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자책] [고화질세트] 아야코 (총3권/완결)
데즈카 오사무 / 학산문화사 / 2022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은 아야코이고 권말에 설명하는 내용으로 이것은 프롤로그격에 해당하는 이야기고 이후의 아야코의 이야기가 구상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이 만화에서 아야코는 전체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나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중심이 되지는 못 합니다. 아야코는 그저 불행하게 태어난 아이에 불과하고 나중에는 모든 것을 덮기 위해 존재말소를 당하는 처지입니다. 그런 그녀를 중심으로 펼쳐져야 하는 이야기는 거의 없습니다. 인생 대부분을 갇혀 지내기 때문에 딱히 이야기거리라고 할게 없습니다. 그래서 이 만화가 아야코이지만 아야코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질적으로 아야코가 차지하는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되려 차남 지로를 중심으로 시작하는 ghq와 스파이,정치 문제와 가족간의 관계가 더 흥미롭고 이야기를 복잡하게 끌어나갑니다. 지로가 없었다면 분명 이 지저분하고 부정한 가문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유지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로가 던진 돌이 파문을 일으키고 나비효과를 내어 가문이 흔들리고 배신을 통해 찾은 위치가 무너지며, 아야코가 고립되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부정함을 덮기 위해 또 다른 부정함을 위에 쌓아 올리면서 인간의 탐욕과 색욕으로 가문의 모습은 뒤틀리게 됩니다. 가장 정상인일것 같은 삼남조차 결국 가문의 색에 물들어 버립니다.
이야기는 계속 지로를 중심으로 돌아가며 형사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사는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흩어졌던 무대의 인물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이면서 종지부를 찍는 과정을 달립니다.
과거에 본 mw뮤가 지나치게 재미도 없고, 이야기도 너무 이상해서 공감하기 힘든데다, 특이한 소재에만 매달리고 이야기의 퀄리티는 무너진 것이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에는 조금 경계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 mw뮤에 비하면 아야코는 그래도 이야기의 형태로는 온전하며 흥미를 끄는 구성을 잘 취하고 있어서 괜찮습니다. 아톰이나 붓다 같은 다른 데즈카 오사무 작품에서 패러디나 외부 요소를 가져와 웃기려는 요소도 없어서 분위기를 저해하지 않고 일관되게 즐기기도 좋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3점을 주는 이유는 일단 이야기가 너무 낡았습니다.
한 가문의 부정함이 쌓이고 쌓여 무너지는 과정이 외부에 인한게 아니라 내부의 자승자박으로 벌어지다 보니, 전래동화 같은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동화를 보면 악인은 결국 자기 꾀에 넘어져 선인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악인이 알아서 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이 만화 역시 선인 또는 진실을 찾으려는 측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복수하려는 측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이없게 스스로 무너져 내립니다. 그래서 통쾌하다는 감각이 없습니다. 주로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건의 발단과 문제 해결을 전개하는 형식과는 거리가 멀다보니 그리 재미있는 방식은 아니라서 요새는 보기가 힘들죠.
둘째로는 이게 작가의 말로는 프롤로그격이다 라고 했는데 정작 이 만화에서 아야코는 외부로부터 강압적인 제약을 받으며 살다보니 능동적인 주인공의 모습 이전에 작품의 비중이 없습니다. 그래서 비중도 낮고 아야코만의 이야기가 없는 이게 프롤로그라고 해 봐야 아야코를 중심으로 주변인들이 죄다 몰락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세상 일에 무지한 거의 30대에 가까워지는 여성이 사는 이야기가 되는건데 이게 전혀 흥미롭게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하다 못해 아야코가 후반부에서라도 두각을 내면 모를까, 무슨 일만 있으면 상자 안에 숨어 들어가 외부의 자극을 피하기만 하기에 이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고 해 봐야 같은 일의 반복 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로를 중심으로 얽힌 주변의 정치나 스파이,뒷세계 이야기를 중심으로 마무리를 지었어야 했는데 그 부분은 흐지부지 대충 넘어가버려 가장 재미있던 요소를 가장 재미없게 날려버립니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mw뮤랑 비슷하네요. 흥미로울 소재를 던져 놓고 뒷수습 못 하고 대충 넘어가버리는게 비슷합니다.
Mw뮤보다는 볼만한 만화이긴 하지만 기준점을 mw뮤로 잡아서 그런것 뿐이지 만화 전체적으로 보면 그냥 그저 그렇습니다. 그리고 데즈카 오사무에 대한 편견만 조금 굳어져 가는데 특이한 소재를 쓰는 것에 비해 그걸 제대로 마무리는 짓지 못 한다는 느낌만 받습니다. Mw뮤의 여자같은 남성의 동성애 요소나 아야코의 오랜 시간 감금된 여성이나 자극적인 소재는 던져 놓고 그래서 뭐 어쩌자는것인지? 라는 의문밖에 안 남습니다. 성행위 과정도 mw뮤처럼 좀 뜬금없이 이루어지는게 많아 성애 요소도 제대로 활용 못 한다는 느낌이 큽니다. 개인적으로 추천 할 정도는 아니지만 봐서 크게 손해 봤다는 정도는 아닙니다.