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고화질세트] 히트맨 (총13권/완결)
세오 코지 / 대원씨아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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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 빠진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빠져들게 만든 만화를 그린 만화가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곤 합니다. 팬 또는 애호인의 영역에 접근하게 되면서 그쪽 세계를 알고자 하는 탐구심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만화가 또는 만화 업계를 소재로 하는 만화는 점점 늘어나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요즘입니다. 과거에는 호에로펜이나 바쿠만 정도나 보였던 반면, 최근에는 룩백이나 중쇄를 찍자, 월간순정 노자키군 등 다양한 장르와 소재로 만화가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 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만화가를 소재로 하는 만화 중 읽어 본 만화에 대해 조금 추천드리자면

만화가의 이야기,잡다구리한 소재나 그리고 있는 만화의 내용을 잘 보여주는 만화는 호에로펜, 최근 정발명은 울어라 펜인 시마모토 카즈히코의 만화와 에무라의 오늘도 내일도를 추천드립니다. 다른 비슷한 만화들에 비해 작중 인물이 그리는 만화의 내용을 보여주는 비중이 많아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만화를 그리다 고뇌하는지를 이해하고 공감하기가 쉽습니다.

만화를 그리는 기술적인 요소, 노하우 같은 것을 잘 다루는 만화는 월간순정 노자키군과 위에 언급한 오늘도 내일도, 중쇄를 찍자를 추천합니다. 바쿠만도 만화를 그리는 테크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만, 대부분은 순위 경쟁에 매몰되어 별로 와닿지 않는 이야기거나 비중이 낮은 편입니다.

바쿠만은 만화가의 만화 제작 이야기를 다룬다기 보다는 점프 편집부라는 공간에서 만화를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성격이 강한 편입니다. 만화를 그리기 위한 만화가의 고충이 담겨 있긴 하지만, 소년만화에서의 대립 구도에 치중하여 만화가와 편집부와 대립하는 일이 잦아, 온전한 만화가의 이야기를 잘 다루지 않습니다.

동경일일은 만화가의 삶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 형태로 전성기가 지난 만화가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중쇄를 찍자는 만화를 출간하는 출판사의 시점에서 좋은 책을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다루며 전반부는 편집자와 만화가의 이야기 밸런스가 좋지만 후반부에는 만화가 위주로 흘러갑니다.

울어라 펜은 과장스러운 표현을 섞어가며 주로 만화가가 겪을법한 황당무계한 일들을 다룹니다. 다양한 소재와 리얼리티 넘치는 에피소드들로 다른 만화가 소재 만화들보다 현장감있고 실제같은 개그 이야기가 강점입니다.



갑자기 만화를 소재로 하는 다른 작품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 만화가 여러모로 정체성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신입 편집자인 켄자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그러나 이 만화의 표지에서 켄자키가 등장하는 것은 마지막 13권 단 하나 뿐입니다. 주인공이 표지에 등장하지 않는 만화라니 이게 뭔가 싶지만 러브코미디에서는 종종 남자 주인공을 표지에 올리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 처럼, 만화가와 편집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만화는 실상 러브코미디물에 가깝기 때문에 이런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실제로 이 만화는 대부분이 러브코미디 요소 위주이고 만화 제작은 어중간하게 걸쳐 있는 편입니다.

순정 요소와 섞은 오늘도 내일도나 러브코미디와 섞은 월간순정 노자키군에 비해 이 만화가 러브코미디와 섞어서 강점을 보이냐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러브코미디에서 흔하게 보여지는 주인공에게 쉽게 반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만화를 이야기하는 요소에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오늘도 내일도의 순정 요소 스토리는 하나의 줄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노자키군의 러브코미디는 개그 요소로 웃기기도 하며 캐릭터 성격을 잡아 관계성을 강화시킵니다. 하지만 이 만화의 러브코미디란 딱히 필요없는 노출과 섹스신을 맥락없이 집어넣고 불필요하게 반하고 빠지고 갈등을 일으키는 등 순수하게 만화를 이야기하는 것도 스토리를 전개하는 것에서도 별 긍정적인 부분이 없습니다. 오히려 왜 러브코미디 요소에 매달리는지 이해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러브코미디 요소를 뺀 나머지인 만화 제작 부분은 일견 그럴싸 해 보입니다. 마치 중쇄를 찍자처럼, 바쿠만처럼 편집부의 고충과 만화가의 창작의 고통을 다루는 듯 하지만

