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페이지 책 - 찢고 낙서하고 해체하는 발칙한 책 읽기
봄로야 글.그림 / 시루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0페이지 책에는 찢고 낙서하고 해체하는 발칙한 책 읽기라는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다.

페이지를 펼쳐보면 그 하나의 이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일단 한 권의 책에서 인상적인

한 장의 페이지를 만날 수 있고, 그 책장은 이 책의 작가에 의해서 멋지게 재탄생되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 읽게되고 그래서 누구에게나 의미있는 책인

어린 왕자’,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서부터 소년기의 말미에 만나게 되는 책들까지...

누군가에게 특별할 수 밖에 없는 책의 이름을 차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도 물론 있었다. 그런데 당연하지만 신기했던 것은 같은 그 책을 좋아하는

이유도 다르고, 인상깊었던 페이지는 전혀 달랐다는 것. ‘어린왕자상실의 시대

일부만이 들어맞았을 뿐, 어떤 페이지들은 그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같은 책을 읽었을 뿐 읽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그런 다른 생각들은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었다.

페이지를 그 인상적인 한 문장만을 제외하고 멋지게 변신시키고 있는데, 그 페이지야 말로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그 책장의 전반적인 내용과 분위기를

담고있는 그림이 그려져있는데 그 그림들이 그 문장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건 분명하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깨끗하게 읽는 편이었고, 그 점에 있어서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인상적인 구절이나 문장에 표시를 해두면 다음에 읽을 때 거기에 얽매이는 게 싫었고

그러다보니 책에 밑줄이나 동그라미 같은 것을 허용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와있는 페이지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저런 방식이라면 괜찮겠다 싶었다. 읽는 순간에

감정이라던지 인상을 강렬하게 남길 수 있을뿐더러, 무척 자유로워 보였으니까.

깨끗하게 책을 읽는다는 건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었다. 이전에 그 책을 읽으면서 했던 멋진 생각들을 다시 떠올리지 못한다는

. 무언가 많이 놓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싶었다. 이 책을 읽은 것을 계기로 지금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독서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나를 스쳐지나간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의 편린들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봐야 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발견한 것 중 하나는...그림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는

것이라는 게 아닐까 싶다. 바라볼 때마다 이전에 찾아내지 못했던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었고, 그런 점에 있어서만큼은 그림과 책이 닮아있구나 싶었다. 그림을 잘 그리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림으로 옮길 수 있는 멋진 능력을 가진 작가의 책을 보면서

작은 종이에 끄적끄적 낙서를 하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낙서가 참 오랜만이라는 걸

깨달았다. 최근에는 글씨를 직접 손으로 쓰는 일도 일상적이지 않았구나 싶었다. 낙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오랜만에 하는 낙서는 이 책을 읽는만큼이나 재미있었다는 걸

말해두고 싶다. 이 책에서도 등장하는 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곰돌이를 그려보며

...학원에 다니면 좀 더 잘 그릴 수 있으려나 잠시 상념에 빠지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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