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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세트] 갤러리 페이크(총32권/완결)
후지히코 호소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DCW / 2014년 12월
평점 :
뛰어난 큐레이터로서 이름을 날렸지만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선 위조품을 파는 악덕 미술상인 주인공이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며 인간적인 모습과 예술을 사랑하는 예술가의 면모, 그리고 인간의 허영심과 관련하여 냉철하게 수전노적인 면을 보여주는 이야기.
1992년에 시작하여 2005년에 32권까지 나온 만화로 20~30년 이상의 공백이 있는 만화이다 보니 이런 고전 만화에서 보여지는 시대간의 괴리는 피할수는 없지만, 다른 고전 만화들에 비하면 괴리감의 차이는 적은 편이다.
대체로 고전 만화를 보면서 적응하기 힘든 부분인 그 시대엔 먹혔지만 지금은 먹히지 않는 유행이나 사고 방식의 차이 문제가 있는데, 미술과 관련된 소재를 사용하는터라 유행에 의존하는 유치함이나 사고 방식의 차이에 의해 괴리감을 느끼는 일이 적어 시대를 크게 타지 않는 장점이 있다.
지금도 이런 미술을 소재로 나오는 만화가 적어 최근의 블루 피리어드라는 만화를 제외하면 알려진게 거의 없다시피한 소재를 무려 30년도 넘은 과거에 사용하였다는 점이 놀라운 만화.
옴니버스 타입의 이야기로 각 권마다 이야기가 끝나기에 순서에 상관없이 볼 수 있을 것 같아도 주인공과 이야기에 영향을 주는 등장인물들이 여럿이 나오는데 캐릭터를 모르는 상황에서 봐도 바로 이해 할 정도로 캐릭터성이 단순하진 않은터라 일단 순차적으로 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미술이란 소재를 쓴 만화가 적기에 참고 할 만한 예시가 없었음에도 이 정도로 이야기를 끌어나간 것이 매우 대단하긴 하지만, 자세히 파고 보면 이야기의 형태가 서로 비슷한 구조에 어디선가 본듯한 요소도 많이 있다. 전형적인 신파적 구성의 에피소드에서 크게 드러나기도 하는 부분인데 미술이란 소재를 쓰긴 했지만 실상 이야기 구조는 자가복제에 가깝다. 그러나 옴니버스 타입의 이야기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구성할 것인가를 참고하려 한다면 꽤 유익한 만화이기도 하다. 쭉 보다보면 반복되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꾸준하게 준수한 퀄리티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어떤 요소를 배치하고 어떤 캐릭터로 어떤 사건을 제시할지를 알기 쉽다. 작정하고 이야기를 분해하고 어떤 식으로 전개를 했는지 파헤친다면 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을 배우기는 어렵지 않다.
미술을 소재로 하면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을 진품 탐색, 위작, 복원의 요소를 섞어가며 변화구를 준다. 단지 미술 이야기만으로는 롱런하기 힘들것은 당연한 일이라 이렇게 입체적인 요소를 섞어 지속성을 갖춘 점은 보고 배울만한 부분이다. 다만 주인공에게 인간적인 면과 예술가와 수전노 요소를 섞으면서 한 명의 인간을 그려내긴 하지만, 이야기마다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는 등 일관성이 부족한 점이 있어 캐릭터적인 면에서는 큰 매력이 없다. 조수 캐릭터나 주인공과 엮이는 여러 캐릭터들 역시 캐릭터적인 매력은 떨어지는데 옴니버스 스타일을 채용하다 보니, 캐릭터의 서사를 뒷받침 할 과거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타이밍이 따로 따로 놀기에 수많은 이야기 사이에서 살짝 스쳐 지나가는 정도로는 확실하게 이거다 싶은 매력을 보이질 못 한다.
작가가 일본인이라 다소 일뽕 느낌으로 일본 미술을 높게 올려치는데, 서양 미술을 설명 할 때와 달리 일본 미술을 설명 할 때는 유독 최고나 최초 같은 것을 자주 언급하곤 한다. 작가가 일본인이라 어쩔수 없구나 라고 넘어갈 수 없다면 구매는 추천하지 않는다. 그저 일본 미술을 띄워주는 것만이 아니라 일본 미술의 등장 빈도가 많기 때문에 걸핏하면 눈에 밟히기 때문이다.