초반의 어리버리한 신입 편집자인 켄자키가 어느 순간 초인이 되어 발생한 문제들을 슥슥 해결하고 마는 단순무식한 전개의 시점이 찾아오는 부분이 생깁니다. 켄자키가 초인이 되기 전 시점에서 켄자키는 그저 의욕만 앞서고 목소리만 크고 다혈질에 성격만 강한 민폐 캐릭터인 반면, 초인이 되고 난 이후에는 그 어떤 편집자도 따라잡을수 없는 능력,운,인맥들을 거머쥐고서 모든 문제를 손쉽게 해치우며 그저 러브코미디 이벤트에 얽히는 정도로만 작동합니다.

마찬가지로 그림이 구려서 못 써먹겠다고 평가를 받은 여주인공인 만화가 역시 어느 시점에서 그림 문제나 연출 이야기는 전혀 없이 가끔 아파서 골골대는 것 외에는 만화를 그리는 것에 막힘이 없는 초인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이 둘의 캐릭터성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만것은 아마 캐릭터의 성장을 느긋하게 기다릴수 없었던 편집부와 만화가 사이의 문제나 작품의 방향성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이 시점을 전후로 무의미한 러브코미디나 노출 요소만 늘어나고 만화에 대한 내용은 점차 줄어들기만 합니다. 조금씩 캐릭터를 성장시켰던 중쇄를 찍자나 바쿠만에 비하면 깊이가 떨어지는 전개입니다. 그리고 만화 제작 이야기의 비중이 떨어지고 바쿠만처럼 순위 타령을 하기 시작하는데 바쿠만을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이와 같은 이유로 추천드리기기 힘듭니다. 점차 질 낮은 바쿠만 파쿠리가 되어갑니다.

마찬가지로 편집부의 동기 직원이 라이벌처럼 비추어지다가 어느 시점에서 하나하나 보여주던 편집자 직원들이 공기화 하며 더 이상 언급도 되지 않고, 여주인공을 합리적 이유 없이 배척하는 편집장의 갈등 요소는 아무 의미가 없는 등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짜임새가 엉망으로 치닫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날림이 되고 마는 것은 작품의 방향성이 아닌 작가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닌가 싶은게 주인공의 문제 해결 방식이나 러브코미디의 전개 등 여러 요소에서 이야기를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치나 과정이 빈약한 점은 방향성이 달라졌다는 것 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우니까요. 특히 애니화 에피소드 파트에서 그 어느 쪽도 집중하기 힘든 전개로 양쪽에서 동시에 애니화를 하여 혼란스럽고 난잡하기만 한 전개를 보면 작가가 이야기를 구성하는 능력은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애니화 파트 이후는 더더욱 전개가 형편 없어지기까지 해서 더더욱 작가가 다룰만한 소재는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만 듭니다.

물론 저는 완결난 상태에서 보니 이 전개가 이상하다고 느낄 뿐, 연재로 본다면 독자 입장에선 재미없는 전개를 기다려 줄 이유는 없긴 합니다. 연재 감각으로 본다면 의미없이 들어간 러브코미디나 노출이나 섹스신은 자칫 떨어져 나갈 독자를 붙잡기 위한 요소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래서 이게 재미가 있냐면 저는 전혀 아니라고 하고 싶습니다. 흐름과 따로 노는 분위기 환기 장면이 더더욱 만화의 무게감을 흐릴 뿐이니까요. 편집자의 일과 만화가의 일과 러브 코미디, 세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 동시에 다 망한 형태입니다.

