하고, 시트지를 선택한다. 냉장고를 멋지게 리폼한 걸 보곤

입이 딱 벌어졌다. 저런 것도 가능하구나, 하고. 색이 예쁜 냉장고를 목표로 했었지, 그런 색

냉장고를 만들어보리라 상상해 본 적이 없었고. 장바구니에 가구를 차곡차곡 담아보고 깜짝

놀란 적은 있었지만, 만들어 본 가구는 전무한 나로서는 이 책 속의 내용들은 마치 요술

같았다. 리폼이나 가구를 만들 수 있는 도구들 중에서 가진거라고는 망치 하나 밖에 없는데

그 망치 하나마저도 어디에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나도 일단 이 책의 영향을 받기는

했는데 그 결과 요즘 시트지 붙이기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예쁜 시트지를 사서 잘 붙이기를

일단 마스터하자고 생각했달까. 아장아장 인테리어 첫걸음으로 말이다. 비싸고 좋은 인테리어

소품보다는 실속있고 지금의 나에게 딱 필요한 물건을 고르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거기에 맞는

물건들을 하나씩 들이고 있다. 아직 통일성은 없지만, 이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지고 있는 중

이라 자부한다. 이 책은 나에게 인테리어 첫걸음을 떼게 만들어 준 책이라 의미있는 이미지로

기억하게 될 듯 하다. 지금은 난해하기만 하지만 2년 뒤, 4년 뒤 쯤에는 전등 교체 정도는

낮잠 자다가 부스스 일어나서 해치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기 위해서 일단 스위치랑 문고리 교체를 당장 시도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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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페이지 책 - 찢고 낙서하고 해체하는 발칙한 책 읽기
봄로야 글.그림 / 시루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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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페이지 책에는 찢고 낙서하고 해체하는 발칙한 책 읽기라는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다.

페이지를 펼쳐보면 그 하나의 이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일단 한 권의 책에서 인상적인

한 장의 페이지를 만날 수 있고, 그 책장은 이 책의 작가에 의해서 멋지게 재탄생되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 읽게되고 그래서 누구에게나 의미있는 책인

어린 왕자’,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서부터 소년기의 말미에 만나게 되는 책들까지...

누군가에게 특별할 수 밖에 없는 책의 이름을 차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도 물론 있었다. 그런데 당연하지만 신기했던 것은 같은 그 책을 좋아하는

이유도 다르고, 인상깊었던 페이지는 전혀 달랐다는 것. ‘어린왕자상실의 시대

일부만이 들어맞았을 뿐, 어떤 페이지들은 그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같은 책을 읽었을 뿐 읽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그런 다른 생각들은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었다.

페이지를 그 인상적인 한 문장만을 제외하고 멋지게 변신시키고 있는데, 그 페이지야 말로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그 책장의 전반적인 내용과 분위기를

담고있는 그림이 그려져있는데 그 그림들이 그 문장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건 분명하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깨끗하게 읽는 편이었고, 그 점에 있어서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인상적인 구절이나 문장에 표시를 해두면 다음에 읽을 때 거기에 얽매이는 게 싫었고

그러다보니 책에 밑줄이나 동그라미 같은 것을 허용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와있는 페이지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저런 방식이라면 괜찮겠다 싶었다. 읽는 순간에

감정이라던지 인상을 강렬하게 남길 수 있을뿐더러, 무척 자유로워 보였으니까.

깨끗하게 책을 읽는다는 건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었다. 이전에 그 책을 읽으면서 했던 멋진 생각들을 다시 떠올리지 못한다는

. 무언가 많이 놓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싶었다. 이 책을 읽은 것을 계기로 지금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독서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나를 스쳐지나간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의 편린들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봐야 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발견한 것 중 하나는...그림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는

것이라는 게 아닐까 싶다. 바라볼 때마다 이전에 찾아내지 못했던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었고, 그런 점에 있어서만큼은 그림과 책이 닮아있구나 싶었다. 그림을 잘 그리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림으로 옮길 수 있는 멋진 능력을 가진 작가의 책을 보면서

작은 종이에 끄적끄적 낙서를 하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낙서가 참 오랜만이라는 걸

깨달았다. 최근에는 글씨를 직접 손으로 쓰는 일도 일상적이지 않았구나 싶었다. 낙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오랜만에 하는 낙서는 이 책을 읽는만큼이나 재미있었다는 걸

말해두고 싶다. 이 책에서도 등장하는 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곰돌이를 그려보며

...학원에 다니면 좀 더 잘 그릴 수 있으려나 잠시 상념에 빠지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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