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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터의 고뇌 ㅣ 창비세계문학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임홍배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평점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더 잘 알려진 괴테의 이 책. 무척 유명한 책이지 않던가.
이름이 살짝 바뀌고 산뜻한 청색 표지의 옷을 입고 있으니 다른 책인 듯 느껴지기도 한다.
베르테르보다는 베르터가 독일어 발음에 더 가깝고, 슬픔으로는 전해지지 않는 베르터의
상황과 감정들은 고뇌라는 용어가 더 어울려서 제목을 이리 정하게 되었다고 번역자의 말이
작품해설 부분에 적혀 있었다. 작품해설을 유익하게 읽었다. 베르터의 절절한 사랑과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그가 내린 결정만이 이 책의 전부는 아니었을텐데 그것만을 쉽게
기억하게 되는 것 같다. 작품해설은 이 책을 그저 연애물로 한정짓지 않는 데 도움이 되었다.
슬픈 젊은 베르터가 아니라 고뇌하는 베르터로 만들어 주기도 했고. 이 부분을 읽고보니
‘슬프다’라는 문장만으로 베르터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아니었다. 고등학교 다닐 무렵이었는지 그보다 이전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보다는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믿고 있는 그 시절에도 베르터의
그 감성은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은 다소 수다스러운 부분이 없잖아 있는 한 남자가
보상받을 길이 없는 사랑을 하다가 죽는 내용이로군, 이라는 내용으로 정리했던 걸 어렴풋이
기억한다. 그 사람을 받는 사람도 부담스럽겠군, 죽을 결심을 했다면 그 마음을 좀 더
확실하게 말해보는 건 어땠을까, 피할 수 없을만큼 직설적으로, 단도직입적으로...
그 여자가 좀 덜 착해서 정말 싫다고 뻥 차주었다면 어땠을까. 친구가 이웃에 있어서
편지가 아니라 말로 그 마음을 설명할 수 있었다면 베르터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다시 이 책을 읽으면서는 베르터의 감정을 따라갔다.
철저하게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베르터의 그 섬세한 감성은 내 무딘 감성으로
완벽하게 이해하는 건 불가했으니까. 그랬지만 이번 독서에서는 이전에서처럼 전제를
부정하는 가정에 사로잡혀 베르터의 감정을 놓치는 실수만은 하지 않았다.
그의 감정의 변화들, 미묘한 변화들은 문장의 흐름에 몸을 맡기자 훨씬 편안하게 감지되었다.
그리고 베르터의 장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책이 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고,
이 책을 읽은 사람보다 이 책의 내용을 아는 사람이 훨씬 많은 그런 유명한 책이 되었는지
이전보다는 약간 알 것 같기도 했다.
정말 중요한 건 베르터가 결국에는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
했다고 해야할까. 다시 읽은 고전에서 발견한 건 역시나 나의 변화였던 것 같다. 베르터는
여전히 젊었다. 그는 똑같은 선택을 하고 있다. 같은 시간을 책 속에서 영원히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책이 다르게 느껴졌다면... 역시 내가 달라진 게 아닐까. 시간의 두고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의 가치를 이 책을 계기로 어렷품이 알게 되었다.
여전히 그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의 죽음에 가려진 여러 가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