전체적으로 작품이 올드하다, 낡고 사고방식이 뒤쳐져 있다 라는 느낌도 받습니다. 예컨데 중쇄를 찍자에서 회사 일에 심신을 버려가며 일하는 스타일의 편집자는 그리 보이지 않고, 만화가 역시 몸을 망가뜨리면서까지 그리게 하지 않습니다. 바쿠만은 만화가만 무리하는 경향이 강하긴 한데 그건 아무래도 경쟁과 대립을 중요시하는 소년잡지 성향이 관련이 깊겠지요. 노자키군도 무리는 하지만 잡지 성향상 심각한 형태로는 나오지 않고, 동경일일에서도 심신의 사고나 충격은 나오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나 이 만화는 구시대적인 스타일 그대로 사고를 당하거나 몸이 망가지거나 워라밸을 무시하며 사는 것을 당연시 한다거나 등 여러모로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을 에피소드들을 넣습니다. 심지어 만화가 역시도 제대로 된 사고방식이 아닌 미치광이나 떠올릴 법한 사고방식을 가져서 요즘의 도덕관,가치관과 맞지 않는 후진 구시대 흐름을 답습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한 10년,20년전 만화라면 그때는 그렇겠지 하겠는데 2020년도에 나온 만화라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전체적인 센스와 사고방식이 낡았습니다. 잡지 탓이든 만화가 탓이든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점입니다.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고 인간이 효율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만화가들 역시 디지털로 전환하는 시대에서 마치 올드한 감성이 최고라는 듯이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는 모습을 강조하며 보여주는데 이 만화가 보여주는 연출에는 별 감흥을 느끼질 못 하겠습니다. 저도 낡았다면 낡아가는 인간이 되어가지만 이 만화의 고전적인 작업 방식의 예찬에서는 그 어떠한 미쟝센도 느끼질 못 하니 비단 세대차이나 공감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여기까지의 문제는 별2개 턱걸이의 기로인데... 별을 한개 더 깍아 1점 주게 된 이유는 결말로 향하는 에피소드와 마무리가 어처구니가 없어서입니다. 스포일러가 되니 언급은 자제하겠지만, 이전까지 점수를 주었던 만화 업계를 소재로 하는 만화들의 평점을, 내용이 바닥을 치는 이 만화 하나 때문에 다른 만화 전부 별 1개 더 올려주고 싶을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바쿠만의 결말도 마음에는 안 들었는데 이 만화에 비하면 그래도 대뜸 속도위반은 저지르지 않았지 않나 하는 것 만으로도 정상참작이 되는게 무서울 따름입니다. 아니 러브코미디를 그리는 인간이 인간관계와 썸씽과 중간과정 개무시하고 결과만 떨궈버리면 대체 어디서 납득해야 하는지 진짜 작가가 무슨 생각으로 만화를 그리는지 의문만 듭니다. 러브 요소 외의 결말 부분 역시 행동의 동기에 따르는 결과물이 안 보이는데 거창하게 일본인이 다른 나라에 도움을 준다는 식으로 떠나서는 그래놓고 마지막에 이뤄낸 것은 없으니 코미디이긴 합니다. 낡은 감성에 일본 특유의 오만한 국뽕까지 더하고선 고작 이거? 란 느낌이라 오만할거면 끝까지 오만하던지 어처구니 없을거면 지구 내핵까지 뚫을 정도로 어이없던지 과감하게 나와야 보는 입장에서도 병맛이나마 즐길텐데 어중간하고 맥락을 알 수 없는 결말로 끝내니 차라리 따끈따끈 베이커리의 결말이 이보다는 몇천배 더 낫지 않나 합니다.


일전에 1권 무료보기 후 이건 애매하다 싶어 관심을 끊고 있다가 그래도 보고 나서 후회하는게 좋지 않을까 했는데 세상에는 안 보고 넘어가는게 더 나은 것도 있다 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주는 만화라고 생각됩니다. 결말만 잘 내놓아도 유종의 미로 좋게 평가 할 것을 이렇게 조져버리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지요.


