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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세트] MW 뮤 (전3권/완결)
데즈카 오사무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5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MW 라고 하는 생화학무기로 인해 인생이 바뀌어 버린 두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mw로 모든 인류를 죽이려 하는 유키와 그를 막으려는 가라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mw라고 하는 대량살상무기 전반에 깔아놓은 메세지인 대량살상무기인 핵에 대한 피해의식을 뚜렷하게 깔아놓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침략을 받은 나라 입장에서는 절대 좋게 보여지지 않습니다. 왜 핵을 맞았는가 하는 반성과 성찰은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그저 mw를 통해 이런 무기가 나쁘고 자기들은 피해를 입었다고 징징거리는 것에 불과하며, 미군에 대한 강한 적개심이 드러납니다.
데즈카 오사무의 다른 만화인 아야코에서도 미군에 대해 악의 축으로 설정하고 적개심을 드러내는 부분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데, 아야코를 보면서 아 mw뮤도 그랬었지 하며 기억이 떠올라 쓰게 되었습니다. 전에 썼지 않았나 싶었는데 안 썼네요.
일본의 피해의식은 지겹지만 일단 뒤로 하고 이 mw뮤의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형편없습니다. 피해의식 요소가 없어도 만화가 재미없는건 별반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유키를 중심으로서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으로 주변 사람들을 죽이고 모두 죽이는 일을 벌이는 과정을 담고 그 안에서 가라이가 고뇌하며 막으려는 모습을 담습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들이 너무 재미가 없습니다.
만화가 낡았기에 세련되지 못 한 전개 방법 혹은 의도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는 흐름이 좋지 못 합니다.
무차별 살인범죄를 추적하면서 범인이 무슨 의도로 왜 그러는지, 목적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쫓아가며 진상을 파헤치는 방식의 전개가 본디 긴장감 있는 흐름의 정석일 것입니다. 범인이 누군지를 알수 없고 쫓는 과정에서 긴장감을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 만화는 다분히 의도를 포함하고 있어서 그렇게 하지 못 합니다. 그건 mw에 의해 피해를 입은 유키의 복수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쫓아야 할 악이 주역이 되어 그의 사상을 공연히 늘어놓고 목적도 술술 뱉어내기에 극의 흐름이 공감도 안 되고 딱히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악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가 찾는 진상은 결국 미군과 정치권으로 향하는데 그런다고 해서 유키가 저지른 죄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가 앞으로 할 짓이 착해지거나 정당한 것도 아닙니다.
공감할수 없는 무차별 살인마를 뒤로 하고 다른 주인공인 가라이를 보자면 그는 수많은 고뇌를 하지만 정작 악의 길로 빠지는 상황이 오면 그것을 거부하고 선을 행하기 보다는 유키의 행동에 휩쓸려 돕곤 합니다. 고민은 백날 하는데 정작 행동은 따로 노느라 뭐하러 그리 열심히 고민을 한건지 알수가 없습니다. 가라이가 좀 더 평범하거나 올곧은 선역이었다면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공감이 되었을텐데 그렇지 못 하고, 뜬금없이 들어가는 동성애 장면과 섞이면서 이 둘은 이해 할 수 없는 집단이 되고 맙니다. 동성애를 이해 할 수 없다기 보다는 동성애가 필요한 흐름이었나? 동성애가 가지는 의미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구조입니다. 가라이에게 있어서 유키가 지니는 의미나 유키에게 있어서 가라이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를 묘사하기 보다는 대충 동성애적인 흐름으로 때우기 때문에 페이지만 낭비하고 이 둘울 이해하는데에는 불필요합니다. 동성애 묘사를 안 해도 충분히 둘의 사이를 표현 할 수 있음에도 그런것보다 섹스신에 매달려서 질적 저하를 초래합니다.
복수가 변질된 광기는 인류의 전멸 위기로 번지고 이 과정에서 정치가와 미군을 끌어들이지만 정작 핵에 빗댄 mw로 뭘 말하고 싶은지 이해하기 힘든 마무리로 빠져 허탈하게 만듭니다. 동성애,화학무기,광기,악 너무 여러가지를 담으려 하다보니 제대로 남는게 없습니다. 좀 더 정제하고 함축해서 필요없는건 치우고 중요한것만 남겼어야 했습니다. 상당수 필요없어 보이는 유키의 과도한 범죄나 동성애 요소나 가라이의 쓰잘데기 없는 고뇌 씬들을 쳐 내고 필요한 것만 남기던지, 아니면 mw와 정치와 미군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파트를 나누어서 아슬아슬한 추격과 긴장의 연속으로 전달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 했습니다. 악이 혼자 끈질기게 살아남는 결과도 흥미로운 요소는 되지 못 합니다. 안 죽고 끈질기게 살아남으면 보는 입장에선 지겨울 따름이고 작중 유키가 행한 뻔하고 반복적인 살인 행위는 흥미를 딱히 불러 일으키는 요소도 아니며 이후를 열린 결말로 남겨봐야 유키의 뻔한 생각과 뻔한 흐름으로는 뒷 이야기가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다른 만화인 아야코는 그래도 지로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가 여러모로 얽혀 있어 흥미로웠던 반면 mw뮤는 유키든 가라이든 누굴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해도 뻔한 목적과 행동으로 이어지기에 전체적인 구조가 흥미를 불러 일으키지 못 합니다.
물론 그 당시 시대상을 감안하면 성평등이나 동성애나 데즈카가 상당히 모험적인 시도를 하긴 했지만 여러모로 부족합니다. 지금이 아닌 그때 그 시절의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봐도 독특한 소재를 남발할 뿐 그것이 어울리는지는 고려되지 않은 느낌이 강합니다. 아야코에서도 그랬지만 성애 요소를 너무 가볍게 맥락없이 남발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야코나 mw뮤나 작중 흐름과는 상관없이 들어간 섹스씬처럼 그저 자극적인 장면을 넣는 것에 그칩니다. 요즘에도 정치적 올바름이다 뭐다 하면서 심리묘사는 뒷전으로 하고 동성애자 둘이 격렬한 섹스를 하는 장면을 넣는 걸 생각하면 데즈카 시절과 별로 달라진건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데즈카의 업적이나 공을 떼어놓고 만화로만 본다면 이건 별로 볼 가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