그런것 치곤 우익 계통이 자주 쓰는, 집중선 표현을 욱일 문양으로 하는 것은 나오지 않긴 한데 아예 안 나오는건 아니고 특정 캐릭터 등장에서 사용되긴 하나, 일반적인 집중선 표현에선 사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만화가 연재 중이던 2000년도에 일본에선 고고학과 관련하여 출토품 위조를 한 사건이 있었던터라 일본의 고고학이 신뢰도가 떨어지는 점을 제대로 반영 못 한 점도 있고, 오히려 두둔하는 듯한 에피소드도 있으며, 시간이 지나 설명이 틀려버린 점들도 있기에 만화에서 나온 정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고, 그저 작중 나온 미술 작품들을 보며 관심을 가지기 위한 정도로만 받아들이는게 좋다.
30년전 만화이기도 하고 일본이 만화책에 쓰는 종이의 질이 나쁘기도 하고, 국내 역시 딱히 나은 점은 없는지라 그때 나왔던 상태 그대로 e북으로 나온터라 화질이며 인쇄 상태나 번역 등 여러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화질 자체는 깔끔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스캔이 깔끔한 느낌이지 원본에서 사용된 스크린톤이나 펜선의 잉크, 명암이 깔끔한 느낌은 아니어서 요즘 만화들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칙칙하고 퀄리티가 균일하지 못 한 점이 강하다. 특히 미술품 이미지가 깔끔하지 못 하다 보니 미술품의 이미지나 느낌, 정보 전달이 매우 아쉽다.
그리고 비교적 다른 만화들에 비하면야 크게 심하지는 않지만 성인 주인공 요소를 독자에게 어필하기 위해서인지 여성 등장 인물과의 관계성에서 색을 밝히는 경향이 자주 나오는데, 주인공의 캐릭터성이 그다지 색을 밝히는 느낌이 없다가 억지로 넣은 듯이 이야기와 잘 맞물리지 못 하는데다, 정작 주인공을 좋아하는 조수와의 관계는 유치한 상황을 끝없이 반복만 하는터라 전형적인 인기있는 성인 남성의 이미지나 독자 또는 편집부의 니즈를 충족한답시고 억지스런 요소를 반복적으로 넣어 이야기 흐름을 망가뜨리는 점이 있어 아쉬운 점이 있다. 주인공이 게를 좋아하는거야 무난하게 넘어갈 요소지만, 의뢰주의 여자를 건드릴 정도로 공사 구분이 안 되는 캐릭터성은 오히려 캐릭터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아마 예술가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 색을 밝히고 가정적인 분위기를 멀리하는 점을 넣은건가 싶기도 하지만, 이미 돈을 밝히는 수전노 캐릭터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큐레이터이자 뒷세계 미술상이라는 여러 캐릭터성이 들어가 있는터라 캐릭터만 지나치게 과해졌을 뿐이지, 잡다해진 캐릭터성에서 색을 밝히는 요소가 이야기에 긍정적인 면이었나 하면 그렇지 않다고 느껴진다. 아마도 이게 과거의 만화와 지금 시점에서 괴리감을 느끼게 만드는 점 중 하나가 아닐까. 불륜이나 외도, 양다리가 당연하던 그 시절의 분위기와 지금의 분위기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점이라 여겨진다. 사실 그런것 이상으로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거야 매 에피소드마다 나오는 미술품의 가격이 더 심하긴 하지만... 일반인은 꿈도 꿀수 없는 가격이 수시로 나오면서 아 정말 딴 세상 이야기구나 싶기만 하다. Tv쇼 진품명품도 딴 세상 이야기지만 이 만화에서 나오는 미술품 가격 올려치기는 차원이 다르다.
30년전 만화임을 감안해도 이야기가 괜찮은 만화이긴 한데, 그 좋은 이야기가 좀 비슷비슷한게 반복이 되고 미술이란 소재를 가지고 잘 활용하긴 했으나 너무 오래전 만화라 요즘과 비교 했을 때 아쉬운 점도 무시하긴 힘들다.
작품으로서 점수는 좋게 줄 수 있지만 추천을 하겠냐면 그건 좀 미묘한 만화. 특히 일뽕스런 작가의 관점처럼 호불호 갈릴 부분이 있으니 더더욱 추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