이 만화책에 나오는 대사 중에

"망설여 질때는 앞으로 나아가라. 해보고 후회하면 잊을 수 있지만, 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면 평생 후회한다."

라는 말이 나오지만

굳이 해 볼 필요 없는 일이란게 세상에 존재하며, 해 보고 더 후회하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돈은 소중하니 아끼시거나 다른 책에 쓰시는게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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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패트리샤 맥코넬 지음, 신남식.김소희 옮김 / 페티앙북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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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인간의 움직임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로 전해지는지에 대한 에세이 책.


서양쪽 책들이 늘 그렇듯이 쓸데없는 이야기, 했던 말 반복, 의미없이 질질 끌기, 장황한 사연 읊기 등으로 이루어져 실제로 필요하며 전달되어야 할 정보는 전체 내용 중 5분의 1 이하 정도에 불과합니다.

책 내용 중 개의 행동을 이해하며 인간의 행동이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유용하긴 합니다. 문제는 쓸모없는 이야기들을 넘기고 또 넘겨야 원하는 내용이 나오는게 문제입니다. 요점만 배우고 싶다면 별 필요도 없는 내용을 거쳐가야 하니 여러모로 고통스러운 책입니다.

책의 카테고리 구분이 취미/애완동물, 에세이로 되어 있다보니 뭐 그러려니 해야 하는건가? 싶기도 하지만, 서양쪽 책들은 그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싶습니다.

책에서 나오는 내용으로 인간이 무심코 하는 행동들이 개에게 어떤 의미로 전달되는지를 배워 개에게 정확하게 명령을 전달하고 오해를 심지 않게 하고 싶어도, 개에게 훈련을 시키는 부분에서는 확실하게 이거다 싶은 내용은 없습니다. 저자가 행동학자이지 훈련사는 아니니 어쩔수 없긴 합니다. 개를 훈련시키는 내용을 찾는다면 다른 책을 찾는게 더 낫습니다. 어디까지나 개가 왜 그러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책이라 개를 위해 사람이 이해하는 것이 중점이지, 사람을 위해 개가 이해하게 만드는 내용이 중점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읽어두면 괜찮은 내용들이 있긴 합니다. 개를 키우든 안 키우든 애견인구가 늘고 있는 이 시대에서 내 개가 아니어도 길에서 흔하게 마주치는 것이 산책 중인 개인터라, 내 행동이 다른 개에게 혹여나 위협적으로 다가가지 않았는지, 긴장하게 만들어 스트레스를 주진 않았는지, 대체 무엇이 개가 이상한 반응을 하게 만들었는지를 이해 할 수 있어서 불필요한 문제를 만들지 않고 불의의 사태에 대처할수도 있는 지식을 담을수 있어서 좋습니다. 특히 개를 좋아해서 쉽사리 개에게 다가가곤 하는 사람이라면 알아두어야 할 내용들이 많습니다.

그렇긴 해도 쓸데없는 내용들이 너무 많아서 나중에 잘 정리되고 요점만 전달하는 책을 만나게 된다면 늦게라도 리뷰를 수정해서 다른 책을 더 추천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추가. 개는 어떻게 말하는가 라는 책이 개의 행동을 이해하기 좋아 추천합니다. 약간 아쉬운 점도 있긴 한데 이 책보다는 더 내용이 알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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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사로잡는 만화 컷 분할 교실
후카야 아키라.도쿄네임탱크 지음, 황미숙 옮김 / 삼호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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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경력의 만화가가 전해주는 컷분할 수정 요령.

