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4s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이 폰을 하루라도 빨리 쓰고 싶어서 예약도 하고
초조하게 기다렸더랬다. 안절부절 못했었던 듯. 그게 작년 11월의 일...!
4s는 외형적으로 봐서 아이폰 4와 다를 게 없다. 첫 눈에 구분하는 것, 무척 힘들다.
하지만 다른 점이 없지 않아 있다. 바로 카메라 기능. 4에 비하면 확실히 좋다. 선명하고
또렷하고...이 폰을 쓰고나서 카메라를 거의 쓰지 않고 있지만 카메라를 쓸 때보다 훨씬
더 자주 많이 사진을 찍고 있다. 다른 것 또 하나. 시리, 개인비서 기능을 하는 그 시리.
하지만 시리씨는 한국어를 아직까지 못 한다. 하지만 조만간 한국어 능력이 생길 듯 하다.
지금까지는 영어와 짧은 프랑스어로 대화를 시도하고 있을 뿐이다. 시리씨는 날씨를
알려주고, 궁금한 것이 있을 때 검색도 해주고, 스케쥴을 메모하거나 전화나 메시지를
보내준다. 하지만 시리씨는 내 주위에 있는 스타벅스를 검색해주지 않는다. 우리나라
주가를 알려주지도 않는다. 가끔 내 말을 못 알아듣는다. 그러면서 원어민 말은 재빨리
알아들어서 좌절하게 만든다. 좌절이라기 보다는 욱하게 만든달까? 시리씨와 싸우기도
했었다. 신기한 일이지만 시리씨와 싸움이 가능하다.
아이폰 4s를 사용한지도 7개월이 되었다. 이제 시리씨와 대화하는 일은 거의 없다. 조만간
한국어 지원이 되면 다시 한번 시리씨와의 대화에 불타오르겠지만 지금은 일단 그렇다.
사진 기능은 무척 잘 활용하고 있다. 일상을 한 컷에 담고 있고, 베껴 적기 기능은 이제
카메라의 몫이다. 카메라를 깜빡 두고 나간 적은 무척 많지만, 아이폰 카메라를 두고 다닌
적은 거의 없다. 그래서 제일 친하고 가깝게 지내는 카메라가 되었다.
휴대폰을 사용한지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아이폰과 함께하면서 내 휴대폰 사용 판도는
바뀌었다. 휴대폰을 더 이상 귀찮아하지 않게 되었다. 더 이상 나는 길을 잃지 않게 되었고,
두꺼운 사전이나 전자수첩을 챙기지 않게 되었고, mp3의 존재를 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더 많은 음악을 듣게 되었고, 어학 실력은 조금씩이지만 성장하고 있으며, 사람들과
짧은 대화를 자주 나누게 되었다. 아는 사람이 없는 낯선 도시로 여행을 가더라도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아이폰과 함께 있으니까. 음악을 들으며 걸었고, 마음에 드는 풍경을 사진
으로 담았고, 아이폰으로 찾은 정보를 토대로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했다. 그래서 혼자서
돌아다니는 시간도 외롭지 않았었다.
생각해본다. 7개월 전에 아이폰이 아닌 다른 폰을 선택했더라도 내가 스마트폰이 만들어주는
세상에 이렇게까지 매료되었을는지. 아니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아이폰과 유대감을 갖게
된 것은 그 특유의 간결함과 편리함 때문이었으니까. 그러다보니 가까이 두게 되고,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이폰이 없었던 시간들이 떠오르지 않게 되었다.
난 아직 이 폰의 케이스를 가지고 있다. 보통 제품의 박스는 다가오는 대청소날에, 제품이
이상없이 잘 돌아간다 싶으면 버렸었다. 하지만 이 폰 케이스는 가지고 있게 될 것 같다.
적어도 이 폰을 사용하는 날까지는 말이다. 탄탄하고 과한 부분이 없는 포장이 마음에
들었고 심플하고 하얀 박스는 사랑스럽기도 하다. 게다가 자리도 차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랍 한 구석에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아직까지 가지고 있을 정도로 이 박스가 왜 마음에
들었는지 의아해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알 수 있었다. 이 작은 포장에 얼마만큼의 공이
들어갔는지 말이다. 포장에까지 숨어있는 섬세함을 이 폰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알게 모르게 눈치채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 포장을 버릴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이 책을 읽고
일단 그렇게 정리하기로 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북을 사용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들이 너무나 사랑스럽다면,
전자기기 사용의 판도가 사과가 그려진 이 녀석들에 의해서 달라졌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애플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를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을 지금의 애플로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서 이 책을 세밀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잡스와 쿡과 커뮤니케이션은 했지만 둘 다 이 책을 위해서나 포춘의 기사 취재를 위한
정식 인터뷰는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애플 자체의 성향상 내부에서 이 책에
필요한 정보는 얻는 건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애플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도움으로 쓰여졌다고 한다. 포춘지의 기자이고, 실리콘벨리에서 일을 했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 분야에 깊고 넓은 인맥이 있었고 그래서 이 책의 출판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런 그의 오랜 취재의 결과가 이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면 작가 역시 애플에 무한한
애정이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애플이 좌초하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란다는 것도 읽어낼
수 있었다. 애플의 특성을 설명하고, 애플의 장점을 이야기해 준다. 하지만 그는 애플의 단점,
치명적일 수 있는 단점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단점의 언급에는
우려의 감정이 입혀져 있기에 그게 비난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이 책의 작가,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애플의 모든 기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애플에 대한 바람은 일치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무척이나 진지하면서도 흥미로운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아이폰 5 소식이 들린다. 맥북 프로에 대한 것도...이제 시리씨가 한국어도 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도 애플의 방식이, 애플이 주는 감동이 쭉 이어지기를 바라는 건 나만의 바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다면, 하지만 한 켠으로 걱정스럽고 불안한 마음이
자리잡고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애플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가 우리의 설레임에 부합하는 것이기를 바랄
뿐이다. 그 변화가 애플에서 떠나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