25년의 경력이지만 국내에 정발된 작품도 없어서 한국에는 잘 안 알려져 있는데, 대체로 단권 위주의 단편 작품을 내고 가장 긴게 6권 분량의 만화를 그린 만화가입니다. 그래도 출간한 만화는 많아서 작품의 수는 커리어에 전혀 부족하지 않고 영상화도 한 적 있으니 경력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는 만화가입니다. 다만 25년이면 그보다 더 쟁쟁한 커리어와 실력을 지닌 만화가들이 많아서 네임밸류가 부족하다는 점은 좀 애매한 부분입니다. 25년이면 지금 당장 떠오르는게 페어리테일의 마시마 히로가 올해로 25년인가 26년이겠군요. 사실 경력 20년 넘고 연재 오래한 만화가 중에서 실력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긴 합니다. 특히 만화를 잘 그리는 만화가는 페이지를 펼쳤을 때 구도와 컷 배치가 남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라 그런 만화가의 만화는 그 자체로 교보재 수준이기도 하지요.


아무튼 저자가 경력이 길다고 해서 잘 가르치냐고 하면 좀 애매한 느낌의 그런 책입니다.

이 만화에서 컷 분할의 테크닉, 노하우를 알려주는 페이지는 40페이지도 안 되며 그 내용 조차도 좀 뭉뚱그리거나 애매하게 개요 정도만 설명하는데 그칩니다. 그럼 나머지 페이지는 대체 뭔가 하면 학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콘티를 수정 해 준 것들과 저자의 과거 작품을 개선한게 전부입니다.

이런 식으로 내용을 채우는건 대체로 명확한 커리큘럼, 가르치려는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려는 계획이 없을 확률이 높은 편입니다. 그리고 이런 책을 통해서 배우려고 해 봐야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뜬구름 잡듯이 애매한 예시를 통해서 배워 봤자 기초가 없으면 오락가락 할 뿐입니다. 안 좋은 형태죠.

만화가를 소재로 하는 만화들이 만화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며 컷 분할의 기술을 소재로 설명하는 걸 생각하면 이 책은 그렇게나 설명 할 내용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대했던 내용에 한참 못 미칩니다.

물론 만화라는게 단순한 일러스트가 아니어서 작가의 스타일에 따라 스토리를 요리하는 방식에 맞춰 컷의 조합이 달라지곤 하지만, 최소한 월간순정 노자키군에 나온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는 컷 만들기나 중쇄를 찍자에 나온 스마트폰 방식으로 읽는 타입의 컷 연구 같이 작가의 개성이나 철학,이론이 포함된 이야기가 나와 줄 것을 기대했으나 전체적으로 별 내용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사선 컷의 활용법 정도가 전부입니다.


컷 테크닉 부분은 부족하긴 해도 별거 없는 40페이지도 못 채우는 컷 분할 테크닉 외 나머지 내용들 중 학생들의 콘티를 첨삭 하고 고치는 부분은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습니다. 불필요하게 늘어지는 컷을 줄이고 독자에게 보여줘야 할 캐릭터를 잘 보이도록 배치하며 단조롭지 않게끔 배치를 바꾸는 등의 수정을 보며 어떻게 고쳐야 더 나은지를 알수 있는 점은 컷 분할에 익숙하지 않거나 감각을 단련하지 못 한 사람에겐 유용한 예시입니다.

하지만 수강생 콘티의 첨삭과 강사의 콘티 해설로 1콘티당 4페이지면 될 것을, 원본 콘티까지 넣어서 분량을 두배로 늘리고,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을 절반으로 줄인 것은 그저 그렇습니다. 첨삭과 해설쪽 콘티는 크기가 줄어드니까 가독성이 줄긴 하겠지만 편집을 좀 신경 써 주던지 아니면 수강생,강사 콘티를 이어서 앞쪽에 놓고 다음에 첨삭과 해설을 붙여놔도 될 것을 안 해 줘서 페이지를 넘기는 번거로움을 가중시킨건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입니다.


뒷부분에 짤막하게 저자의 20년전 만화를 수정한 것의 예시가 나오기는 하는데 크게 나아졌다는 생각은 안 드네요. 자기 자신의 작품은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긴 하겠지만 수강생 콘티를 고쳐준 부분을 생각하면 그것과 같은 형식으로 고칠 부분이 있음에도 고치지 않은 점이 여러모로 미묘합니다. 그래서 저자의 과거 만화 수정 페이지는 그다지 도움이 되는 부분은 없습니다. 대신 분량은 짧아서 크게 낭비되는건 아니어서 넘어갈수 있는 정도입니다.



컷 분할의 명확한 규칙이나 이론,테크닉,노하우를 배우고 싶은 분에게는 추천하기 힘든 책이고, 대신 콘티의 형태와 수정에 관심이 있거나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콘티들을 보며 어떻게 개선을 해 나가는지에 흥미를 가지시는 분이라면 괜찮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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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일러스트 표정 그리기 사전 쉽게 배우는 만화 시리즈 46
NextCreator 편집부 지음, 김재훈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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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정 표현 이미지를 정리한 책입니다.

표정 그리기 사전이란 제목에서 그리기는 그다지 와 닿지가 않는 것이 그리기에서 중요한 어떻게 그릴 것인가 라는 부분이 없습니다.

여러명의 일러레가 하나의 표정 주제에 맞춰 그린 것을 올려 놓고 그저 이건 이렇게 그려 봤습니다 라고 부연 설명을 달아 놓는 것에 그치는 책입니다. 그것도 레이아웃 편집이 안 좋아서 난잡하기 짝이 없습니다. 좀 심하게 까서 말하자면

교탁에 선생님이 대여섯명 동시에 올라가 칠판에 서로 제각기 내용을 적거나 동시에 이야기를 하는 느낌입니다. 주체나 진행자가 없이 동일한 주제를 여러명의 강연자가 동시에 이야기하면 청중 입장에선 누구에게 집중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는데 그런 느낌의 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각 표정의 기본형 일러스트를 설명하는 페이지는 어떻게 표정이 변화하고 얼굴 근육이 달라지는지를 보여주어서 괜찮습니다. 그런데 기본형 설명만 그럴 뿐 그 외의 부분에서는 전혀 설명을 하거나 변화를 알려줄 생각 없이 일러레의 그림을 중구난방으로 페이지에 흩뿌리는 정도라서 대체 뭘 기준으로 보고 배워야 하는지를 알수가 없습니다. 기본 설명 페이지는 책 전체의 10%도 되지 않습니다. 일러레마다 서로 이야기하는게 다르고 심지어는 ~~한 느낌으로 그려봤습니다 정도의 코멘트가 달린것들도 많아 내용 면에서 매우 부실합니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한 페이지 내에서 보여지는 예시 이미지의 작화 스타일이 일러레마다 너무 차이가 심해서 기본형을 바탕으로 캐릭터의 표정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를 가늠하기가 어려운 점이 문제입니다. 그림 스타일이 너무 다르고 표현 하려는 것도 같은 주제하에서 제각각이라 학습에 도움이 안 됩니다. 심지어는 해당 표정 주제에 어울리지 않고 그저 과장만 심하게 그린 것도 자주 있기도 하구요.


그냥 단언컨데 만화책이나 만화가 하나를 목표로 잡고 해당 만화가의 만화 내에서 캐릭터의 표정들을 스샷 찍어서 정리만 해도 이 책보다는 크게 도움이 될거라 봅니다. 일관된 그림체를 보는 것이 무엇보다 안정감 있고 변화의 폭을 읽기도 쉬우며, 이미 상업적으로 인정받고 성공한 결과물을 분석하는 것이기에 어째서 이 그림이 사람들에게 먹히는지도 무의식적으로 이해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만화의 캐릭터 표정은 스토리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캐릭터의 심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서 이 책처럼 뜬금없이 표정만 덩그러니 올려놓고 이해해야 하는 것 보다는 편하고 쉽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표정을 읽는 일은 공감대의 영역을 열어야 하는 일인데 배경 이야기를 알고 캐릭터를 알고서 표정을 읽는 것과 그저 표정만 올려 놓은 그림을 이해하는 것의 난이도는 천지차이니까요.



그러면 이 책 쓸모없지 않나? 싶으실텐데.... 확실히 쓸모없긴 합니다... 이 책에서 배움을 제외하면 남는건 표정의 하위 카테고리를 정리 했다는 점이나 이 일러레는 이렇게 표현 했구나 하는 정도의 감상만 남습니다.

하다못해 레이아웃 편집만이라도 보기 편하게 했으면 평가를 더 올렸을텐데, 그림 스타일 차이와 더불어 이 책을 읽기 힘들게 하는 가장 큰 문제인 이미지 배치가 난잡해서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점이 심각합니다. 그런데 별 도움도 안 되는 앵글 배치는 제대로 하니 뭘 전하고 싶은건지 알수가 없네요.


배우려는 분이나 중요한 포인트를 알고 싶은 분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책입니다. 일러레마다 표정의 포인트 설명이 다 제각각이라 오히려 혼란스러울 확률이 더 높을듯 싶습니다. 그냥 이런 표정 요소,하위 카테고리, 예시 정도로만 필요할때 확인하는 정도는 조금 쓸만합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도 모든걸 다 다루지는 않아서 예컨데 입은 웃지만 눈은 웃지 않는 표정, 눈은 슬퍼서 울고 있는데 입은 웃는 표정, 보통의 표정 같지만 미세하게 드러내는 관심없어 하거나 무시하는 표정, 냄새나 소리,빛,온도,피부 자극에 반응하는 표정 등도 없기에 사전으로 써먹기에도 여러모로 부족한 점들이 좀 많습니다. 그리고 일러스트를 중심으로 하는 내용이라 만화적인 과장법도 전혀 다루지 않는 점에서 부족한 점 등... 안 살 이유가 차고도 넘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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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일러스트 구도.포즈 사전 쉽게 배우는 만화 시리즈 51
시카타 시요미 지음, 김재훈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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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그림이 충격적인 구도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진심으로 좀 그림체에 충격을 먹긴 했는데 책 내용은 아주 나쁘진 않습니다. 다만 별 3점 이상은 아닌 정도입니다.


구도와 관련하여 같이 구매한 "일러스트와 만화를 위한 구도 노하우"란 책과 좀 비교하자면, 이 책은 이론적인 설명에서는 여러모로 부족합니다. 구도의 종류나 정확한 수치 같은 이론 부분이 좀 떨어지고 이미지 예시의 퀄리티가 조악해서 설명을 하긴 하는데 이게 맞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구도가 아닌 다른 부분으로 새는 내용도 있다보니 좀 좋은 평가를 주긴 애매합니다.

그래도 이 책이 아주 나쁘진 않다 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앞서 말한 구도 노하우란 책이 구도를 그저 설명하는 것에 그친다면, 이 책은 같은 구도 이미지에서 좋은 예와 나쁜 예를 들어 뭘 하면 안 되고, 뭘 해야 더 좋은지, 특징을 어떻게 살리는지를 알려줍니다. 구도 노하우 책이 교과서적인 기본 이론 설명에 그친다면 이 책은 이론 설명은 좀 부실한 대신 해당 구도를 여러 방법으로 분해하고 변화를 주어 답을 찾아가는 문제집 같은 느낌입니다. 다만 저자의 그림이 너무 설득력이 떨어지는터라 쉽게 와 닿지가 않고, 몇몇 이미지 예시는 고친 부분이 더 나은지 애매하거나 더 나은 방법이 있을거란 생각도 들어 영 못 미더운 점이 많습니다. 그림의 퀄리티 때문에 전문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점이 약점입니다. 실제로도 이론적인 부분에서 설명이 부족한 점도 있으니까요.


조금이라도 더 뭔가 익히고 싶다면 얻을 점은 있긴 하지만, 책 하나로 모든걸 다 배우고 예시 그림도 좋았으면 하는 분에게는 추천드리기 힘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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